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김지호 | 입력 : 2013/10/05 [03:30]

영국경제의 회복세가 완연하다. 서비스업과 제조업 생산이 늘어나면서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실업률은 하락하고 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영국경제가 코너를 돌고 있다’며 각종 비난을 무릅쓰고 추진해온 긴축정책이 성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각종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영국통계청은 2분기 경제성장률을 예상치보다 약간 높여 0.7%로 수정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최고치이며 1분기에 비해 0.6% 증가했다. 지난해 동분기와 비교하면 1.5%나 늘어난 것이다. 2분기 수출은 1분기에 비해 3.6% 증가하며 성장률 증가를 견인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입도 2.5% 증가했지만 무역수지 적자폭은 줄어든 셈이다. 서비스, 제조업, 농업과 건설업도 2분기에 모두 증가했다. OECD도 올해 영국의 성장률 전망을 0.8%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지표들은 영국 경제가 2009년 경기후퇴 이후 침체기를 벗어나는 모멘텀을 얻었다는 것을 입증해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서비스업은 2009년 이후 다른 부문들이 축소될 때도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7월까지 3개월간의 실업률도 7.7%로 그전 3개월에 비해 24,000명이 줄어들어 0.1% 하락했다. 하지만 시간제 근무자는 145만명이 늘면서 199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중 남자의 30%, 여자의 13%는 풀타임 직업을 구하지 못해 시간제로 일하는 것으로 조사돼 불완전한 고용으로 파악됐다.

 

붐이 일어나는 제조업

 

시들어 가던 영국 제조업 분야에도 다시 봄이 찾아왔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마르키트/칩스(Markit/CIPS)는 최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7.2로 뛰어 올랐다고 발표했다. 확장과 축소의 기준점이 50인 것을 감안하면 완연한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확장세는 지난 반년간 지속되어 왔고 2011년초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마르키트의 롭 돕슨 수석 경제전문가는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와 더불어 유로존의 거래 파트너들의 성장으로 주문과 생산이 지난 20년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영국의 공장들에 다시 붐이 일어나고 있다”고 표현했다. 베렌베르그 은행의 롭 우드 수석 경제전문가는 “이는 소비자가 이끄는 불티나는 회복세인데 여기에 수출증가는 금상첨화”라고 분석했다. 전망의 한가지 취약점은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제조업 생산 코스트의 인플레이션이다. 그는 “강한 성장세가 영국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이자율을 올리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경기부양을 위해 실업률이 7%까지 떨어질 때까지 향후 수년간은 2009년부터 유지해온 역대 최저인 현행 금리 0.5%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머빈 킹 전 총재의 후임으로 지난 7월에 경제회복을 위해 전격 발탁된 선제 안내의 선구자인 카니 총재는 캐나다인으로서 첫 외국인 총재다. 선제안내는 중앙은행이 미래의 정책방향을 시장에 선제적으로 밝히는 것으로서 예측할 수 있도록 해서 급격한 시장의 변동을 막는 제도다. 그는 2009년 당시 캐나다 중앙은행에 선제안내제를 시행해 인접국 미국의 경기침체 영향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예외적인 조항들이 있지만 향후 수년간 영국의 금리는 저금리를 유지하고 파운드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경기회복시 수반되는 인플레이션 압박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성공한 부동산 정책

 

한편 부동산 시장에도 열기가 되살아 나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상황이 좋아졌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부동산업 종사자수는 1978년 이래 최대인 56만명을 상회하고 있다. 조지 오스본 장관이 “영국 경제가 코너를 돌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낸 것은 호황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국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트리플 딥의 공포에 시달리던 영국 정부는 과감한 주택 구매지원(Help to Buy) 정책을 시행했다. 신규 주택 구매자에게 집값의 20%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 주는 제도다. 내년 1월부터는 모든 주택 구매자들에게 최대 60만 파운드까지 대출을 해주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건설업과 서비스업 등 연관산업들의 상황도 좋아졌다. 카니 중앙은행 총재의 저금리유지 발언도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영국 경제의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감을 회복한 보수당 정권

 

올해 초까지만 해도 퇴진 압박에 시달렸던 조지 오스본 장관은 “영국 경제의 회복세는 그 동안의 긴축정책이 성공한 결과로서 내가 옳았다”며 “노동당은 왜 경제가 위기를 넘겼는지 설명할 수 없다”고 긴축정책에 반대해왔던 노동당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이에 대해 노동당의 에드 밀밴드 당수는 “재무장관은 밖에 나가 자신이 경제를 구했다고 외치고 있다. 나라의 절반 이상의 지역들에서 실업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완전 자아도취고 오만이다”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캐머런 수상은 “그들은 실업률이 내려가지 않고 올라 갈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공공기관 일자리가 줄어든 것을 민간부문의 일자리 증가로 만회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어느 한가지도 맞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앞으로 특별한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로선 보수당의 판정승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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