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힘겨루기에 들썩이는 유럽대륙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6/06/01 [16:03]
유럽대륙의 질서를결정하는 파워 마그마가 꿈틀대고 있다. 미국판이 유럽판을 동쪽으로 밀고 러시아판이 남하하면서 축적된충돌 에너지가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공격적으로 선회한 미국 펜타곤의 대 유럽 전략과 이에맞선 러시아의 군비증강에 따라 발생하는 결과다. 진앙지인 발틱해에서는 러시아 전투기가 훈련 중이던 미국구축함에 근접비행을 하고 정찰기를 막아서는 등 군사적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달 초 미국의 카터 국방장관은 발트국가와 폴란드에서 순회 지상군을 창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고, 그 다음날 취임한 커티스 스캐퍼로티 NATO 신임 최고사령관은 연설에서“되살아난 러시아는 나토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NATO가 이 지역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러시아의 항의에 대해 NATO는 “군사력 강화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반군지원에 대한 예방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러시아의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NATO의 군사력 증강에 대항하여 우크라이나, 핀란드, 아제르바이잔 등 러시아의 서부와 남부 국경 지역에 각 1만명 이상의 병력으로 구성된 3개 사단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는 본토와 떨어져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EU국가에 둘러 쌓인 발트해 연안의 러시아의 고립된 영토인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에유럽을 겨냥하는 핵 미사일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냉전이 종식된이후 세계 최강 군사력들간의 충돌에 의한 새로운 군비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예진 시그널인 셈이다. 이러한상황은 외견상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러온 것으로 보이지만 일찍부터 예고되었던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는 푸틴 집권 이후 강성해지는 러시아는 위협이라는 서방의 인식과 동유럽으로 진출하는 NATO의 동진을 러시아에 대한 포위라는 러시아의 인식은 서로 평화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신 군비경쟁

 

첨예하게 맞서는 양측의 이해관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전략에 의해 본격적인 충돌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유럽에서의 앤티 미사일 전략은 이미조지 부시 시절에 계획되었던 것인데 오바마 집권 1기에도 중단 시키지 않고 단지 해상의 이지스함에 장착하는것으로 변경했었다. 당시에는 러시아의 반발을 무마하고 상호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5년까지 루마니아에 24기, 2020년까지 폴란드에24기를 세우는 것으로 2010년에 전격 수정되었다. 이는근래에 NATO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이 해상보다는 좀 더 확실한 보장이 되는 지상에서의 NATO와 미국의 방어우산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원래의 계획보다는 1년 늦어졌지만 옛 소련 시절 건설된 루마니아 데베셀루 기지에서 지난 달 MD시스템이 본격 가동됨으로써 러시아의 반발은 극도에 달하고 있다. 더구나 푸틴의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잃은 것은 20세기 최대의 지리적 참사”라는 잘 알려진 언급처럼, 옛 소련시절에 세웠던 잃어버린 군사기지에배치된 미국의 미사일에 러시아는 굴욕감과 더불어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곳에배치된 SM-3(Standard Missile)가 폭약을 장치하지 않은 순수한 방어용이라 공격용으로전환 될 수도 없으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수도 없기 때문에 러시아 핵전력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방어망이 러시아가 아닌이란 등 중동의 불량국가로부터 발사되는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러시아의입장에서는 그러한 주장은 군사학적인 이치에 맞지도 않고 핵심을 벗어난 변명에 지나지 않고 1000% 러시아를겨냥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대방이 도발했을 때 그 도발 원점을 보복타격을 할 수 있어야도발에 대한 억제력을 유지 할 수 있는데 디펜스 시스템에 의해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자체가 불균형적인 위협이며 또한 이란 등의 위협은 말이 되지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대응조치로 MD를뚫을 수 있는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조만간 신형 차세대 ICBM 핵미사일인 RS-28 Sarmat (나토의 코드명 사탄의아들 또는 사탄2)의 시험발사가 준비되었다고 발표했다. 앤티미사일 어레이를 장착한 100톤에 달하는 이 신형 미사일은 각자 공격이 가능한 12개의 핵탄두(4~10톤)를탑재하고 초속 7km로 예측 불가능한 경로로 비행해 그 어떤 미사일 방어망도 피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고한다. 비행거리는 1만km 로서 미국의 동부와 서부 해안이 사정거리 안에 들며 텍사스나 프랑스 정도의 크기의 면적을 일시에 초토화 시킬 수 있는 위력적인미사일이다. 러시아 국영 즈베즈다 방송은 이번 여름쯤 시험발사를 하고 나면 2018년에 현 R-36M2를 대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의 세르게이 카라카에브 전략 미사일 군 사령관은 올해까지 56%, 2018년 1월까지70%, 2022년에 100% 신 미사일로 교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슈퍼파워 간의 본격적인 신 군비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격랑에 휩쓸리는 주변국들

 

NATO와 러시아의 신경전이 격화되면서 주변국들이 격랑에 휩쓸리고있다. 러시아는 덴마크가 미사일 식별능력을 갖춘 구축함을 미사일 방어체계에 참여의사를 밝히자 러시아는받아 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덴마크 전함들이 러시아 핵미사일의 타겟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와 아이슬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5개국 정상들을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했다. 이들정상들은 러시아가 발틱해에서 핵군사력을 증강하면서 도발적 행동을 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결속을 다지고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편 영국은 전략핵잠수함들과 2017년과 2023년에 진수될 65,000톤급 최신형 항공모함 두 척을 주축으로하는 해군력을 바탕으로 전력 증강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90년대냉전 종식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병력 증강 계획을 세우고 현재177,000명에서 185,0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국방 예산도 향후 5년간 6% 늘릴 계획이다.

 

영국판의 변수

 

NATO를 중심으로 유럽의 국가들을 더 강하게 결속시키려는 미국의정책에 가장 불확실한 변수는 유럽대륙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려 하고 있는 영국판의 움직임이다. 유럽의 NATO 가입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이 이달23일에 실시될 국민투표에서 EU 탈퇴의 길로 들어설지는 예측불허의 상태다. 영국이 EU를 탈퇴해도 NATO의동맹국 지위에는 변함이 없지만 도미노 현상과 함께 EU의 단결력이 심각히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영국을 전격 방문해 미국은동반자로서 강한 영국을 원한다면서 EU에 있을 때 더 강해질 수 있다면서 EU 잔류 캠패인 진영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미국은 유럽에서 극우파들이득세하도록 러시아가 조장해 분열을 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가 시리아에서의 공습으로 더 많은난민을 양산 유럽에 유입시킴으로써 반난민 정서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이란의 미사일 위협을 MD의 구실로 쓰면서도 제재 조치를해제한 것은 이란의 원유를 시장에 유입시켜 유가를 낮춤으로써 러시아의 재정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에 유럽뿐 아니라 중동을 포함한 전세계가 들썩이고 있는 셈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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