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야 게섯거라! 잡아라!

영국의 먹거리 자존심, 체더와 글로스터
김형국 | 입력 : 2012/06/11 [18:19]
치즈하면 흔히 유럽의 프랑스나 네덜란드를 떠올린다. 하지만 로마시대 이후 근대 치즈의 원조 국가는 영국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치즈의 한 종류로서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체더 치즈는 12세기부터 치즈를 생산해 온 영국의 체더(cheddar) 지방이 원산지다. 체더 치즈는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체더라는 이름으로 치즈를 생산한 이후 전세계로 퍼지면서, 치즈 애호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는 치즈의 대표적인 종류가 되었다.

그런데 영국에는 체더 치즈와 쌍벽을 이루는 글로스터 치즈가 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국 글로스터(Gloucester) 지방에서 15세기부터 생산해 온 글로스터 치즈는 글로스터 지방에서 생산되는 우유로 만든다. 초기에는 코츠월드 지방의 양젖으로 만들었으나, 이후 글로스터 지방의 우유로 대체되었다. 


▲   영국의 먹거리 자존심 - 체더 치즈(Cheddar Cheese),  글로스터 치즈(Gloucester Cheese)
 
두부모 같은 외형의 체더 치즈와는 달리, 글로스터 치즈는 둥근 모양으로 종류는 싱글과 더블 글로스터가 있다. 부드러운 속이 약간 딱딱한 표피로 덮여 있다. 싱글에 비해 오랜 숙성을 거쳐 표피가 더 딱딱한 더블은 기름을 제거하지 않은 우유를 사용하며 전체적으로 깊은 맛이 난다. 숙성기간은 싱글의 경우 2개월 정도인데 비해 더블은 약 6~9개월이다. 영국 전역이나 해외에서는 더블이 더 많이 팔리지만, 글로스터 지방에선 싱글이 더 많이 소비된다.


▲     치즈 굴리기 경주 (Cheese-Rolling Race)

한편, 글로스터 지방에는 ‘치즈 굴리기 경주’(Cheese-Rolling Race)라는 독특한 게임이 있다. 가파른 언덕에서 굴린 3.5Kg 의 더블치즈를 쫓아 뛰어 내려가며 잡는 경기로 무려 200년 전통을 자랑한다. 사람들이 쏟아져 내리면서 넘어지고 뒤엉키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지만 관중들은 열광한다. 200년이나 되었어도, 아직까지 공식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경찰이나 구급차를 배치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한다. 지난 경기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던 안데슨(Anderson)씨는 “작년 경기에서 발목이 부러지고 콩팥에 타박상을 입었다”며, “경기가 좀더 공식화되어, 구급차가 준비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올해는 여왕의 즉위 60년을 기념하여 글로스터에서 ‘치즈 굴리기 다이아몬드 쥬빌리 특별 경기’로 진행했고 약 천여 명의 관중이 몰렸다. 이 경기에서 글로스터 주 브록월스(Brockworth)에서 온 26세의 청년 그랙 페어리(Craig Fairley)가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최고의 전략은 할 수 있는 한 넘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우승비결을 털어 놓았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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