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을 올린 테레사 메이호, 어디로 가나?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6/08/02 [16:07]
설마 했던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론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은 소속의원들에 의해 압도적으로 불신임을 당하고도 버티고 있는 제러미 코빈 대표로 인해 내전상태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다. 반면, 집권 보수당은 신속하게 권력이양이 진행되면서 국민투표 단 20일만에 내무부 장관이었던 테레사 메이가 새로운 총리로 등극했다.

 

외견적으로 보면, 탈퇴 입장을 바꿔 캐머런 전 총리를 따라 잔류진영에 섰던 메이 총리는 경쟁자들이 제풀에 쓰러지면서 힘들이지 않고 건식을 했다. 탈퇴 캠패인을 승리로 이끌면서 차기 총리로 점쳐졌던 보리스 존슨 전 시장이 역풍과 제1동지였던 마이클 고브 장관의 배신에 의해 낙마하고, 탈퇴진영의 주자들이 잇따른 배신과 어이없는 말실수로 무너지는 막장 드라마가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앞을 볼 수 없는 길을 선택해놓고 불안해하는 영국인들에게 다소 고집스러운 원칙론자인 그녀는 대안 없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완고하고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여성 지도자가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16세기에 에스파냐의 무적함대를 물리친 엘리자베스 1세와 19세기에 대영제국을 건설한 빅토리아 여왕, 근래에는 영국병을 고친 철의 여인 대처 수상을 꼽을 수 있다.

 

탈퇴의 핵심은 간섭에 대한 거부

 

그렇다면 왜 영국은 탈퇴라는 모험적인 선택을 했을까? 이 물음에 대한 소위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대영제국시절의 향수에 젖은 고립주의 성향을 지적하기도 하고 EU의 자유이동원칙에 따른 이민자들의 유입, 또는 혜택이 별로 없는 EU 분담금에 대한 반발을 거론한다. 부분적으로는 다 맞지만, 핵심은 거대해지면서 관료적인 EU제국(?)의 규제로 대변되는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권을 지킴으로써 자신들의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장기적으로는 더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유럽회의론자들의 논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어제 오늘에 발생한 주장이 아니다. 대영제국이 쇠락하던 60년대부터 있었으나 경제적인 이유와 독일의 유럽주도를 견제를 위해 1973년 EEC에 가입했다. 대처 전 총리도 유럽회의론자였고 EEC이상의 공동체에는 반대했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도 EU집행부는 대주주인 독일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며 영국은 EU집행부의 요구에 따라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탈퇴하면 소국으로 전락하고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잔류 진영의 겁주기에도 국민들의 대다수가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라는 모험적인 국운을 건 선택을 지지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포악한 독재군주로 알고 있는 헨리8세에 대해서도 상당수 영국인들이 오히려 에스파냐의 압력에 저항해 전쟁을 불사하고 자주성을 지킨 군주로 여기고 있는 것을 보면 영국인들이 남의 간섭을 얼마나 거부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시작된 총성 없는 전쟁

 

앞으로 전개될 브렉시트 협상과정은 영국과 유럽대륙 맹주들간의 총성 없는 전쟁과 다를 바 없다. 서로간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맞붙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탈퇴 국민투표는 전쟁결의이고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은 공식적인 선전포고인 셈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빠른 시간 내에 50조를 발동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메이 총리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발동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분열된 국론을 모아 내부 동요를 잠재우고 사전협상을 시도하면서 전략을 수립해 충분한 준비가 된 후에 맞붙겠다는 것이다. 50조 방아쇠는 영국만이 당길 수 있는 처지라 EU로선 기다리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전쟁의 핵심 목표물은 철옹성 같은 런던의 금융허브다. EU는 또 다른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영국에 가시적인 피해를 안겨줘야 할 입장이라 가장 매력적인 타깃이고 영국은 국가적 명운을 걸고 사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영국이 법인세를 20%에서 15%로 인하하자 독일 프랑스가 강력히 반발한 것은 이미 실질적인 전쟁은 시작되었음을 나타낸다. 상대해야 할 대상은 EU 뿐이 아니다. 영국이 EU를 탈퇴를 감행할 경우 스코틀랜드는 협상을 통해 특별법을 적용해서라도 EU에 남아야 한다며 이 것이 불가능하면 독립투표를 다시 실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이 총리가 취임 이틀 후에 첫 일정으로 에딘버러로 가서 스코틀랜드 니콜라 스터전 제1장관을 만난 것은 스코틀랜드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진행될 EU와의 협상에서 영국정부는 스코틀랜드의 이익을 충실히 고려하겠고 협상과정에 충분히 참여해주겠다는 메이 총리의 원론적인 스코틀랜드 달래기 외엔 서로간의 입장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메이 정부의 첫 조각의 의미는?

 

영국 새 정부의 조각 내용을 보면 메이 총리는 적당한 양보나 타협보다는 정면돌파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외무부 장관에 보리스 존슨을 깜짝 기용했고 브렉시트 장관에 데이비드 데이비스, 국제통상장관에 리암 폭스를 임명해 유럽과의 협상 역할을 모두 강경 탈퇴파들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보리스 존슨의 외교부 장관 임명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의 반응은 반발을 넘어 “거짓말쟁이를 앉힌 것은 우스꽝스러운 인사”라며 조소에 가까운 반응을 나타냈다. 영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방대했던 대영제국을 운영했던 영국의 외무부는 유럽에서도 최고수준의 엘리트들이 포진한 기관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즉흥적인 성격으로 외교감각이 의심되는 언행을 일삼던 보리스 존슨에게 외무부를 맡기는 것은 명마를 서커스말로 쓰는 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메이 총리의 보리스 존슨 전격 발탁이 예측불허의 정치거인을 자신의 통제아래 두면서 강한 외적에 맞설 장수로 쓰겠다는 것이 묘수인지 부메랑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EU와의 협상을 모두 강경 탈퇴파들에게 맡긴 것은 자신은 브렉시트라는 민감한 이슈에서 한걸음 물러서 있으면서 당분간은 국내 문제에 치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 감각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그녀를 총리로 만든 것은 국내문제가 아니라 브렉시트이고 따라서 성공여부는 EU와의 협상 결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메이 총리가 오스본 전재무장관에게 다른 임무를 배려해줄 것이라는 항간의 예상을 뒤엎고 그를 발탁에서 제외했다. 지난 캐머런 정부에서 둘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파격적이다. 이로서 메이 총리가 이끄는 새정부는 귀족풍이었던 캐머런 시대와는 금을 긋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그녀를 발탁해서 최장수 내무장관으로 키워주었던 캐머런측의 입장에서는 배신을 당한 셈이다. 그녀가 제2의 대처가 되어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려면 강력한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당내 세력이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그녀의 용인술에 의문이 생긴다.

 

메이 총리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젊은 브레인

 

메이 총리는 세명의 보좌간 중에서 철강공의 아들인 36살의 버밍햄 출신 닉 티모시 수석 비서관을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지 오스본 전장관과 마이클 고브 장관을 배제 시킨 것도 그의 영향이라고 전해진다. 그를 지켜본 인사에 의하면 ‘상당히 영특하지만 조금은 호전적인 성격’이라고 전해진다. 또한 본인처럼 근로자 계급에 대한 관심과 개혁적인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민들의 삶을 여러 번 강조하고 소수 특권층이 아닌 “모두를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메이 총리의 취임 연설문도 그가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중요한 싯점에 집권초기라고는 하지만 메이 총리의 결정이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이의 판단에 영향을 과다하게 받는다면 위험해 보인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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