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왕의 전철을 밟고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

그대의 허물은 하늘에 닿았구나!
박어상 | 입력 : 2008/07/28 [07:37]
▲ 다윗을 죽이려고 창을 던지고 있는 사울왕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낙태를 찬성하고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사람은 이미 가톨릭 신자가 아닙니다. 그런 후보에게 표를 찍지 맙시다.'
 
지난 미국 대선 직전에 세계 최대 가톨릭 tv 방송 네트워크인 미국의 ewtn에서 계속적으로 나온  홍보 내용이었다. 필자는 2004년도에 미국에서 미 대선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이 ewtn을 운영하는 가톨릭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은 현 공화당 대통령이 개신교 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낙태와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등 인간의 기본적인 윤리관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오히려 낙태와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가톨릭 신자인 민주당 후보를 반대하여 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주어 그의 당선에 한 몫을 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07년 여름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 종교 지도자들이 대거 모인 것이 보도가 되었다. 그들은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 대선 후보들 중 한 명이 그들의 신자란 사실 때문에, 그 후보가 검증 과정에서 국민들이 공감할 정도로 큰 윤리적 결함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후에 공식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종교 지도자들은 분명 신자들에게 그들의 핵심 가르침인 십계명을 지키라고 가르칠 것이다. 그들 스스로 (십계명의 제 8계명) “거짓 증언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드러내놓고 이 계명을 무시하는 그 후보를 자신들의 차기 지도자로 지지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들이 가장 절대적인 가치로 두고 있다고 착각했던 ‘하느님의 말씀’을 스스로 모욕했던 것이다. 
 
한국의 그 대선 후보를 지지했던 종교 지도자들이, 과연 상기한 미 교회 지도자들처럼 “거짓 증언을 일삼는 그는 이미 기독교(개신교) 성도가 아닙니다.”라고 대국민 홍보를 할 수 있었겠는가? 다행히도 지금에 와서야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만약 미 교회 지도자들이 당시 자신들의 종교 세력 확장이나 자기 신자 대통령 만들기에만 급급했다면 적어도 지금쯤 미국은 온 나라가 낙태와 동성애자들로 뒤덮인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 

종교적인 열정에서 한국의 개신교 지도자들이 이 나라의 복음화와 교세 확장을 원했기 때문에 개신교 신자인 그 대선 후보를 지지했다면 오히려 그는 복음화와 교세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되리라는 것을 직시해야 했었다. 왜냐하면 한국인 모두가 그가 개신교 신자란 사실을 알고 있고 그가 보여주는 악표양은 오히려 전 국민의 약 반을 차지하는 종교가 없는 이들과 다른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도 그가 믿는 개신교 자체를 불신하게 만들고 그러한 그를 지지하는 교회 지도자들까지도 한통속으로 간주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지난 번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으로 인해 믿지 않는 많은 이들이, 심지어 의식있는 개신교인들까지도 그 피랍되었다 석방된 이들 때문에 그들이 소속된 한국 개신교 전체를 비난하였던 것과 같은 이치이며, 그 대선 후보도 같은 결과, 아니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예전에 간디는 그리스도는 존경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싫다고 하였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계명대로 '착하게 살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의 종교만 강요하는 독선을 보이고 인도인들을 지배한 식민주의자들 뒤에 선교사들이 뒤따라 들어와 정치권력이 주는 이점을 선교에 이용하는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인도는 아직도 국민 대다수가 힌두교를 믿는 나라로 남아있음을 개신교 지도자들은 음미해 볼 일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과 관련해서 그곳에서 세상을 달리한 배 목사는, 조선이 금한 천주교를 죽음으로써 증거한 김 대건 신부와 6.25 때 공산당이 금한 기독교 신앙을 죽음으로써 증거한 손 양원 목사와 함께 순교자의 대열에 든다고 볼 수 있다. 그도 이슬람국 아프가니스탄이 금한 신앙을 죽음으로써 증거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사무엘 시대의 일이었다. 이스라엘 원로들은 그들 스스로 사무엘에게 왕을 세워달라고 졸랐다. 그러자 사무엘은, '왕은 그들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군인으로 만들고 여러 노역에 부릴 것이며 딸들도 데려다가 일을 시키고, 그들에게서 세금을 징수하고 그들마저 종으로 삼을 것이니, 그 때에 가서야 스스로 뽑은 왕에게 등을 돌리고 울부짖을 것이지만 그 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 원로들은 사무엘의 경고를 무시하였고, 결국 사울이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으로 등장하였다. 물론 그도 하느님을 머리로는 아는 이스라엘 사람의 하나였다. 그러나 사무엘이 경고했던 대로 사울이 계속해서 하느님의 분부와 계명을 지키지 않자 하느님의 말씀이 사무엘에게 내렸다.
 
"나는 사울을 왕으로 삼은 것을 후회한다. 그가 나에게 등을 돌렸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다."
 
