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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무릎을 꿇린 독일, 과연 승자인가?
 
김지호 발행인
 

제3차 구제금융안을 놓고 벌인 협상에서 그리스는 초강도 긴축을 요구하는 채권단의 압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는 협상에 앞서 국민투표를 통해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거부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그것은 달걀로 바위치기였다. 냉혹하리만치 완강한 유로존의 자이언트 독일이 요구한 한층 더 가혹해진 징벌적 개혁안에 결국은 서명하는 굴욕을 맛보았다.

 

지난 달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담에서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에 3년간 최대 860억 유로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합의된 그리스의 고강도 긴축과 개혁안에 대한 즉각적인 입법을 요구했다. 개혁입법의 주요 골자는 일반 부가세율의 23%까지 인상 등 부가세율 변경, 중소기업에 26~29%로 기업세인상, 사치품 세율인상, 연금수령 연령 67세로 연장, 민사소송 절차 간소화, 그리스 통계청 법적 독립성 보장 등이다. 또한 그리스는 500억 유로 규모의 독립적인 국유재산 펀드를 설립해 국유재산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감축해야 한다. 이에 비해 그리스가 얻어낸 것은 줄기차게 요구했던 채무탕감은 거부되고 대신 만기연장과 상환일정 조정에 대한 약속만 얻어냈을 뿐이다. 이러한 초라한 협상결과에 대해 그리스 국민들은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반발했다. 집권당 시리자의 2인자였던 바루파키스는 굴욕적인 협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무장관직을 즉각 사임했다. 개혁법안은 시리자 내 강경파인 좌파연대가 반발하면서 이탈했지만 유로존 잔류를 선호하는 야당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전체 의원 300명 중 229명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시리자 소속 149명의 의원 중 5명의 각료를 위시한 39명이 반대 혹은 기권 등으로 반란표를 던졌다. 치프라스 총리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개혁안에 반발한 장관 2명을 포함한 각료 9명을 교체하며 부분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협상으로 치프라스 총리는 시리자 내의 리더십에 상처를 받았지만 유럽 재정안정화 기구(ESM)와의 구제금융 협상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되는 9월 또는 10월에는 총선을 실시해 국면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 그렉시트

 

협상 개시안에 대한 유로존 국가들의 의회 승인이 이루어 지면서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 지원 자금인 70억 유로의 브릿지론이 제공됨에 따라, 지난달 말 만기였던 ECB의 부채 35억 유로를 상환했다. 그리스 정부가 뱅크런 사태를 막기 위해 시행한 자본통제를 완화시키면서 그리스 은행들도 3주만에 영업을 재개했다. 파국으로 치닫던 사태가 일단은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렉시트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한 협상이 앞으로 두 달여간 잘 마무리 되기 위해서 그리스가 이행해야 할 개혁의 강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과, 부채 탕감이 없이는 향후 2년 안에 부채규모가 국민총생산대비 200% 정도 까지 예상돼, 그리스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개혁안은 거시경제 관리차원에서 재앙이며, 누가 맡아서 해도 결국 실패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한시적 유로존 퇴출’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며 그리스를 압박한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그는 협상 개시안 타결 후에도 독일 TV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5년간 한시적 유로존 탈퇴가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며 그리스의 퇴출을 선호하는 속내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과의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경제 장관 겸 부총리 가브리엘은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은 사민당을 화나게 헸다, 그리스 스스로가 원하지 않는 이상 사민당은 그렉시트에 대해 얘기할 생각이 없다”고 마르켈 총리의 기민당과 견해차가 있음을 밝혔다. 

 

구제금융 협상을 통해 얻은 자와 잃은 자

 

치프라스 총리는 정상회담 다음날 가진 TV인터뷰에서 “합의안이 비이성적이고 신뢰하지 않지만 은행의 도산과 국가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로존에 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독일의 스판 차관은 독일 공영방송인 ARD TV와의 인터뷰에서 “치프라스 총리의 비판적인 발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이는 단지 돈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성장과 구조조정을 통한 신뢰를 얻는가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주변국들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 정상들 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던 메르켈 총리는 강철 리더십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지만, 주변국들에게는 이차대전 이후로 개선되었던 반독일 정서를 다시 불러오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강공 드라이브로 일관했던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인들에게는 메르켈 총리를 능가할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지만, 주변 약소국들에게는 나치독일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반면 역대 최악의 지지율로 별로 국내에서조차 별로 인기를 누리지 못하던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적극적인 중재자의 역할을 통해 통합과 화해의 리더십을 보여 주면서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다. 한편 비유로존 국가인 영국은 인도적인 지원은 하겠지만 유로존 문제 해결은 유로존 국가들의 책임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국의 오스본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디폴프를 막기 위한 긴급자금인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의무는 없지만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철의 여인들 손에 달린 그리스의 운명

 

마구잡이로 대들던 시리자에 대한 메르켈의 완승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사태가 독일의 뜻대로 진행될 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더 이상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조차 없을 정도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에 신음하는 그리스인들의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IMF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그리스에 대해 대규모 부채 탕감이나 30년 상환 연기 같은 획기적인 조치가 없으면 IMF는 구제금융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일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IMF 규정에는 부채규모가 지속 가능한 수준을 넘으면 지원할 수 없다는 이유다. 제3차 구제금융 총 860억 유로중 약 20%에 달하는 164억 유로가 IMF 에서 나와야 하는데 IMF가 발을 빼면 합의안 자체가 실행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IMF는 “이번 3차 구제금융의 8월로 예정된 1차 집행에는 참여하지 않고 가을에 그리스의 부채 지속 가능여부를 검토한 후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안 타결 후 메르켈 총리는 조금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녀는 ARD TV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부채 경감에 대해 논의할 용의가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경우만큼은 그 동안 메르켈 총리에 상대적으로 눌려왔던 라가르드 IMF 총재가 좀 더 강한 패를 쥔 듯이 보인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리스가 5년간 긴축에 시달리면서 그토록 배제하려고 애를 썼던 IMF 덕분에 그리스는 오히려 부채를 경감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게 되면 최후의 승자는 메르켈 총리가 아니라 굴욕을 당하고도 결국에는 실리를 챙긴 아닌 치프라스 총리라고 할 수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기사입력: 2015/08/05 [23:32]  최종편집: ⓒ 런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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