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탈퇴, 현실이 될까?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6/02/03 [15:46]
난민사태와 테러로 어수선한 유럽에 브렉시트의 우려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달 중순에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의 협상결과를 놓고 영국의 EU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올 여름에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난민 출신들에 의한 테러와 성범죄 등으로 반이민정서가 폭발하면서 영국인들의 EU탈퇴 지지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이 원하는 느슨한 형태의 EU 멤버십을 위한 조건들이 유로존 정상들과 만족스럽게 타결되지 않는다면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라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국의 요구는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이민통제권 확보로서 이민자에 대한 국경통제와 복지혜택 제한 및 축소이고, 둘째는 경제 자치 인정으로서 Euro가 EU의 단일통화가 아니란 점을 확실하게 인정하고 타 통화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 셋째는 규제완화로 단일 시장 확대에 따른 EU의 과도한 간섭과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 넷째는 통치 자주권으로서 EU의 법 제정에 대한 자국의회의 거부권 확대다. 이러한 쟁점들도 EU가 추구하고 있는 ‘더 결속된 유럽’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국의 국민투표 실시는 캐머런 총리가 EU 탈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EU에 던지는 승부수인 셈이다.

 

불확실성의 단축을 위한 조기 국민투표 계획

 

여론 조사 결과들을 보면 조사기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현재 탈퇴지지 여론이 3~7%의 차이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6개월 전에 비해 지지여론이 약 3% 정도 증가한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는 EU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 일정들을 감안해 빠르면 6월 늦어도 10월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캐머런 총리가 제시했던 국민투표 시한은 2017년 말까지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탈EU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라 내심 잔류를 선호하는 캐머런 총리는 내년까지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해외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미루고 수출 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로 파운드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로 지난 새해 첫 주에 파운드 회사채 시장은 개장조차 못했다. 이는 2006년 이래 2013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반면 유로화 회사채는 1월 10일 현재 30억유로(약 4조원)이상이 발행됐다. 파운드화의 가치도 지난 한 달간 유로화 대비 6%, 달러화 대비 4% 이상으로 하락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달에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최대한 양보를 얻어낸 후 이를 토대로 6월 국민투표에서 EU잔류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만일 이번 회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다음 3월 정상회의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고 7~8월 휴가철이 지난 후 9월이나 10월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복안도 갖고 있다.

 

실제합의까지는 험로 예상

 

융커 EU집행위원장과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타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영국이 가장 강력히 요구하는 이민자 통제는 EU통합의 근본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U조약의 단일 시장을 위한 중요한 세가지 기본원칙은 상품, 자본, 서비스의 자유고, 그에 따른 인력의 자유로운 역내 이동은 회원국 시민들의 권리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강경 유럽통합론의 양축인 독일, 프랑스도 의외로 쉽게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 영국의 이민자 통제 요구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각국들은 지난해 80만명 이상의 난민들이 유입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부 난민들이 일으킨 테러와 성범죄 등으로 외국인 혐오증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말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혐오증이 유럽 극우 정당들에게 대거 약진의 동력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테러 이후 12월에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전선(FN)이 28%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지지율이 6~11%로 상승했다. 오랫동안 가장 높은 인구대비 난민수용율을 자랑했던 스웨덴에서조차도 스웨덴민주당(SD)의 지지율이 2006년에는 2.6%였으나 2014년에는 13%, 현재는 20%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보수당 내각에서도 의견 분열

 

한편 이달 18~19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요구 조건들이 일정부분 관철된다고 영국정부가 국민투표에서 잔류 캠패인을 벌인다 해도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집권 보수당 내각조차도 EU 탈퇴에 대한 의견이 분열되어 있다. 대표적인 EU 회의론자인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원내대표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에 보낸 서한을 통해 “현재의 EU 멤버십 조건은 재앙적”이라고 전제하고, “EU가 가고 있는 더욱 강화된 통합의 길에 영국은 따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주장에 테레사 빌리어스 북아일랜드담당장관을 비롯한 많게는 3분의 1정도인 8명의 각료들이 그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들은 캐머런 총리가 잔류 캠페인에 동참을 요구하면 사임하겠다고 압박하여 EU 정상회의 이후 개인적인 반대 캠페인을 펼칠 수 있도록 허용을 받았다. 그러나 대처 총리시절 부총리를 역임했던 보수당의 원로인 마이클 헤슬타인 경은 이들에 대해 “원칙 없는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각료들의 자유 캠페인을 허용한다면 보수당은 내전 상태에 빠져들 것이고 캐머런 총리는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적 이해관계 외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자주권 의식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득실은 어떻게 될까?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들이 있지만, EU에서 탈퇴하면 당장 매년 지불하는 EU 분담금 80억파운드(약 14조원)를 절약할 수 있고, 이민자들을 규제하여 복지예산을 절약하고 자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또한 산업 분야에 대한 각종 EU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 경제에 활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어 현재 총 교역량의 절반이 역내 거래인 영국은 EU로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EU 시장에 생기는 관세 장벽으로 해외 기업들의 영국에 대한 투자의 위축도 피할 수 없다. 또한 영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도 하락할 것이란 점도 부정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경제적 득실도 중요하지만 특히나 전통과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영국인들에게 자주권(sovereignty)만큼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는 점도 이해해야 좀 더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3년 전 캐머런 총리는 EU의 재정통합 방향에 반발하면서 “통합이 강화될수록 자주권 문제와 연관된다. 영국은 적어도, 내가 총리로 있는 한, 은행연합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도 영국은 20세기 후반까지 유럽과의 파트너관계 이상을 넘어 유럽의 일환이 된 적이 없다. 영국의 설문기관인 영국사회인식(BSA)이 2015년 발표한 설문조사자료에 의하면 ‘영국인들이 자신을 유럽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을 한 비율은 지난 20년 동안 20%를 넘은 적이 없었다. 1999년이 17%로서 가장 높았고 2014년에는 15%였다. 영국이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뒤늦게 1973년에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것은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고 지금까지도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치적으로도 54개국으로 구성된 영연방의 수장국인 영국이 완전한 EU의 일환이 되는 것은 영국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투표의 결과는 경제적인 이슈 외에도 이러한 의식들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EU를 탈퇴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