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실현 될까?

김지호 | 입력 : 2012/11/25 [13:39]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2014년 가을에 실시하기로 했다. 이로써 스코틀랜드가 1707년 연합법에 따라 자치권을 보장받고 잉글랜드와 합병하여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 왕국을 이룬지 300년 만에 분리 독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제1장관은 지난달 에딘버러에서 만나 이 같은 주민투표 실시 협정문에 서명했다. 새먼드 장관은 분리독립에 대해 단순히 찬반 의견만 묻자는 영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했고, 캐머런 총리는 투표연령을 현행 18세에서 16세로 낮추자는 스코틀랜드의 요구를 받아 들였다. 전격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양측이 서로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루어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2014년은 스코틀랜드가 영국과 독립전쟁을 벌여 대승을 거뒀던 배넉번 전투 700주년이 되는 해다. 1314년 스코틀랜드군이 스털링의 배넉번에서 잉글랜드군의 침공을 막아 낸 배넉번 전투는 스코틀랜드 인에게 기념비적인 역사다. 1960년대에 로이 윌리엄슨이 작사 및 작곡한 ‘스코틀랜드의 꽃’은 배넉번 전투의 승리와 잉글랜드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희망을 노래한 곡이다. 이 곡은 현재 공식 국가는 아니지만 사실상의 국가처럼 애창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새먼드 장관은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2014년이 현재 30% 정도에 머물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대한 지지 여론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해로 보고 있다. 

불붙는 찬반 논쟁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예스 스코틀랜드' 캠페인을 내걸고 독립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BBC 스코틀랜드의 전 CEO 젠킨스씨는 “우리가 독립 투표의 기회를 가진 유일한 첫 스코틀랜드 세대라는 것은 환상적인 일”이라며, “후손들에게 스코틀랜드 독립이라는 더 나은 유산을 물려 줄 수 있게 됐다”고 주민투표 합의를 환영했다. 그는 “찬성과 반대의 확고한 그룹들이 있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으나 관심이 있고 더 들은 후 확신을 원하는 층이 상당히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반면,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립정부는 '함께 더 좋게'라는 구호로 분리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노동당의 알리스터 달링 전 재무상은 “스코틀랜드가 현재 개방적인 단일 시장을 갖고 있는데 독립을 하면 자체적인 금융제도를 가져야 한다.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하려는 지를 스스로 반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또, “지금처럼 영국의 간섭 없는 경제 연합체에서 영국의 승인이 필요한 금융제도로 가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농노화”라며, “왜, 스코틀랜드의 시민들이 스코틀랜드인이냐 영국인이냐의 선택을 강요 받아야 하느냐? 왜, 스코틀랜드가 연합을 포기하고 불확실한 미래로 가려 하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경제의 결속, 문화적인 결속, 세계에서의 영국의 영향력이 영국이 함께해야 하는 세가지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투표 수용은 영국 정부의 승부수

영국 정부가 주민투표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분리독립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독립에 대한 불확실성이 영국의 정치, 경제에 이로울 것이 없다고 판단한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 조기 실시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양자의 합의는 주민투표에서 부결되더라도 찬성률이 높으면, 이를 근거로 더 많은 자치권을 요구하겠다는 스코틀랜드의 속셈과, 설문을 찬성과 반대로 단순화 시켜 분리의 부담을 높여 부결을 유도해 더 이상의 논란을 끝내겠다는 영국 정부의 계산이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스코틀랜드 파이프(Fife) 지역의 자민당 의원 맨지즈 경은 ‘영국 안에서의 강한 스코틀랜드’라는 연방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300년 전에 제정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간의 연합법을 폐지하고 연방 국가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다. 그의 연방제는 외교, 국방, 국가복지는 연합 정부에 남기고, 재정을 비롯한 나머지 모든 권한을 스코틀랜드 정부에 넘기자는 안이다. 그는 “연방제만이 독립 열망에 대한 대답”이라고 주장했다. 이 절충안은 ‘전부 아니면 전무’의 게임을 벌이고 있는 양측의 목소리에 묻혀 아직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정부의 예산에서 중앙 정부에서 제공하는 매년 300억 파운드(약 54조원)의 보조금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가 분리 독립하게 되면 보건, 연금 등의 국가적인 복지 혜택을 잃게 될 것이라며 반대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같이 중앙정치무대에서 활약했던 스코틀랜드 출신 전직 수상들이 영국 잔류 여론을 조성하는데 영향력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는 북해유전을 가져오면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독립을 해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독립이슈의 본질은 경제 이기주의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로 이루어진 연합 왕국(United Kingdom)의 붕괴를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북아일랜드와 웨일즈의 독립 움직임도 본격화되어 영국은 잉글랜드라는 소국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스코틀랜드는 인구가 6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전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핵잠수함 기지가 위치한 군사적인 요충지다. 더욱이, 200억 배럴 상당의 석유와 막대한 가스가 있는 북해 유전의 소유권이 스코틀랜드로 넘어가게 되면 영국은 막대한 재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스코틀랜드의 분리는 영국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재앙이다. 따라서, 스코틀랜드가 설사 주민투표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스코틀랜드의 완전한 분리 독립이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현재로선 연방제 정도가 영국이 양보할 수 있는 최후의 선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스코틀랜드의 분리 문제가 재점화 되는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이 있다. 비록 700년 전 전쟁을 겪었지만,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와 같이 주인공 웰레스가 분노했던 차별과 억압에 대한 반감은 지금의 스코틀랜드 인들에게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리 독립 이슈의 본질은 경제 위기로 증폭되는 지역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 핵심에는 스코틀랜드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북해 유전과 이전을 원하는 핵잠수함 기지가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스페인의 카탈루니아, 벨기에의 플랑드르 등에서도 분리 독립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코틀랜드의 독립 시도는 유럽의 지형을 흔드는 메가톤급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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