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꽃뱀

한구현 칼럼
한구현 소장 | 입력 : 2012/05/24 [11:20]
여성이 자신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이용하여 남성이 가지고 있는 부와 권력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은 비단 인간 세계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세계에서도 암컷이 수컷의 종족유지의 본능에 기대어 수컷으로부터 먹이를 얻고 보호 받으려는 행위를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맹수인 사자·호랑이와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침팬지에서도 나타나는데 창녀가 인류 최초의 직업이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독 여성보다 남성들의 바람기가 강한 것은 ‘힘 있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여성보다 남성이 많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혼외정사와 같은 불륜을 탐하는 자는 여자를 포함한 권력을 가진 자이고, 미국의 경우 41~45세(30%), 46~50세(35%)의 중년남성들이 가장 많은 혼외정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부스, 1994).

‘꽃뱀’의 사전적 의미는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이다. 꽃뱀이 영어로는 Gold Digger(1.금 캐는 사람, 2.남자에게서 돈을 우려내려는 여자)인데, 그 어원은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골드러시가 일었을 당시 돈벼락을 맞은 광부들에게 자신의 미모와 섹스를 무기로 금을 빼낸 여성들에게서 비롯됐다.

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 많은 여성들이 이른바 ‘생계형 꽃뱀’으로 변신하여 생계를 꾸렸다. 현대 미국에는 다양한 형태의 꽃뱀들이 존재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들 꽃뱀 여성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다시 말하면 일종의 공통의 트라우마가 나타나는데, 유소년기에 수없이 많은 무시와 배신을 당하고 상처를 입은 경험들이 있다는 점이다.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꽃뱀의 물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일종의 정신병으로 최하층으로 다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최후수단으로 자신의 미모와 섹스를 악용하는 것으로 분석한다(History Of The Gold Digger, cherrycrime26).

우리나라에도 꽃뱀의 규모나 종류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하다. 꽃뱀조직은 단독형, 미성년자 친구들과 함께 하는 품앗이형, 아내가 총대를 메고 남편과 가족들이 적극 참여하는 가족기업형, 가족을 포함한 수십 명이 조직적으로 가담하는 기업형 등이 있다. 이들 꽃뱀들은 한정식, 일식당, 나이트클럽, 레스토랑, 골프장, 기원, 온라인 동문회, 채팅방, 친구의 소개, 오랜만에 만난 동창 등 다양한 장소에서 예기치 못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쯤에서 우리는 꽃뱀의 실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꽃뱀들은 대부분 전문적이고 직업적인 형태의 미성년자이거나 젊고 예쁜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벌어진 ‘킬러 꽃뱀’ 사건은 경악할 만하다. 결혼을 빙자로 남성 20명에게서 12억을 갈취하고, 최소 3명의 애인을 살해한 희대의 사건 장본인이 몸무게100kg의 못생긴 얼굴을 가진 여자로 밝혀져 일본 열도를 충격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통상적으로 꽃뱀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무기로 하는데 이 경우 많은 남성들이 역설적으로 ‘이런 못생긴 뚱녀가 설마 꽃뱀이겠어’라는 안도의 마음에 허를 찔린 경우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한 연구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적지 않은 여성들이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남자들을 유혹할 수 있다고 답했다.

현실 속의 중년남성들은 대개 정에 목말라 하고, 외로움에 끊임없이 ‘로맨스’를 꿈꾼다. 소심한 중년남자들이 아주 쉽게 마음을 내주고 경계를 푸는 것이 바로 주위의 쉽게 만나는 생활 속의 여자들이다. 전문 꽃뱀과는 달리 팜므파탈(femme fatale)도 아니고 젊고 예쁘지도 않은 직장비서, 승진을 기다리는 직원, 기획부동산, 전화대출직원, 보험설계사, 영업사원, 거래처 직원, 단골 식당 사장, 학점에 목마른 학생 등 일상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여자들이다. 해외라고 안전지대는 아니다. 한류열풍으로 한국중년남성들은 해외 꽃뱀들의 좋은 타킷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단 어떠한 형태라도 여성이 을()의 입장으로 금전적, 비금전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에 이들과의 식사나 술자리, 가벼운 스킨십, 드라이브와 같은 사적 만남과 전화, 채팅, 카톡, 페북 등을 통한 사적 대화는 뇌물과 마찬가지로 소정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또한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언제 어디서든 중년남성의 부적절한 말과 행동이 기록될 수 있고, 이것은 예비 꽃뱀에게는 보험든거나 다름없다. 본능적으로 남성을 이해하고 약점을 간파하는 능력을 갖춘 여자가 갑()인 중년남성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는 목적을 위한 수단일 수가 있다. 이때 여성이 원했던 것을 성취했을 경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평범했던, 혹은 평범해 보였던 여성이 ‘생활 속의 꽃뱀’으로 돌변할 수가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꽃뱀은 남성에게 경고와 협박을 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사회적 명성이 클수록 이제는 평범하지 않은 여성의 협박에 쉽게 넘어간다. 사실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성추문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공직, 대학, 회사에서 퇴출되고 심지어 가정이 파탄날 수 있기에 ‘생활 속의 꽃뱀’에게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사회적 명성도 높지 않고, 전문직도 아닌 평범한 남자들도 일단 성추행자로 몰리면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보다는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해결하려는 조급증을 보인다. 또한 가정, 직장, 친구 등 주위의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조용하고 빠른 금전적인 해결에 유혹을 느낀다. 이런 일관되지 않은 남자의 말과 행동들은 담당형사나 검사, 판사에게 유죄의 심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평범해 보이는 여성들이 눈물을 흘리며 허위 피해사실들을 일관되게 진술한다면 그야말로 이들에게 걸려든 남성들은 유죄로 가는 길이 탄탄대로가 되는 것이다. 성범죄의 경우 밀폐된 곳에서 이루어지기에 증거나 증인이 아닌 피해여성의 진술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생활 속의 꽃뱀’은 더욱 의기양양해진다. 더구나 여성의 뇌량(腦梁, 좌·우뇌를 연결하는 역할)이 남성보다 20%나 큰 덕분에 통합적인 사고를 더 잘 할 수 있다(주간조선, 2012.03.12. 2197호). 목적 달성을 할 수 있는 길이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꽃뱀들의 교활한 거짓말(눈물, 임산부, 애교)에 남자들은 넋 놓고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생활 속의 꽃뱀’이 금전적인 동기 외에 남자를 성추행으로 모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복수이다. 여자가 복수를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55.9%)가 ‘인간적으로 무시를 당했을 때’라는 설문조사가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복수가 바로 성추행·성폭행범으로 모는 것이고, 합의금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성범죄로 피해를 받은 억울한 여성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도 수많은 여성들이 성폭력과 사화적 무관심과 편견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생활 속의 꽃뱀’들이 경제적 이득, 승진, 학점, 계약성사, 특혜 등을 받기 위해 순진한 남자들을 성추행범으로 몰고 쉽게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것 또한 정의사회는 아닐 것이다.

▲  한류연구소 한구현소장
물론 가장 원초적인 잘못은 외로움에 지친 ‘배나온 중년남성들’이 아직도 자신이 성적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생활 속의 여성’ 유혹에 넘어간다 데에 있다. 로맨스에 대한 중년남성의 헛된 꿈은 평범한 여성을 꽃뱀으로 만들고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 있는 일종의 독소와도 같다. 전문 꽃뱀이나 아마추어인 ‘생활 속의 꽃뱀’에게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오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세상에는 공짜점심이 없다.


“창녀는 금전적인 이득만 취하지만, 꽃뱀은 남자에게 헛된 로맨스를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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