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눈물의 대국민담화 발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머리 숙여 사죄
이연주 기자 | 입력 : 2014/05/21 [01:27]
“세월호 침몰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
 
박 대통령은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이같이 국민들 앞에 사과했다.
 
이번 대국민담화는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4일째에 이뤄지는 것이며, 지난해 취임 이후로 세 번째 발표되는 담화다.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국무회의 석상 등이 아닌 ‘직접적인’ 형식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공식적으로 표하는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한 달여 동안 국민 여러분이 같이 아파하고, 같이 분노하신 이유를 잘 알고 있다”며 “살릴 수도 있었던 학생들을 살리지 못했고, 초동대응 미숙으로 많은 혼란이 있었고, 불법 과적 등으로 이미 안전에 많은 문제가 예견됐는데도 바로 잡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하고 분노하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 피지도 못한 많은 학생들과 마지막 가족여행이 되어 버린 혼자 남은 아이, 그 밖에 눈물로 이어지는 희생자들의 안타까움을 생각하며 저도 번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나날이었다”며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그 가족들의 여행길을 지켜 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비애감이 든다”고 사죄했다.
 
박 대통령은 “그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월호 침몰사고 초기 대응 부실 논란을 빚고 있는 해경에 대해서는 해체하기호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해경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사고 직후에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인명 구조활동을 펼쳤다면 희생을 크게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경의 구조업무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면서 “그 원인은 해경이 출범한 이래 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 하고, 수사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해온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돼 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해경의 몸집은 계속 커졌지만 해양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고, 인명구조 훈련도 매우 부족했다”며 “저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그냥 놔두고는 앞으로도 또 다른 대형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의 기능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넘겨서 해양 안전의 전문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사태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박 대통령은 “국민안전을 최종 책임져야 할 안전행정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안행부의 핵심기능인 안전과 인사·조직 기능을 안행부에서 분리해서, 안전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인사·조직 기능도 신설되는 총리 소속의 행정혁신처로 이관해 안행부는 행정자치업무에만 전념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수부에 대해서는 “해경을 지휘 감독하는 해수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해수부의 해양교통 관제센터(VTS)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해수부는 해양산업 육성과 수산업 보호 및 진흥에 전념토록 해서 각자 맡은 분야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내는 책임행정을 펼쳐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강한의지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안산 단원고의 고 정차웅군 등 의로운 희생자들을 거명하면서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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