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상륙한 셰일가스 돌풍

김지호 | 입력 : 2014/02/05 [03:41]

산업혁명 이후 에너지에 늘 목이 말라왔던 인류에게 석유와 천연가스는 가장 중요하고도 편리한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과도한 소비로 인한 전통에너지원의 고갈과 대체 에너지로 각광을 받았던 원자력의 사고위험에 대한 우려로 셰일가스가 새로운 미래에너지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 셰일가스 돌풍은 최근 영국을 거쳐 유럽대륙에도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비전통가스인 세일가스는 지하 2~4km 깊은 곳에 모래와 진흙이 쌓여 퇴적된 퇴적암인 셰일층에 들어있는 메탄가스가 주성분인 천연가스의 일종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통 천연가스는 셰일층에서 생성된 후 오랜 세월 동안 암석층을 투과하여 지표면 방향으로 이동해 그릇을 엎어 놓은 형태의 배사구조 암반등에 고여있는데 비해, 셰일가스는 셰일층 위에 불투과 암석층이 있어 빠져나가지 못하고 셰일암의 미세한 틈새에 갇혀있다. 셰일가스는 1800년대에 발견되었지만 천연가스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고 딱딱한 암석 안에 수평으로 넓게 퍼져 있어 채굴이 어렵고 경제성이 없어 주목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수평정 시추 기술의 발전과 수압을 이용한 혁신적인 파쇄(Fraction) 기술의 개발로 채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상용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파쇄공법을 사용하면 셰일층에 있는 타이트오일이라는 원유도 함께 채굴할 수 있다. 전통천연가스에 비해 세일가스는 전세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현재 파악된 셰일가스 가채자원량은 천연가스와 비슷한 1,600억 톤으로 전 세계가 60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잠재 매장량을 고려하면 셰일가스는 향후 200년을 좌우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셰일가스 채굴이 본격화 되면 세계는 가스 황금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셰일가스 개발이 장미빛 미래만을 선물하는 것은 아니다. 수압파쇄법이 셰일 암석층을 수평으로 뚫고 들어가 화학약품을 섞은 다량의 물과 모래를 고압으로 분사해 암석층에 균열을 일으키는 공법이라 지하 암반이 훼손되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화학물질이 함유된 대량의 폐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셰일가스 개발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물 대신 LPG 겔(GEL)을 사용하여 물의 사용량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뛰는 영국, 외면하는 프랑스, 미적미적 독일

 

셰일가스 개발의 선두 주자는 단연 미국이다. 2000년대 초부터 셰일가스 채굴에 박차를 가했던 미국은 채굴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9년부터 러시아를 제치고 천연가스 1위국으로 등극했고 세계최대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수출국이 되었다. 반면 유럽은 환경적인 이유로 셰일가스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으나 지난해부터 EU환경위원회는 환경적인 이유로 수압파쇄를 금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유럽연합은 현재 수압파쇄법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영국,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은 셰일가스 개발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북해의 유전은 고갈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나 해저 셰일가스 매장량은 세계적인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가스수요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독립의 열망이 그 누구보다 강렬하다. 반면 프랑스는 환경적인 이유를 들어 셰일가스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전력수요의 75%를 보유 원전 59기에서 생산하는 원자력 강국이라 주 사용용도가 발전인 셰일가스가 다른 나라들처럼 크게 아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출하는 서유럽 제1의 농업국인 프랑스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수압파쇄 기술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최대 정유업체인 토탈은 지난 달 영국 중동부지역 링컨셔의 두 셰일가스 광구에 탐사 및 개발을 위해 4,800만 달러(약 51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지질연구소는 이 곳에 영국이 50년 동안이나 쓸 수 있는 양인 1300조 입방피트의 셰일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이 지역에 셰일가스 매장이 확인된 후 투자 유치를 위해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에 따른 소득세율을 62%에서 30%로 낮추는 대대적인 세금 지원책을 제시해 왔다. 지역민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수익금의 배분도 약속했다. 그러나 영국 셰일가스의 생산 원가는 미국에 비해 2배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되어 최종 소비자 가격의 감소에는 큰 기여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정부가 환경론자들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셰일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에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무기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장기적인 포석이 깔려 있다. 이에 더해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해 미국의 경우처럼 제조업을 부활 시키고자 하는 전략도 내포되어 있다. 2022년 까지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독일은 셰일가스에 관심은 있지만 엑손 모빌과 추진해온 프로젝트에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해야 하는 비용부담이 늘어나면서 잠정 중단상태가 되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명운을 가를 에너지혁명의 파도  

 

그러나 미국발 셰일가스 돌풍이 유럽에서는 미풍으로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과 달리 유럽의 셰일층은 인구밀집 지역에 분포되어 있고 개발된 셰일가스 채굴 기술들이 수질 및 토양오염을 수반하고 있어 환경을 중시하는 유럽에서는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채굴 기술은 갖추고 있지 못하지만 미국의 두 배에 가까운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갖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인도, 남미 등에서도 개발이 본격화 되기 시작하면 유럽도 환경 타령만 할 여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쓰나미 같은 에너지혁명의 파도를 어떤 각도에서 타느냐에 따라 전진과 난파의 길로 명운이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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