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영국 날씨는 변화무쌍으로 악명이 높다. 햇볕이 쨍쨍하다가도 느닷없이 소낙비가 한바탕 휘젓고 지나가기 일쑤다. 처음 영국에 도착한 후 사람들의 혼을 빼놓기 충분한 영국의 날씨변화에 익숙해질 즈음이면 웬만한 비에는 그냥 맞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덕분에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이’ 잡는 살충제 광고가 텔레비전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한바탕이 아닌 하루에 서너 차례 날씨가 변한다면 가장 곤혹스러운 곳이 다름아닌 일기예보 담당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일기예보는 그 정확도를 자랑한다. 엉터리 일기예보로 구설수에 오르는 한국에 비하면 영국 일기예보는 신통 방통의 수준을 넘어선다. 국지적 일기 변화까지 정확히 예측할 정도인 이들의 기상관측 방법은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더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 듯도 싶다. 어젯밤 늦은 시각, 염화 칼슘을 도로 위에 뿌리는 것을 보며 무슨 일인가 했다. 꽃샘추위가 여느 때보다 길었지만 요즘은 봄 꽃들이 만발한 바야흐로 봄 날씨 그대로인데 잘못 본 것 아닌가 눈을 의심했다. 일요일 늦잠을 자곤 하던 아이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북새통을 이룬다. 눈이 왔단다. 한 겨울에도 보기 힘든 런던의 눈이 4월에 그것도 차를 덮을 정도로 쌓여있고 아침이 되어서도 내리고 있었다. 유럽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공원으로 유명한 리치몬드 공원에는 교통경찰이 나설 정도로 눈 맞이를 하러 나온 일요 방문객들로 주차할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포근한 뉴스 하나 없이 한겨울을 보냈던 시민들이 봄날 만개한 꽃들 위로 내리는 눈에 이국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어릴 적 첫눈이 오면 장독대에 쌓인 눈을 한 움큼 짚어 늦둥이 아들에게 먹여주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영국의 눈은 아직 깨끗하다. 먹을만하다. <런던타임즈> <저작권자 ⓒ London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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