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의 포클랜드 영유권 분쟁

김지호 | 입력 : 2012/04/02 [16:18]
1982년 4월 2일, 포클랜드(Falkland) 섬의 영유권을 두고 영국과 아르헨티나간의 전쟁이 발발했다. 이 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함으로써, 포클랜드는 영국의 실효지배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최근, 수위를 높여가는 아르헨티나의 자국영토 주장과 조치들에 맞서 영국이 최신예 전함을 배치하면서, 30년 만에 또 다시 양국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포클랜드의 영유권 분쟁은 남미 경제공동체 ‘메르코수르(MERCOSUR)’가 포클랜드 깃발을 단 선박의 자국 내 항구 이용을 금지하면서, 영국과 남미국가들간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먼저 분쟁의 불을 먼저 붙였다. 지난해 포클랜드 전쟁 29년 기념식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포클랜드의 영유권반환 협상을 주장하는 외교공세를 시작했고, 이후 미주기구(OAS)의 협상지지 결의안을 이끌어 냈다. 영국은 남미국가들의 동조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해 닉 클레그 부수상을 브라질에 파견하기도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달 미국을 방문한 캐머런 영국 수상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수위를 높이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적대 행위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수상은 ‘포클랜드의 미래는 거주자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위를 높여가는 대결구도

포클랜드에서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영국 국방부는 포클랜드에 최신예 45형 기종 구축함(HM Dauntless)의 배치를 최근 결정했다. 아르헨티나는 영국이 최신예 구축함과 함께 인근기지에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 뱅가드(Vanguard)호를 파견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비난했다. 영국 해군 대변인은 “45형 구축함의 배치는 1970년대부터 취항하여 노후한 42형 기종의 예정된 교체일 뿐”이라며 비난을 일축했다. 영국신문 데일리메일은 “영국 해군이 재래식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을 인근해역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달에는 영국 공군의 헬기조종사인 윌리엄 왕자가 6주간의 비행훈련을 위해 포클랜드에 도착했다. 지난 포클랜드 전쟁 때는 찰스 황태자의 동생인 앤드류 왕자가 헬기조종사로 참전했었다.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 영국왕실이 노블리제 오블리주를 앞장서 실천해온 전통이 있다. 따라서, 윌리엄 왕자의 파견은 영국이 포클랜드 사태를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고, 만일 전쟁이 재발한다면 그도 참전할 것이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아르헨티나의 티머만 외무부장관은 윌리엄 왕자의 파견과 핵 잠수함 배치를 근거로 “영국이 왕자파견과 핵무장으로 포클랜드 해역을 군사지역화 시키고 있다”는 항의서를 유엔에 전달했다. 유엔주재 그란트 영국대사는 “윌리엄 왕자의 훈련은 이미 예정된 일상적인 것이고, 런던으로부터 핵무기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아르헨티나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영국 곳곳에 세워진 순국용사들의 위령탑 (윈체스터 성당 앞)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 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만들기 위해 여론전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미국의 영화배우 숀 펜(Sean Penn)은, 페르난도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영국은 유엔의 중재하는 아르헨티나와의 대화에 응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세계는 낡은 제국주의적 이념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영국을 비난했다. 이를 두고 영국 보수당의 패트릭 머셔 의원은 “숀 펜, 이 자를 도대체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그는 영국인도 아르헨티나인도 아니고, 멍청한 발언을 보니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라며 혀를 찼다. 하지만 영국인으로부터도 아르헨티나의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이 나왔다. 남미 순회공연을 위해 칠레를 방문한 가수 로저 워터즈(Roger Waters)는 TV와의 인터뷰에서 “포클랜드냐? 말비나스냐? 즉, 영국이냐? 아르헨티나냐?”라는 질문에 “아르헨티나여야 할 것”이라고 답을 한 것이다. “조국을 배반하는 것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과거의 식민주의를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대답해 남미인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후 영국인들의 거센 비난이 들끓자, 페이스북을 통해 “포클랜드가 아르헨티나에 속한다고 단언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 

양국의 상반된 영유권 주장의 근거

아르헨티나에서, 본래 프랑스어인, 말비나스(Las Malvinas)로 부르고 있는 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Patagonia) 해안에서 동쪽으로 300마일(480Km) 떨어진 대서양에 위치한 동서로 나누어진 두 개의 섬이다. 아르헨티나는 영국 본토에서 13,000마일(약20,000Km)이나 떨어져 있는 섬을 어떻게 영국 땅이라고 할 수 있느냐면서, 영국이 1833년에 훔쳐간 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주장은 포클랜드는 16세기 말 영국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후 영국에 귀속된 섬이라는 것이다. 또한, 현재 영국에 남기를 원하는 3000여명의 거주민들 의사에 따라 영유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록에 의하면, 포클랜드 섬은 1592년 8월 14일 영국의 ‘디자이어(Desire)호’ 선장 죤 데이비스(John Davis)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고, 영국 항해사 죤 스트롱(John Strong)이 1690년 웰페어(Welfare)를 타고 처음 상륙했다. 포클랜드라는 이름은 이때 붙여진 것이다. 프랑스의 몬캄(Montcalm)장군이 캐나다 퀘백에서 패배한 5년 후인 1764년부터 버건빌(Bougainville)제독이 이끄는 프랑스인들이 먼저 동쪽 섬에 정착했다. 이듬해인 1765년 영국 탐험대가 서쪽 섬에 정착하면서 영국이 먼저 섬을 발견했다는 근거로 소유권을 내세워 이들을 추방했다. 그러자 프랑스는 이 섬에 대한 권리를 스페인에 헐값에 팔아 넘겼고, 영국, 프랑스, 스페인간의 어려운 외교협상 끝에 스페인이 양보함으로써 1771년 영국에 귀속되었다. 이후 1820년에 아르헨티나가 영유권을 선포하고 자국민을 이주시키고, 고래 사냥을 위해 1828년에 정착한 독일출신 사업가 루이스 베넷(Luis Venet)에게 1829년 총독임명장을 주었으나, 1833년 영국이 무력으로 탈환하고 영국의 섬으로 선포했다. 

갈등의 배경은 자원

심한 바닷바람과 돌 때문에 나무도 자라기 어려운 불모지 포클랜드를 놓고, 또다시 영유권 문제가 달아오른 배경에는 원유가 있다. 포클랜드 인근 해상에서 무려 47억 배럴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매장량의 원유가 발견된 것이다. 2010년 2월에 영국의 작은 원유개발회사인 디자이어 석유(Desire Petroleum)가 굴착선을 보낸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에 반발한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선박의 자국입항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현재는 83억 배럴의 원유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면서, 석유 메이저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풍부한 오징어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던 포클랜드는 첨예한 경제적인 이해가 걸린 보물섬이 된 것이다.   

가디언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영국인들의 61%가 “포클랜드 거주인들이 원한다면, 영국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포클랜드를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30년 만에 카리브해에 또 다시 감도는 전운이 실제로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포클랜드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제제조치가 심화되고 갈등이 고조된다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 BBC방송은 “현재 포클랜드에는 교역 제재로 인해 달걀, 채소 등 신선식품이 절대 부족하여 거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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