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럽, 경제는 함께, 정치는 각자?

김지호 | 입력 : 2013/04/25 [12:27]
지난달 브뤼셀에서 열린 EU정상회담에서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일부 이견은 있었으나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해 지출을 늘려 긴축을 일부 완화하기로 합의하면서 경제 공동체로서의 면모를 확인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해결책을 두고 주도국들 간의 정치적인 입장은 확연히 갈렸다.

 

영국과 프랑스가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는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국은 2년 전에 시작된 시리아의 민중봉기가 해결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인명피해만 늘어나고 있다면서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리아의 내전으로 이미 7만 명의 사망자와 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반군에 대한 무기지원을 위해 시리아에 대한 무기금수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독일을 비롯한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의 반대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EU가 무기 금수해제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영국과의 협조만으로도 반군에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캐머런 영국 수상도 “우리가 독자적인 행동을 취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국익이고 자유롭게 실행할 수 있다”고 호응했다. 독일은 반군 내부에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이 있어 무기가 이들에게 넘어갈 우려가 있고, 또 반군도 전쟁범죄를 저지를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둘이 입장을 바꿨다는 사실에 나머지 스물다섯이 그걸 따르기엔 충분치 않다”며 우회적으로 반대의 뜻을 표현했다.  

강경한 영국과 프랑스, 주저하는 독일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 보면, EU에서 실질적인 군사 강국인 영국과 프랑스와는 달리 독일은 시리아 사태개입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에 비해 아프리카와 중동에 식민지를 거느렸던 영국과 프랑스는 지역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양국은 시리아 정부군에 러시아와 이란 등이 암암리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만이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양국 정상들은 EU에서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학살이 자행되는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영국은 2011년 4월에 합의되었던 무기금수 조치의 만료시한이 올해 5월말로 다가옴에 따라, 예상되는 연장 결의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할 의향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캐서린 애슈턴 EU의 외교 정책 수석은 무기금수 철회로 아사드가 협상테이블로 나오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영국과 프랑스에 신중할 것을 촉구했다. 그녀는 “무기를 전장에 공급하면 상대방도 그렇게 할 것 같은가, 아닌가? 아사드의 반응은, 지금까지 했던 것으로 보아, 살육을 멈출까, 아니면 더 빨리 진행할까?”라며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EU 국가들의 동의를 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대론자들은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이 시리아 정부에 대한 러시아와 이란의 무기공급을 더 부추겨 무기경쟁을 촉발시키고, 이러한 무기들이 이슬람 과격주의자들 손에 들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발하는 러시아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의사를 밝힌 영국에 대해 러시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런던에서 열린 영국의 외무장관, 국방장관과 러시아의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반란군에 대한 무기 공급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영국의 윌리엄 헤이그 외무장관과 필립 하몬드 국방장관은 반군의 무장 가능성을 배제 하지 않겠음을 명확히 하면서 “우리가 하려는 일들은 합법적이고 국제사회에 적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처음부터 시리아 정부를 지원해 왔다. 냉전 이후에도 철수하지 않은 러시아의 해군기지가 항구도시인 타르투스에 있는 시리아는 러시아에게 군사적으로도 밀접하고 중요한 관계다.  

시리아를 중동 및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중국도 아사드 정권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 역시 시리아의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과 같은 시아파인 이란은 레바논의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친 아사드정권 민병대에 훈련과 자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에게는 출구가 될까?

강대국들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시리아사태는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이미 100만 명을 돌파한 난민이 내전이 지속되면 올해 말에는 2~300만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계획대로 반군에 대한 무기 공급이 이루어진다면 그 피해규모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중동의 화약고가 되어 꺼지지 않는 불길이 붙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오랜 경기 침체에 시달려 온 유럽에게는 오히려 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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