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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유럽인가?
 
김지호
 

영국이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은 1961년이다. 그러나 드골이 이끌던 프랑스의 거부권 행사로 영국의 가입이 무산되었고, 67년의 재신청도 부결되었다. 영국은, 69년 드골이 실각한 후, 72년에야 비로소 정치경제 공동체로 발전한 유럽공동체(EC)의 회원국이 될 수 있었다. 이후 유럽연합(EU)으로 발전하면서 40년이 흐른 지금, 또다시 영국의 유럽 참여가 논란이 되고 있다. 

▲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1961년 7월 31일 영국의 해럴드 수상은 하원에서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당시의 언론들은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평가의 배경은 자국 주권의 제약을 감수하고도 EEC 가입하겠다는 것과, EEC 규정과의 상충되는 영연방국가들과 맺은 특수한 경제적 협약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 때문이었다. 보수적인 신문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영연방이 부서지고 영국의 국가 주권이 유럽에서 무너질 것이다”고 비난했다.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 갈수도 없고, 또 지금처럼 앞으로 계속해서 나갈 수도 없다”고 탄식했다. 이어서, “수상 성명의 의미는, 우리나라 역사의 제1장이 끝났다는 것이 아니라, 역사 자체가 그 1장을 끝맺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의 완전한 1장이 시작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논평했다. 이렇듯 당시 영국의 충격적인 결정은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날로 악화되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내린 것이었다.

영국이 유럽 참가를 결정한 이유와 시대상황 

핵무기의 발전으로 미국과 소련이 세계 최강국으로 떠오르면서, 독자적 위치를 더 이상 유지하기에는 한계를 느낀 영국은 유럽과의 결속이 필요했다. 유럽의 입장에서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소련블록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유럽합류가 도움이 되는 입장이었다. 당시 EEC의 구성원 6개국 중 5개국(독일, 이태리,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은 찬성하였으나, 프랑스는 영국의 가입신청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프랑스는 영국의 가입으로 EEC에서 자국의 주도적인 역할이 약화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럽인에 의한 유럽주의를 주장하던 드골은 영국을 유럽이 아닌 미국과 가까운 영연방 제국으로 여겼다. 동구 국가들과 블록을 형성한 러시아처럼 경계의 대상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영국이 EEC가입을 결정한 이유는 지속적으로 불어나는 국제수지의 적자 때문이었다. 당시 영국의 생산은 정체상태인데, 국내소비는 급격히 늘어났다. 이로 인해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영국제품의 해외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영국 완제품 점유율이 1950년에는 25%였으나 55년에는 20%, 60년에는 16%까지 떨어졌다. 이에 비해 EEC 가입국들은 1955년~60년 기간에 높은 수출증가율을 나타냈다.  프랑스의 경우 영국의 3배, 독일은 5배, 이태리는 무려 8배를 기록했다.

영국은, 영연방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과 그토록 꺼리던 주권제약에도 불구하고, 악화되는 무역수지를 방어하기 위해 EEC가입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반대로 가입이 늦어지며, 잃어버린 10년으로 인해 영국의 경쟁력은 유럽의 국가들에 추월 당하고, 경제강국 영국의 영광은 지는 해가 되었다. 

재연되는 영국과 프랑스의 갈등

1972년 영국의 가입 이후 40년간 유럽공동체는 27개국이 참여하는 인구 5억명의 유럽연합(EU)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유로존의 재정위기 이후, 영국과 유럽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6개국들이 지난해 말 합의한 예산을 통제하는 신재정협약(Fiscal Compact)을 영국이 홀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주도한 조약에 거부권을 행사한 영국의 캐머런 총리에 대해,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실패한 고집불통 어린애”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연립내각의 영국 자민당 소속의 클래그 부수상 마저 “수상의 결정에 실망했다”며, “그러한 결정이 영국의 이익에 최선이 아니다. 영국이 유럽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외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캐머런 수상은 자국의 경제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독자통화로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한 자국의 금융정책에 당장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이 프랑스의 장기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 하자, 프랑스 중앙은행의 누아예 총재가 “신용평가 기관들은 영국의 신용등급부터 먼저 내려야 할 것”이라고 딴지를 걸었다. 실제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프랑스보다 더 큰 영국의 국가위험도는 오히려 더 낮게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언론은 (실질 위험도가 잘 반영되는 시장에서 영국의 국채금리가 더 낮다는 사실도 모르는) “누아예는 AAA급 바보”라고 반격했다.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개선되지 않는 한, 50년 전으로 되돌아 간듯한 양국간의 마찰이 해소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 프랑스의 시각에 아직도 영국은 유럽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 한해 유럽이 넘어야 할 복병,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재정위기 해결에 앞서, 유럽이 올해 넘어야 할 복병들이 있다. 저성장에 따른 실업률 증가와 인플레이션이다. 영국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영국의 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의 분기 실업률은 전년대비 0.4%가 증가한 8.3%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1.2%가 증가한 22%를 기록했다. 유럽통계청은 유로존의 지난 10월 실업률이 10.3%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수치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의 회계법인 언스트 영은 유로존의 2012년 경제성장률은 0.1%에 그치고, 실업률이 2015년까지는 10%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목표치인 2%를 훨씬 벗어난 3%를 기록했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양적완화 정책이나 금리인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러시아는 유럽의 재정위기 해결을 돕기 위해 200억 달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의 41%가 유로라고 밝히며, “최대 교역 파트너인 유럽연합의 재정위기 극복을 돕는 것이 러시아의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반세기 전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한 유럽연합을 이제는 러시아가 살리겠다고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기사입력: 2012/01/10 [23:42]  최종편집: ⓒ 런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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