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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독일, 다윗과 골리앗?
 
김지호 발행인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6월말까지 4개월 연장에 대한 합의로 급한 불은 꺼졌지만 그렉시트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리스가 트로이카(EU, ECB, IMF) 채권단에 제출한 긴축 프로그램 이행에 대해 반발하면서 심사의 통과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강도 높은 긴축을 요구해온 독일과 그리스가 충돌하면서 감정의 골마저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전면적 양적완화를 단행한 유럽중앙은행인 ECB는 지난달부터 월 600억유로(약 70조원) 규모로 독일,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의 개혁안 이행에 대한 압박의 일환으로 그리스 국채는 매입대상에서 제외했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형식을 통해 "ECB는 그리스 GDP 68%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줬다"며, 구제금융 프로그램 심리기간 중인 점과 투자등급채권, 한나라의 33% 한도 등의 채권매입 제한 등의 이유로 현재로선 ECB가 그리스 국채를 매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태리에서 열린 재계 컨퍼런스에서 “결속력이 와해된 단일통화시장에서 ECB의 양적완화가 주식시장에서 지속 불가능한 반등만 야기할 뿐 유로존의 투자를 부양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트로이카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그리스에 압박해 온 긴축에 대한 국민적 반발정서를 등에 업고 지난 1월 총선에서 정권을 잡은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는 트로이카가 요구하는 긴축재정 편성과 부채상환 조건을 거부해 왔다. 오히려 부채 일부를 탕감하고 상환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주요 채권국들은 부채탕감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현정부가 필요한 조치들을 이행하고 궁극적으로 의무를 이행할 것으로 본다”며, “유로존 4개월 연장을 위해 재무장관들이 제시한 요구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스의 긴축거부에 대한 각국의 입장 

 

그리스의 긴축거부에 대한 각국의 반응은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죠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2월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새로운 금융위기를 촉발하지 않도록 그리스의 책임 있는 행동을 주문했다. 그러나 한편 유로존 국가들도 고용과 성장에 대한 더 나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리스의 반긴축 입장을 두둔했다. 영국은 부동산 정책 등 양적완화 조치에 힘입어 유럽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올해 영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근 10년간 최고치인 2.9%로 예상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그리스의 긴축 없는 구제금융 재협상에 대해 미지근하지만 지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위기를 겪었던 스페인,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등은 오히려 그리스에 대한 긴축완화와 부채감면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자신들도 긴축을 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그리스 재무장관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우에는 자국에서 좌파의 부상을 경계하는 정치적 동기가 깔려 있다고 비난하면서 서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유로존 국가 중 가장 영향력을 가진 큰 독일의 긴축요구 입장은 완강하다.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부채 감면 요구에 대해 “말도 안돼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충돌하는 다윗과 골리앗

 

긴축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 메르켈의 독일과 EU 탈퇴를 언급하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치프라스의 그리스는 설전을 거듭하며 ‘의지의 전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풍자가들은 이를 두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묘사하면서 이를 빗댄 뮤직비디오도 만들어 졌다. ( https://www.youtube.com/watch?v=Afl9WFGJE0M&sns=em )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총선전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1953년 런던 컨퍼런스에서 전쟁 부채탕감을 통해 라인강의 기적을 이뤘고 당시 그리스는 채권단의 일원이었다”고 지적하면서 ‘너는 되고 나는 왜 안 된다는 것이냐’는 논리를 편바 있다. 실제로 독일은 1924년과 1953년 사이에 4번이나 부채탕감을 받은 역사가 있다. 극우정당 소속인 카메노스 국방장관은 독일 빌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3차 구제금융은 필요 없고 1953년 런던 부채 컨퍼런스에서 독일이 받은 것처럼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EU의 우크라이나 사태관련 대 러시아 경제제제로 그리스도 많은 금전적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EU의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급기야는 나치가 그리스로부터 빼앗아간 금과 그리스은행으로부터 강제 대출받아간 자금과 문화유적 파괴에 대해서도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긴축압박을 계속하면 그에 대한 보복으로 수만명에 달하는 그리스내 이민자들 중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여권을 발급해 독일로 보내 줄 것”이라며, “그들 중 IS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섞여 있는 것은 부채문제로 그리스를 압박하는 유럽 자신이 스스로 탓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독일은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전쟁피해보상은 수십년전에 법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반박했다. 그리스는 그것은 나치시대 희생자에 대한 위로금일 뿐 파괴에 대한 배상금은 아니라면서 피해보상액 1620억유로(약 190조원)을 요구 했다. 참고로 현재 그리스의 유로존에 대한 채무액은 3,230억유로다. 그리스 대법원은 이미 독일 고고학 학교, 괴테연구소, 문화협회 등의 그리스내 독일자산 압류에 대해 허가했으나 법무장관에 의한 집행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전쟁배상금에 대해 외국법정에서 판결할 수 없고, 개인이 국가를 재판정에 끌고 갈 수 없다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들어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고, 독일 언론들은 “치프라스가 몽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지만 독일정부로서는 내심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 내에서조차 강제 대출에 대한 배상은 일리가 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수의 진을 친 그리스의 대안

 

그리스는 유로존 탈퇴불사라는 초강수로 트로이카를 배척하면서 러시아, 중국, OECD와 같은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달 앙겔 구리아 OECD 사무총장과 그리스 경제 구조개혁 협력 협정에 서명하고 트로이카와 합의했던 내용의 30% 정도는 OECD가 권고한 내용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또 그리스는 러시아의 저렴한 개스와 러시아의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러시아정교를 믿는 두 나라는 종교적으로도 친밀감이 존재한다. 지난 2월 니코스 코트지아스 그리스 외무장관은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환대를 받았다. 그리스의 예측불허 행보가 유럽의 지형에 빅뱅을 불러올 뇌관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기사입력: 2015/04/03 [15:25]  최종편집: ⓒ 런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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