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분열의 기로에 선 유럽연합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4/07/03 [23:03]

유럽연합은 이제 유로존의붕괴로 까지 이어질 뻔 했던 재정위기의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불황의 여파로 급증한반이민 반유럽 정서는 극우정당들을 대거 약진시켜 새로운 정치구도를 형성했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은 분열의위기가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를 돌아보면, 세계 어느 곳에도 바람 잘 날이 없었겠지만단일시장을 위한 연합이라는 기치아래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 해왔던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연합은지난 해까지 동구권 국가들을 편입시키며 몸집을 불려왔지만, 올해 초부터는 우크라이나의 정세가 급변하면서러시아와의 동서세력마찰을 겪었다. 하지만 군사충돌을 야기할 수도 있었던 일촉즉발의 위기는 타협으로 일단락된듯하다. 우크라이나의 혼란을 계기로 크림반도를 접수한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미국과영국이 러시아의 기득권과 달라진 위상을 용인하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의 군사개입을 자제했기때문이다. 최근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을 받아들임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에서의 군사력 사용 승인 취소를 의회에 신청했다,서방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당분간 우크라이나는 동서진영간의 완충지대로서의 역할을 할것으로 보인다.

 

상반기를 휩쓴 극우돌풍

 

한편 내부적으로는 반EU 정서를 등에 업은 극우 정당들이 돌풍을 일으켰다. 경제, 문화적인 이질감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동구권 국가들을 편입시키면서몸집을 불려 온 ‘하나의 유럽’정책이 동유럽 이민자들을 대거양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극우정당들은 6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영국독립당(UKIP) 주도의반EU그룹인 유럽자유민주(EFD)는 7개국에서 48명의 의원을 확보하여 유럽의회에서 처음으로 원내 교섭단체를구성했다.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이 이끄는 극우그룹은 40명의의원을 확보하여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5명 이상 조건은 충족했지만 7개국이상 요건에 미달해 유럽의회 개원일 7월 1일 까지 교섭단체구성에는 실패했다. 영국독립당 나이젤 파라지 당수는 국민전선의 반유대주의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로국민전선이 참여하는 통합교섭단체 구성을 거부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의원수 24명의 영국독립당이 23명의 국민전선과의 분권을 탐탁지 않게 여겼기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극우정당들의 약진은 재정통합을 위해 나가려던 EU의 주요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당장 하반기에는 지난 5월에 승인된 금융개혁안인 은행동맹부터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장선출을 둘러싼 파열음

 

EU 집행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회원국들간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유럽 통합론자인 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의 집행위원장 선출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나섰기 때문이다. 유럽국민당그룹(EPP) 대표 융커가 집행위원장이된다면 EU 잔류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탈퇴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캐머런 총리가 이렇듯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는 영국 내 거세지는 반EU 정서때문이다. 실제로 반유럽 기치를 내건 영국독립당은 지방선거에서 독립당은 잉글랜드 지방의 시의원을 1명에서 91석으로 늘리는 기염을 토했고,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보수-노동 양강구도를 무너뜨리고 제1당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총선에서극우정당에 정권을 내줄지도 모를 절박한 상황이다. 캐머런 수상은 회원국의 책임 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유럽연합과의 협정을 개정한 후, 탈퇴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2015년이후로 미루고 EU잔류 여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야당인노동당도 이런 구상에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EU의역할을 강조하는 강경 통합론자 융커가 집행위원장이 되면 협정개정이 난관에 봉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9월에 실시되는 스코틀랜드의 독립여부를 묻는 스코틀랜드 주민투표를 앞두고 분리주의 움직임을 누그러뜨려야 하는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캐머런 총리에 대해 스웨덴, 네덜란드를제외한 유럽 정상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한명이 우리 모두에게 명령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했다.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던 메르켈 총리가 집행위원장 선출은 유럽의회 선거결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다는관례를 들며 제1당을 차지한 유럽국민당그룹 대표인 융커 적극지지로 돌아섰고, 프랑스와 중도좌파 정상들도 융커 지지를 선언했다. 정상회의에서 지명된집행위원장에 대해 의회 승인 절차가 7월 중순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융커 대세론을 꺾지는 못할 것으로보인다.

 

통합과 분열의 갈림길

 

반 EU 극우정당들이 의회에서 세력을 불린 상황에서, 통합정책에 대한 궤도수정을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영국과 유럽집행위원회가 어떠한 타협점을 찾을지에 따라 유럽연합은통합이냐 분열이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영국이 EU를 탈퇴하겠다는 것은 허언이 아니다. 융커의 선출일이 바로 영국의 EU 탈퇴를 위한 절차가 시작되는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의 미래를 결정지을 이 이슈는 하반기를 달굴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유로존의 경제지표들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길었던 불황은 끝이 보인다는 점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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