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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독일경제, 휘청대는 유로존
 
김지호 발행인
 

유로존이 또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회복되는 듯하던 유로존의 경제가 경제대국 독일마저 흔들리면서, 유로존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재현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1차 위기에 비해 더욱 심각한 것은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제1의 경제대국 독일의 지난 8월 전월대비 산업생산은 예상치 1.5%를 크게 하회한 4%나 감소해 2009년초 이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달 생산 수주액도 5.7%나 하락했고 수출액도 5.8% 감소해 무역흑자가 175억 유로(약 24조원)로 크게 줄었다. 이는 주로 중국과 취약한 유로존의 구매력 때문이며, 우크라니아 사태로 인한 러시아와의 무역 차질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금수조치를 단행하면서 독일의 대러시아 수출이 크게 줄었다. 독일 경제가 올해 초에는 잘 나가는 듯 했으나 2분기에는 0.2% 축소되며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3분기에도 계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 공식적인 리세션에 들어간 것으로 규정된다. 이러한 독일의 부진은 프랑스, 이탈리아의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그리스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인해 유로존 전체의 경제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독일의 목표는 균형예산

 

독일은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유럽중앙은행인 ECB를 비롯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긴축 정책을 통한 재정 건정성 강화가 장기 성장에 유리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긴축 기조로 인해 오히려 독일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급감해 산업전반에 경쟁력 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다. IMF에 의하면 1990년대 초 독일의 공공 및 민간 투자 비중은 GDP의 23%였으나 현재는 OECD 평균인 20%에도 못 미치는 17% 정도에 맴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긴축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균형예산 (Schwarze Null)’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2015년에는 46년만에 처음으로 흑자예산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독일의 긴축 기조에 대해 프랑스를 비롯한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재정지출을 확대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독일은 고집을 꺾지 않을까? 이에 대한 답은 메르켈 총리가 기독교민주당(CDU) 회합에서의 언급에서 찾을 수 있다. 그녀는 "우리가 궤도를 벗어나면 다른 나라에게도 그럴 수 있는 명분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대해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긴축요구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독일과 유럽정상들

 

지난달 고용과 성장을 논의하기 위한 밀란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담에서도 독일과 타 유럽 정상들은 주요 경제정책에 대해 서로간의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과 이탈리아 랜지 수상은 성장과 고용촉진을 위해 재정적자폭이 3%로 제한되어 있는 EU의 규정 완화를 요구했지만, 독일 메르켈 총리는 원안을 고집하면서 “모두가 주어진 책무를 지킬 것을 확신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독일의 긴축고수의 강경한 입장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최근의 독일 경기의 둔화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 내에서도 메르켈 총리의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랄프 스태그너 부총재는 “균형예산이 교육과 인프라의 투자를 희생한 대가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독일경제연구소(DIW)의 마르첼 프라츠셔 소장도 “독일이 인프라에 대해 더 많은 지출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폭되는 장기 디플레이션의 우려

 

독일이 국제기구의 압력과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반발에도 정책의 변화가 없으면 유로존이 일본처럼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차 위기 때는 강력한 독일의 경제가 나름대로 버팀목이 되어 주었으나 이번에는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 심각하다. ECB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해 양적 완화를 통해 금융 비용을 줄이고 인플레이션을 유도해 경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ECB 최대주주인 독일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더욱이 ECB는 유로존 국가에 대한 직접 대출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투자자나 2차 시장을 통한 간접적인 국채매입은 가능하다. 그에 따라 시장에서는 ECB가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최근 급격히 하락한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국채를 매입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지만, 독일의 눈치를 보는 ECB가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다. 독일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국제기구들도 현재 상황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독일이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고통스러운 긴축을 요구하는 것도 유로화의 가치유지와 유로존 채무에 대한 자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독일이 돈을 쌓아만 두고 유로존의 경기부양을 위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면서 세계경기를 위기에 빠뜨리는 공공의 적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기사입력: 2014/11/04 [16:15]  최종편집: ⓒ 런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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