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부유세 강행, 성공할까?

김지호 | 입력 : 2012/10/25 [13:50]
프랑스에 성장과 부자증세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이 들어선지 4개월이 흘렀다. 숱한 반대에도 무릅쓰고 올랑드 대통령은 연 100만유로가 넘는 고소득자에 대해 75%의 세금을 강행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2013년 예산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부유세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부유세율 인상 결정이 발표된 다음날, 프랑스 최고 부자인 루이비똥, 크리스찬 디올 등 명품 브랜드 60여 개를 거느린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벨기에 국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유세에 대한 논쟁이 다시 달아 올랐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그는 부유세 도입에 반대를 표명해왔다. 1981년에는 고소득자 증세를 공약한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 당선에 반발해 미국에 3년 동안 거주했던 전력이 있다.

부유세 강행에 고조되는 갈등 

이를 두고 우려했던 부유층들의 프랑스 탈출행렬이 시작된 것이라면서 부자세 반대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사르코지 정부에서 부자감세를 주도했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사회당과 올랑드 대통령릏 향해 “우둔한 결정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이라며 공격했다. 그는 “새로 적용하려는 세금정책이 프랑스의 노하우와 성공을 상징하는 세계 최고 기업의 대표자의 국적변경을 유발시켰다”며 날을 세웠다. 반면, 올랑드 대통령은 텔레비전에 출연해 “우리가 프랑스인임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므로, 그는 다른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헤아려야 한다”고 아르노 회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프랑스 좌파 언론들은 아르노 회장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리베라시옹’은 미소를 지으며 빨간 여행가방을 들고 있는 아르노 회장의 사진에 “꺼져, 이 부자 멍청이야”라고 제목을 박은 머리기사를 게재했다. 이는 2008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악수를 청했던 남자에게 “꺼져, 이 가난한 멍청이야”라고 중얼거렸다가 방송에 잡혀 곤혹을 치렀던 것을 빗댄 것이다. LVMH은 즉각 “아르노 회장이 자신을 모욕한 리베라시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 국적 포기를 부인했다. 그는 “프랑스의 납세 시민으로 남아 재정의무를 다 할 것이며, 이중 국적의 취득은 벨기에서의 민감한 사업의 확장과 개인적인 이유”라고 해명했다.

가시화되는 프랑스 엑소더스

벨기에는 아르노 회장의 국적신청을 쌍수를 들고 반기는 입장이다. 벨기에 일간지 ‘라 리브르 벨지끄’는 “환영, 아르노” 라는 1면 머리기사에서 “억만장자는 브뤼셀 교외에 이미 여러 달 동안 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한편, 벨기에 이민당국은 프랑스의 반감을 의식한 듯, “현재 47,000건의 신청서가 먼저 접수되어 있다”며, “아르노의 국적 신청서는 다른 사람들과 똑 같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도 "프랑스가 최고 소득세율을 75%로 올리면, 영국은 탈출하는 프랑스 비즈니스를 환영하기 위해 레드카펫을 깔 것”이라고 캐머런 총리가 지난 6월 G20 정상회담 시 재계인사들과의 미팅에서 발언해 프랑스를 자극한 바 있다. 실제로 올랑드 대통령 당선 이후 영국 런던의 첼시와 사우스 켄싱턴 지역에 프랑스인들의 유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 지역들은 프랑스인들 수만 명이 거주하는 인기지역으로서 ‘리틀 빠리’라고도 불려진다. 프랑스의 높은 세율을 피하기 위한 피난처로는 인접국 스위스로도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스위스는 유로존 국가는 아니지만 세금이 낮고 벨기에와 같이 프랑스어를 사용할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이렇게 높은 세금을 피해 프랑스를 떠나는 부자들이 한해 1만 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75%의 부자세를 강행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그 수가 급격히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프랑스를 떠나는 계층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최상위 엘리트 인력이라는 점이다. 또한, 견문도 넓히고 돈도 벌기 위해 해외로 나간 야망을 가진 20대 우수한 젊은이들이 세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돌아오지 않고 현지에 정착할 것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올랑드 정권의 난제, 증세와 성장

올랑드 대통령은 2년 후에는 경제가 정상화 될 것이라면서 고세율 정책은 그때까지의 한시적인 조치라고 밝히고 있으나, 대다수 국민들은 그 말을 별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3개월 만에 급락하기 시작하면서 회복하지 못하고 현재 50%를 밑돌고 있다. 이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집권초기 지지율 60%에도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더 안 좋아졌다고 답한 반면 좋아졌다는 평가는 20%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환경에서 올랑드 대통령이 만만치 않은 조세저항을 이겨내고 부자 증세와 성장 공약 모두를 순조롭게 달성할 수 있을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증세와 성장이 동시에 이루기에는 쉽지 않은 난제이기 때문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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