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근심거리 IS, 화약고에 불을 댕기나?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4/10/06 [15:12]

잔인함의 극치를 보이며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팽창해가는 이슬람국가 IS는 세계의 근심거리로 부상했다. IS가 중동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스페인, 터키를 지배하던 중세의 오토만 제국으로 대표되는 이슬람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칼리프 국가 수립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서방국가들은 IS를 더 이상 강 건너의 불로 여길 수는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파리에서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과 이라크 마숨 대통령의 공동 초청으로 유럽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아랍 등 세계 30국의 정상들이 ‘이라크 평화 안보 국제회의'를 가졌다. 초청자인 올랑드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범세계적인 위협을 제기하는 이슬람 지하드 단체와의 전투에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세계 각국들이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회의 개막전 프랑스 국방장관은 이라크에서 정찰비행을 이날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각국 정상들은 합의문을 통해 IS는 더 이상 이라크만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 대한 위협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라크에 대한 적절한 군사원조를 포함한 모든 필요한 지원을 약속했다. 영국 BBC는 ‘IS가 자행한 영국 인질의 무참한 살해로 인해 국제공조에 탄력이 붙었다’고 분석했다.

 

잔인하고 흉포한 IS, 왜?

 

IS는 참수를 비롯해 십자가형, 생매장 등 온갖 잔인한 수법으로 인종청소 학살을 일삼아 문명세계를 경악시키며 공분을 사고 있다. 런던 정경대학의 겔게스 교수는 이러한 야만적인 행위가 철저히 이성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IS는 ‘공포와 충격’ 전략을 통해 적의 항전의지를 꺾는 한편, 자신들을 이슬람의 적을 분쇄하는 강력한 승리의 구세군으로 여기는 전세계의 젊은 수니파 무슬림들을 유혹해 새로운 전사들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북부지역을 장악하고 2만~3만으로 추정되는 IS는 27만 여명의 이라크 군을 파죽지세로 격파하면서 수도인 바그다드 인근까지 공략하고 있다. 정보당국에 의하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국적의 IS 대원은 80여개국 약 12,000명이며, 이중 2,500여명이 프랑스, 영국, 독일, 벨지움, 미국 등 서방출신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전세계로부터 더 많은 남녀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인터넷과 SNS를 이용해 자신들의 활약상을 홍보하는 미디어 정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을 영국출신 의대생 21세 우사마라고 소개한 여학생이 잘려진 머리를 들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꿈에 그리던 직업, 테러리스트의 의사’라는 문구와 함께 트위터에 올려 전세계를 경악시켰다. 이러한 섬뜩한 행위들이 서구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무슬림 청소년들에게는 오히려 영웅적인 모습으로 비쳐지면서 이라크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IS 는 자신들의 잔악한 행위들을 코란의 ‘믿지 않는 자들의 머리를 잘라내라’ 구절을 끌어대며 합리화하고 있지만,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알 자와히리 마저도 지난 2월에 IS의 시리아에서의 잔악행위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자 IS의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는 오히려 알카에다에 대해서도 전쟁을 선포했다.

 

IS의 급성장 배경은?

 

IS의 전신은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다. 아프간에 은신 중이던 오사마 빈라덴을 대신해 이라크에서 알카에다 조직을 지휘하던 알 자르카위가 2006년에 미국의 폭격으로 사망한 후 ISI (이라크의 이슬람 국가)로 개명했다. 이후 점차 세력이 약해졌으나 2010년 알 바그다디가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후 ISI 를 재건하기 시작해 시리아의 반군세력을 흡수했다. 2013년 4월 ISIS (이라크 시리아의 이슬람 국가) 혹은 ISIL (이라크 레반트의 이슬람 국가)로 개명한 후 급격히 세를 불려 나갔다. 시아파 무슬림을 이교도로 간주하는 알 바그다디는 알카에다 지도자들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아파를 학살하고 시아파인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를 공격했다. 올해 6월에는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을 장악하고 바그다드를 향해 남쪽으로 진격하면서 여러 도시들을 병합해 이슬람국가(IS)로 개칭한 과거 이슬람 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칼리프 국가 창설을 선포했다. 무명이었던 알 바그다디가 이처럼 강력한 지도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그가 칼리프의 자격이 있는 에언자 마호메트의 쿠라이시족의 후손이라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또 그는 바그다드 이슬람 대학에서 이슬람 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러한 점들이 그가 지지자들로부터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자와히리 등 다른 지도자들과 달리 칼리프로 추앙 받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설교에서 “내가 신에게 복종하는 한 너희들은 내게 복종하라”고 주문했다. 이러한 그의 메시지는 전세계 급진 무슬림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이들은 성전을 수행하는 지하디스트가 되기 위해 중동으로 모여 들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란과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이를 묵인 방조했고 사우디 등 부유한 중동자본들은 암암리에 자금을 공급했다. 그러나 IS가 외세에 적대적인 이슬람 근본주의 본색을 드러내고 무자비한 살육이 자행되자 서방 국가들은 고심에 빠지면서 확실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어느덧 IS는 프랑켄슈타인처럼 통제할 수 없는 골칫덩이가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유럽과 미국 국적의 지하디스트들이 귀국해 테러리스트로 변신할 가능성에 서방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또한 초기에 IS를 우호적으로 바라보던 사우디, 콰타르 등 중동의 온건 수니파 국가들도 지금은 왕정을 위협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확산 움직임에 전전 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준국가 형태를 갖추는 IS의 행보, 어디까지 이어질까?

 

IS는 점령한 지역에서 물, 식량, 연료 등을 장악하여 분배를 통제하고 세금은 시리아나 이라크 정권보다 낮게 해 주민들의 환심을 얻고 있다. 또한 강경 수니파들로부터 지지를 확보하면서 자신들에게 합류한 사담 후세인 시절의 경험이 풍부한 장교들을 중심으로 군대를 개편하는 한편, 각료, 법정, 세금체제 등을 갖춰 기초적인 준 국가의 형태를 구축하고 있다. IS는 국제사회에서 누구도 국가로 인정하지 않지만, ‘이 여권의 소지자가 해를 입으면 우리는 그를 돕기 위해 군대를 보낼 것이다’는 희한한 경고문구가 쓰여진 자체 여권도 발행한다. 그러나 IS의 거침 없는 행보가 계속해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잔인한 살육으로 너무도 많은 적들을 양산하면서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인질들을 야만적으로 살해해 서방의 심기를 대단히 건드리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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