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영국의 숙원을 이룬 윔블돈 챔피언전

김지호 | 입력 : 2013/08/05 [03:24]

런던 남서쪽에 위치한 테니스의 성지 윔블던에서 개최되는 챔피언전(The Championships)은 영국 스포츠의 자존심이다. 1877년부터시작해 매년 6월말부터 7월초까지 열리는 윔블던은 다른 세계 4대 그랜드 슬램 테니스 대회인 US 오픈,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에 비해 가장 오래되고 최고의 권위를 가진대회로 꼽힌다. 올해 대회에선 영국 선수인 앤디 머레이가 우승하면서 영국은 온통 축제분위기에 빠졌다.

 

윔블던은 그랜드 슬램 대회들 중 유일하게 아직도 잔디 코트를 사용하고 있고 선수들은 반드시 흰색 복장을 지켜야하는 오래된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가 열리는 센터 코트는 최상의 잔디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대회기간인단 2주 동안만 개방한다. 또한 고상하고 깨끗한 이미지 유지를위해 코트 주변엔 일체의 상업광고를 금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500억원 가량의 흑자를 내고 있다. 주수입원의 절반이상은 전 세계에서 6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TV 중계권료가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주 수입원은 13개 분야의 공식 후원 업체로부터의 후원금이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도 이익(Profit)이라 하지 않고 잉여(Surplus)라고 부르면서 자칫 스포츠가 상업화에 물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세계최고의 테니스 대회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한 이러한 노력들 덕에 챔피언전 우승은 세계 정상급 테니스 선수들의 로망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6번의 단식3번의 복식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세계랭킹 1위였던 스웨덴의 스테판 에드베리는 “그랜드 슬램 4개 대회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다른 대부분의 선수들처럼 윔블던을 택할 것이다. 전통이 있고 분위기가있으며 신비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최근까지 세계랭킹 1위로서 지난해 윔블던 챔피언인 스위스의 로저 패더러는 “꿈에서도기대하지 않았던 윔블던 우승을 2003년에 처음 이루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을 내 아이들이 보고있었을 때 꿈인지 생시인지 싶어 충격에 빠졌었다”고 회고했었다.

 

세계 최고, 그러나 77년 만에 이룬 숙원 

 

하지만 이렇듯 세계 최고의 대회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의 자부심을 훼손해온 것은 정작 영국은 지난 1936년 프레드 페리 이후 챔피언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를빗대어 자국에서 외국기업이나 외국계자금이 시장을 장악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윔블던 효과’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티켓이 없는 팬들은 센타코트 위에 위치한언덕에 모여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데, 자국 챔피언의 탄생을 갈망해온 영국인들은 이 언덕을 기대주였던팀 헨먼의 이름을 따 헨먼 언덕이라고 불렀다. 그는 준결승까지 4번진출했으나 원하던 트로피는 만져보지 못하고 2007년 은퇴했다. 이후2009년 세계랭킹 2위에 오른 20대 중반의 앤디 머레이에 기대를 모으며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이 언덕을 머레이 언덕이라고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2년 시합에서 76년만에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던 머레이가 패더러에게 3대1로 역전패를당한 후, 승자를 축하하고 지지해준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자 경기장과 언덕은 울음바다가되었었다. 그 역시 번번히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윔블던 효과는 점차 징크스로 변해 가고 있었다. 이후 그는 작년 올림픽 금메달과 US 오픈에서 첫 그랜드 슬램 우승을기록했고 올해 윔블던 챔피언전에서 세계랭킹 1위인 세르비아의 조박 조코비치를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 올려 영국인들의 77년 묵은 한을 풀어주었다. 이날 경기에 참관했던 캐머런 총리는우승이 확정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다음날 머레이를 관저로 초청한 캐머런 수상은 “윔블던에서 역사적인 우승을 이룬 앤디 머레이는 기사작위를 받을 자격이 있다. 서훈은독립적으로 결정되겠지만, 그 외엔 누구도 자격 있는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치하했다.

 

스포츠 산업의 블루 칩 머레이 브랜드

 

스코트랜드 출신으로서 영국의 자존심을 되찾아 준 머레이의 시대는 이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8번의 그랜드 슬램을 우승했던 안드레 아가시는 “그가 다른 세대였다면이미 다수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는나달, 조코비치, 페더러 의 톱3가 우위의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머레이가 그들과 겨룰 능력이 있다고믿는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머레이의 수익력은 치솟을전망이다. 그는 윔블던 우승 상금으로 지난해 패더러가 받았던 상금액보다 40%가 인상된 160만파운드(약 27억원)를 받았다. 반면그가 내년도에 경기외적으로 벌어 들일 금액은 1,500만파운드(약 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스포츠 마케팅 에이전시들은 예상하고 있다. 77년 만의 영국 윔블던 챔피언이라는 명성에 더해 US 오픈 우승과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머레이는 스포츠 산업의 블루칩이다. 특히 축구와는 달리 테니스는 미국인들에게도인기가 높아 시장의 규모가 막대하다. 특히 머레이에겐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다는 남다른강점이 있다. 그는 9살 때 17명의 희생자를 낸 1996년 스코틀랜드 던블레인 초등학교의 비극적인학살사건을 겪었고, 이 영향으로 말도 없이 테니스에만 열중해서 ‘시무룩한스코틀랜드인’으로 취급 받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들은 2012년 윔블돈 결승전에서의 눈물로 얼룩진 좌절 스토리와 함께 포스트 데이비드 베이컴을 위한 머레이 브랜드를형성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에이전시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앤디 머레이가 앞으로 몇 년간 선전해 준다면가장 수입이 많은 영국 스포츠 스타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머레이의 활약은영국 스포츠 산업과 관련분야 전반에 막대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1937년부터 윔블던 독점 중계권을갖고 있는 BBC는 머레이의 준결승전을 1,320만명이 시청하여올해 영국 TV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데 이어, 결승전은 1,730만명이 시청하여 그 기록을 갱신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BBC가 내심 웃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2017년까지로되어 있는 중계권에 대해 윔블던 구장주인 All England Club 측은 2017년 이후에 BBC 의 방송권은 개런티할 수 없다면서 상황과예산에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인 BBC의스포츠 방송 예산은 2년 전에 비해 20% 줄어 든 2억4천만 파운드(약 4천억원)로서 SKY와같은 상업방송과는 경쟁할 수 없이 적은 규모이다. 따라서 BBC가상업적인 논리에 의해 중계권을 연장하지 못하고 상업방송에 빼앗긴다면 2017년 이후에는 일반 시청자들의무료관람은 불가능해 진다. 비 상업주의를 표방해온 윔블던 챔피언전이 국민정서와 상업화의 유혹 사이에서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변화를 머레이가 일으킨 나비효과라고도 할수 있을 것 같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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