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당 정권 순항할까?

김지호 | 입력 : 2012/07/13 [03:41]
프랑스에 사회당 정권이 전권을 장악했다. 지난 5월 사회당의 올랑드 대통령 당선에 이어 6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사회당 계열이 300석 이상을 차지하면서 하원의 절대 다수가 되었다. 이렇게 사회당 연합이 과반을 넘기며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된 것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이후 30년 만이다.


하원 전체 577의석 중에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이 280석, 중도좌파 계열인 DVG당이 22석, 급진좌파당이 12석을 얻어 사회당 좌파연대가 총 314석을 확보했다. 반면, 우파계열은 지난 집권당이었던 UMP 194석을 포함해 229석을 얻는데 그쳤다.

변화를 선택한 프랑스 국민들

이는 프랑스 국민들이 지난 우파정권이 추진했던 긴축 정책에 대해 반대로 돌아섰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당선 일성으로 “프랑스는 변화를 선택했다”며, 전 정부가 추진해 온 긴축정책을 중지하고 성장을 통한 채무감축과 일자리 창출에 우선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25개국이 체결한 재정협약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었다. 로렌 파비우스 외무상은 압승에 대해 “이는 프랑스와 유럽에서 우리에게 위대한 책임감을 준 것이다”고 평가하고, “새롭고 강한 절대 다수로 변화를 위한 법을 통과 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압도적인 지지로 새롭게 태동하는 강한 정부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총선결과로 올랑드 대통령이 취임 후 추진해 온 경제개혁 정책에도 한층 더 힘이 실리게 됐다. 그는 각료들의 보수 30% 삭감을 비롯해 국영기업 경영진의 임금 제한, 연금수령 연령 60세 환원 등의 개혁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가 공약했던 100만유로 이상 소득에 75% 세금을 부과하는 부자 증세와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상향 조정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긴축 정책을 주도하는 독일에 대해 성장 정책으로의 전환을 압박할 수 있는 권한을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부여 받은 셈이다. 

탄력을 받은 성장론

지난 달 멕시코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채택된 '성장과 일자리 액션 플랜’은 올랑드 대통령의 입지를 한층 더 강화시켰다. G20 정상들은 회담을 마친 후, "강하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 있는 성장이 G20의 최우선 과제"라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유럽의 여러 정상들에게 성장론을 설득한 결과로 나온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은 ‘미국의 11월 대선을 위해 유럽의 위기를 해결하지 않고는 미국의 경제를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미국언론들이 분석했다.

이로써 외형적으로는 올랑드 대통령의 성장론이 정치적으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실질적인 해결책이 명시되지 않아, 선언적인 의미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경기 부양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독일의 협조 없이는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달 말 브러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이태리와 스페인 정상들에게 유로존에 1,200억 유로를 투자하는 ‘성장 협약 안’을 제시했다. 성장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하면서 독일과의 샅바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사회당 정권의 프랑스가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영국과의 의견충돌이다. 영국 보수당의 캐머런 총리는 프랑스의 징벌적인 부자세 안에 대해 비아냥댔다. G20 정상회담에 앞선 재계인사들과의 미팅에서 캐머런 총리가 "경쟁력 없는 고세율은 잘못된 것"이라며, 반 유모어 삼아 "프랑스가 최고 소득세율을 75%로 올리면, 영국은 탈출하는 프랑스 비즈니스를 환영하기 위해 레드카펫을 깔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올랑드 대통령은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재정 정책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을 환영한다”며, 부자세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카즈뇌브 유럽 담당장관은 “잘못 쓰여진 영국 농담”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반면, 올랑드 대통령이 매사에 너무 진지하고 유머감각이 부족하다는 평을 의식한 듯, 미셀 샤핀 노동장관은 “나는 솔직히 레드카펫을 어떻게 영불 해협을 가로질러 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흠뻑 젖을 텐데”라고 유모어로 받아 치는 여유를 보였다.

사회당 정권 순항할까?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프랑스 사회당 정권이 공약을 이행하고 순항할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독일, 영국과의 이견 외에도, 대내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공 부채가 90%에 육박하고, 프랑스가 유럽연합(EU)과 약속한 올해의 적자 목표인 GDP 대비 4.5%를 맞추려면 100억 유로가 부족한 상황이다. 2013년엔 3%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성장을 통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지출을 늘려야 하지만, 적자폭을 낮추려면 지출을 줄이고 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모순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사회당 정권이 빠른 시일 내에 경기를 부양시키지 못하고 성장률이 도리어 하락한다면, 장밋빛 공약으로 일궈낸 정치적 성과가 조기에 거품이 되어 프랑스 경제에 일대 혼란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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