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중국의 두만강 이니셔티브와 정책적 시사점’

삼성경제연구소 | 입력 : 2012/05/24 [12:00]
중국정부는 2009년에 ‘중국 두만강지역 합작개발 계획 강요(창지투(長吉圖) 선도구 계획)’를 정식 비준하고, 최근에는 북한, 러시아와의 초()국경 연계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두만강 개발 이니셔티브’가 한국에 어떤 함의가 있는지를 두고 우리사회의 담론은 ‘중국경계론’과 ‘중국역할론’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소모적인 이 분법적 논쟁보다는 두만강지역 개발이 중국의 국가발전 전략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만강지역 개발은 여러 차례의 굴곡을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진전되어왔는데, 그 배경에는 중국의 이니셔티브가 동력(動力)을 형성한 측면이 강하다. 1990년대 초반 유엔개발계획(UNDP) 차원에서 ‘두만강지역개발(TRADP)’이 공식 출범하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중국 중앙정부의 적극성이 크게 작용하였다. 중국정부가 두만강지역 개발에 적극적이었던 데는 당시 일본의 적극적 지역주의 전략 및 한반도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와 일본의 장기 불황 등으로 정치적 동기가 약화되자 두만강지역 개발에 대한 중앙정부의 적극성이 소멸되고, 주로 지방정부 차원에서 논의되었다. 그 후 두만강지역 개발은 협력의 추진 메커니즘이 취약한 상태로 소강국면에 진입하였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앙정부가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국가발전 전략에서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의 위상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4, 5세대 지도부는 국내 발전계획과 역내 지역협력을 연계시켜, 자국의 낙후지역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주변 인접국을 자연스럽게 중국의 영향권 내로 유인하려는 지경학적(地經學的) 접근을 국가

전략으로 선택했다. 이에 따라 동남아에서는 ‘서부대개발계획’과 ‘메콩 강 유역(GMS) 개발사업’을 연계했고, 동북아에서는 ‘동북진흥전략’과 GTI 사업의 연계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과 러시아의 개입으로 중국의 새로운 TRADP 전략은 좌초되었다.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정부는 러시아와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며, 두만강지역 개발에 보다 ‘공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창지투 선도구 계획’은 지방정부 차원을 넘어 국가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도출된 구상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두만강 이니셔티브’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중국은 미래 광역두만강경제권 형성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자국이 먼저 선도적으로 두만강지역을 독자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북한과 러시아의 선별적 수용이라는 지류를 따라 흐르면서 큰 물줄기를 만들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두만강 이니셔티브’는 기회 요인과 위협 요인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 분법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로 논쟁하기보다는 향후 예상되는 지경학적 판도 변화를 그려보고 적극적으로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전개하는 중국의 ‘두만강 이니셔티브’에 한국이 직접적으로 ‘맞대응(counter-balancing)’하기보다 윈·윈 할 수 있는 이익의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동북아 물류거점 확보,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 통일 한반도의 전략거점 마련 차원에서 두만강지역에 대한 한·중·러 동반 합작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일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최명해 수석연구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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