결국 하느님의 영은 사울을 떠났고 그는 한 전투에서 스스로 자결함으로써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였다. 그 전에 이미 사무엘은 다윗에게 왕의 표지로 기름을 부었는데,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하고 넓은 나라를 만든 이가 바로 그 다윗 왕이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역사에서 현재의 상황을 비추어보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기 때문이다. 왕을 달라고 졸랐던 이들이 이스라엘의 원로들이었듯이, 지금 현대통령이 등장하는데 중심 역할을 한 이들은 바로 많은 목사들과 그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신자들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스라엘 원로들이 사울을 원했던 것은 외적에게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였고, 한국 개신교가 그를 원했던 것은 그가 교회 장로이기 때문에 그를 통해 이 땅을 개신교화 하려는 원의에서였다. 여기까지는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 개월된 대통령의 지지도가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정도인데, 이는 이라크전이라는 업보까지 안고 있는 임기 말의 미 대통령조차 지지율이 28%인 것과 비교한다면, 현 대통령의 언행 하나 하나와 정책 하나 하나가 얼마나 하느님과 국민을 거스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본시 민심은 천심이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법이다. 예컨대 그는 전문가를 포함한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를 고집하여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계속 조삼모사격으로 국민을 기만을 해왔고, 미 국민도 먹지 않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와 광우병발생물질 부위까지 수입하겠다고 했던 것은 한 마디로 자국민에 대한 애정이 없음을 뒤늦게 국민들이 깨달은 것이다.

더 탄식할만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일은 이에 대해 국민들이 반발하고 촛불 집회를 갖자 군사 독재 정권 때나 보았던 중상자들을 속출시키고 있는 폭력 진압, 수 백 명의 시위자 연행, 언론 장악을 위한 조치들을 버젓이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경고했던 대로 이제야 국민들은 막무가내 지지했던 그 지도자에게 등을 돌리고 부르짖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 개신교는 구국 기도회를 서울 시청 앞에서 가진 바 있었다. 처음에 나라를 위한다는 소식에 흐뭇하기까지 했지만, 평소 필자가 존경했던 한 원로 목사는 "...예수 믿는 장로가 국민을 못살게 할 리가 있겠느냐"고 하는가 하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의사들과 한의사들까지 반대 시위를 하는 그 문제의 쇠고기에 대해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괴담이 나돈다며 오히려 집회 참석자들을 무시하는 씁쓸함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발언들이 주 언론은 차치하고라도, 회원 수 20만 명이 넘는 인터넷 카페 사이트에도 올라 많은 이들의 빈축을 샀다는 사실을 아는가.
 
사실 그 원로 목사를 포함한 많은 목사들과 개신교인들이 그를 결사적으로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나라의 복음화, 정확히는 이 나라의 개신교화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하느님의 계명과 국민의 정당한 요구와 인권마저 거듭 무시하는 그를 교회 지도자로서 질책하고 조언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반기독교적, 반민족적 행보를 감싸고돎으로써 이를 지켜보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이들은 개신교의 선교 대상이었음)은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과연 한국 개신교가 바라던 대로 이들을 선교할 수 있겠는가. 최근 몇 년째 인구 센서스에서 개신교의 숫자가 정체 내지 감소 상태인데 그 원인을 이제는 회복 불능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현 상황에 대해 성경의 지적은 놀랍기만 하다.

"사람들은 그 입술(주: 당시 이스라엘 종교 지도자들)만 쳐다보면서 인생을 바르게 사는 법을 배우려고 하였다. 그런데 너희는 바른 길을 떠났다. 법을 가르친다면서 도리어 많은 사람을 넘어뜨렸다. 레위와 맺은 나의 계약을 깨뜨렸다. 만군의 야훼(여호와 하나님)가 말한다. 그래서 나도 너희를 동족에게서 멸시와 천대를 받게 하였다. 나에게서 배운 길을 지키지 않았고, 법을 다룰 때 인간차별을 한 탓이다."(말라기 2)
 
역사에서 배우기 위해 다시 부끄러운 고백을 해야 하겠다. 어느 날 산행에서 만났던 그 독일인 강사로부터, "히틀러가 처음에는 힘이 없다가 후에 독일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총통으로 등장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당시 독일 교회 지도자들의 압도적 지지로 히틀러가 등장하였고, 교회 지도자들이 지지하기 때문에 한 독일인 소녀는 전쟁을 일으킨 히틀러를 위해 기도까지 하였다고 술회한 글을 책에서 읽은 바 있다. 
 
교회 지도자들 스스로 자주 부르짖듯이 각성과 변화만이 살 길이다. 필자는 아직도 뉴욕 타임즈가 보도했듯이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선교사 파견국의 위업을 이룬 한국 개신교가 자랑스럽다. 따라서 자신들이 한 때 잘못 선택한 이가 여호수아가 아닌 다윗의 전임자였음을 제대로 직시하고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새로운 다윗 대통령을 맞도록 준비하고 기도한다면 지금 개신교와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 속에서 몸부림치는 대다수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동족에게서 멸시와 천대만을 받을 것"이다. 
 
추신: 7월 3일 천주교 사제단의 바통을 이어 한국 기독교 목회자들과 신자 1만명이 촛불 집회를 갖는 자리에서, 상기한 목사들이 주도했던 지난번 시국 기도회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함께 현 정권의 인권 탄압을 질책하자 이를 지켜본 비기독교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기 시작했음.   
 
"그것들이 나의 제단에 오르므로 나는 마음이 즐거워
영화로운 나의 집을 더욱 빛내리라."(이사야)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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