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있는 P형에게

재영 한인사회 전쟁에 참가하며
박필립 | 입력 : 2008/05/28 [06:40]
 p 형

형의 지난 소식에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영국이 그래도 부럽다.’는 그 한마디가 왜 그리 귓가에 맴도는지요.
‘중국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부도가 나서 돌아갈 자리 조차 없이 하루 하루를 도망치며 살고 있다.’는 형의 소식이 영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꽤 반향이 있었습니다.

이제 제 소식을 전해야 할 듯 합니다.
태어난 지 2주가 되지 않은 아들을 앞두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쟁터에 나서야 한 아비의 심정을 아십니까?
그것도 더러운 동족간의 전쟁 말 입니다.

형도 이곳을 통해 대충 아셨겠지만 영국 한인사회 또한 미국 못지 않은 분란과 교포 사회의 분열이 참기 힘든 정도 입니다.

전쟁터의 참상에 대해 설명을 해야겠군요.
항상 문제는 한인회장 선거를 두고 일어났습니다.
형이 지적한 바와 같이 배부른 자들의 싸움터였지요.
그 전쟁의 파편이 애꿎은 대다수 한인들까지 부상자가 속출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해 있었던 재영 한인회장 선거가 영국 법정 싸움으로 번져 결국 영국 법정으로부터 한인회 정관에 나와있는 임시총회를 통해 해결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여기까지 문제는 그냥 어느 한인사회고 있을 수 있는 문제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영국법정에서 원고와 피고측의 공방 가운데 전임한인회장단을 중심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인사회의 갈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영국 법정의 최종 판결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의 법 해석은 가관이었습니다.
한인사회의 총의를 물으라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한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더니 무려 4차례에 걸쳐 임시총회 소집을 번복했습니다.

이 대목이 제가 이 더러운 싸움에 발을 담그게 된 배경입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한인회장이 누가 되는가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히 한인회장 선거가 아니라는 것 이었습니다.

비록 명예직이라고 떠들어대지만 한인회장 자리를 두고 일어나는 갈등이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끊임없이 한인회장 선거 때마다 시비를 거는 측들이 이 조그마한 한인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 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기 때문에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 또한 이 사회의 기득권 세력들이라는 것 입니다.

너무 막연한 이야기지요?
쉽게 한 예를 들겠습니다.

몇 해전 영국 한인바닥에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사업체를 경영하는 한 한인이 환전을 해주었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한국 구좌로 받고 대신 영국에서 파운드로 예금주에게 돌려주는 것이었지요.
그 사업주가 억이 넘는 돈을 받고는 배째라 식으로 나온 것 입니다. 불법 환전이기 때문에 너도 걸린다. 만약 법에 호소하면 네 남편 한국 사업체도 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뻔한 내용입니다.

제가 신문사에 있던 관계로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행인에게 기사화 할 것을 주장했더니 오래된 광고주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모든 교포 신문들이 무가지로 발행되는 까닭에 광고주가 곧 생명줄 이기 때문 입니다. 언론이기에 앞서 생활을 택했던 것이지요.

그러한 언론사들이 거의 대부분 입니다. 아무리 피해 사실이 있어도 자신의 영업과 상치될 시에는 일개 장사치로 돌아가는 것이 교포 언론들의 생리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그려.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언론들이 눈감아 주고 더구나 영국 시민권이 한국의 법망을 뛰어넘고 있기에 당하는 놈만 병신소리를 듣게 돼 있습니다.

작년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한인회장에 당선된 사람이 불법 시비에 휘말려 결국 모진 고초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를 변론한 추호의 생각도 없습니다. 저 또한 그의 사임을 종용했고요. 결국 사퇴할 때를 잃고 마지막에 가서야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임시총회장에서 그의 사퇴의 변을 들으며 사람들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또한 그 일부가 되겠지만서두.

저는 여기 상황도 모르는 p 형께 이런 자질구래 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임시총회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싸움이 한 가정을 침몰시키고 밥벌이에 충실해야만 하는 한 가장을 더러운 전쟁터로 끌어내게 했다는 것 입니다.

중립지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결국 밥줄을 택했고 저처럼 덜 떨어진 놈은 직장에 사퇴까지 하면서 지가 무슨 용감한 기사가 된 양 돈키호테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제 싸움이 끝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임시총회장에서 사회를 맡은 죄로 감내할 것이 있다면 감내해야겠지요. 그러나 분명 이 싸움은 명분이 있습니다. 더 이상 밥벌이 때문에 모든 불의를 눈감고 견뎌야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것 입니다. 저는 그 싸움의 종식을 위해 [선출직 의원제]라는 시스템 가동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거짓과 협박이 통용되는 사회가 아니라 상식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갈 것 입니다.

 
멀리서라도 기도부탁 합니다.

두서없이 쓴 글을 용서 바랍니다.

영국에서 운택(必立)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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