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세기 명동이야기’ 특별전

서울역사박물관 1월19일부터 3월31일까지
아트데일리 | 입력 : 2012/01/19 [11:25]
 


명동의 유명한 선술집인 경상도집에서 시상이 떠오른 박인환이 즉석에서 시를 짓고, 옆에 있던 작곡가 이진섭이 곡을 쓰고, 임만섭이 노래를 불러 탄생한 명동샹송, ‘세월이 가면’의 탄생배경은 명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일화이다.

한국전쟁의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1950~60년대, 서울 남산아래 명동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토론도 하고 창작욕을 불태우는 주옥같은 공간이었다.

‘명동백작’, ‘명동신사’, 그리고 늘 은성에 앉아있다고 하여 ‘은성의 풍경화’ 라고 불리는 이봉구는 1950~60년대 신문기자 생활을 하면서 문화예술인들과 교류하였고, 그 경험과 기억을 여러 책으로 풀어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명동이야기’ 특별전을 1월19일부터 3월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50-60년대 명동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남긴 이봉구(명동백작)의 시선으로 당시의 문화예술인들의 활동과 교류, 작품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또한 1970-80년대 청년문화의 발신지, 민주화의 성지로서의 명동, 반면에 패션과 유행의 공간으로 변화하는 명동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며, 현재 명동예술극장 및 창고극장 재개관 등 문화예술의 공간으로서의 명동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과 명동에 대한 다양한 회고를 하고자 함이 전시기획자의 의도다.

그리고 문화예술의 공간으로서 명동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 그 기억을 공유하는 장소로서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부분은 박인환 시인의 ‘세월이 가면’의 명 시구를 인용하여 표현하였다.

1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에서는 사랑의 전성기를 표현한 이 구절에서 1950-60년대 명동의 문화예술과 낭만의 절정기를 풀어내었다. 이봉구가 바라본 명동의 동방문화회관, 모나리자·돌체다방, 국립극장 등 몇몇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청년사업가 김동근이 1955년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건축한 동방문화회관에서는 박인환, 김수영 등의 문인들이 활동하였고, 한국전쟁 이후 처음 문을 연 모나리자 다방에서 백영수 화백의 개인전이 열리고, 음악다방 돌체를 배경으로 나운영, 김순남, 이건우 등이 활발한 작곡활동을 하였다. 김수영의 달력 뒷장, 서류포장지 등에 남긴 육필원고와 1953년 백영수 화백의 개인전 방명록과 출품작은 전후의 곤궁함에도 굴하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문예정신을 보여준다.

▲ 음악감상회에서 나운영(왼쪽사진) 김동원의 햄릿의상(오른쪽 사진)     ©아트데일리


1957년에는 시공관이 국립극장으로 되면서 명동이 명실상부한 문화예술의 메카로 부상하여 오페라, 무용, 연주회 등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졌는데, 영원한 햄릿 김동원은 신협의 구성원으로서 한국 연극계의 중심에 있던 인물로 그가 실제 착용했던 햄릿의상과 연기노트가 빼곡히 적힌 대본이 함께 전시된다.

한편 195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여성국극의 영원한 공주 김진진의 대본과 사진스크랩, 여성팬이 보낸 스크랩 등을 통해서 당시의 뜨거웠던 여성국극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2부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이 덮혀서’에서는 사랑의 변화를 나타낸 시의 구절로 1970년대 도시개발과 패션과 유행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명동의 변화를 전시하였다.

도심재개발로 인해 국립극장은 남산으로 이전하였으며 예술인들을 반겨주었던 다방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예술인들도 떠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동인제 중심의 극단과 소극장들이 명동에 생겨난다. 까페 떼아뜨르, 삼일로 창고극장, 엘칸토 소극장 등에서 자유롭고 실험적인 연극들이 탄생하였다. 또한 쎄시봉, 오비스 캐빈 등이 문을 열면서 통기타 음악과 공연이 새로운 젊은 층들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한편으로 민주화의 상징 명동성당 주변으로는 민주화의 열기로 가득 찬 청년들이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까페 떼아뜨르의 무대와 카페가 연출되고, 민주화운동 관련해서 명동성당을 배경으로 열렸던 각종 민주화운동 전단지들이 전시된다.

3부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에서는 사랑이 지나갔지만 사랑의 기억은 가슴에 묻고 있다는 것을 명동의 기억과 현재로 표현하였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로 넘쳐나던 이곳에 다시금 일본과 중국 등 각국에서 내한한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거리의 쇼윈도우는 최근 유행에 발 맞추어 새롭게 화장을 한다.

▲ 1953년 모나리자 다방에서 있었던 백영수 전시회 방명록     © 아트데일리


다시 이곳에 문화의 싹이 피어나고 있다. 2005년 증권회사로 활용되었던 극장이 명동예술극장으로 부활하였고, 재정난에 허덕이던 삼일로 창고극장도 2011년 재개관하였다. 1950-60년대 명동을 기억하는 다양한 회고담들이 책으로 쓰여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통키타 음악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연이 빗발치면서 사람들은 다시 명동으로 모여들고 있다.

패션과 유행의 공간 명동에서 현재 문화와 낭만이 꽃피던 시절의 명동이 다시금 쓰여지고 있다. 과거의 명동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모아지면서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동에서 활동한 많은 문화예술인들 중에서 특히 명동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들 중 전시에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김수영, 오상순, 이병복, 이해랑, 이봉구는 그들을 기념하는 트리뷰트 공간에 별도로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1월 19일 오후 3시에 개막식이 있을 예정이며, 일반 관람은 개막식이 끝난 5시 이후부터 시작된다.

(관람 문의는 72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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