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유럽 경제 결산, 한 시대의 마감인가?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6/12/03 [16:20]
2016년의 유럽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로존 금융위기가 아직도 극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토와 러시아 간에 형성된 신냉전 구도와 난민, 브렉시트 등 정치 경제적으로 굵고 민감한 이슈들이 얽히고 설켜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도이체방크 위기의 심화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시계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금리인하와 본격적인 양적 완화를 실시해왔다. 그 결과 올해 유럽의 경제는 최악의 사태는 벗고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몇 가지 대형 암초들에 의해 위기감은 오히려 더 고조된 상태에서 한 해가 마감되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을 달구었던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유럽의 향후 진로를 한 순간에 뒤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브렉시트의 충격,

 

이 중 가장 큰 암초는 영국의 브렉시트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유럽의 경제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 들었다. 영국인들의 탈퇴 결정은 1958년 유럽경제공동체인 EEC의 설립이래 반세기 이상 더 단단한 통합의 길로 전진하던 EU가 느닷없이 복병을 만난 꼴이다. 그러나 이는 EU가 확장 일변도로 나아가면서 반대 급부로 초래한 이민자들의 양산과 중동에서 몰려든 난민의 홍수에 대한 반발로 잉태된 예고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시장은 이러한 지역주의와 고립주의가 가져 온 불확실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내년 초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과 함께 전개될 탈퇴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영국의 파운드 가치는 시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로 인해 영국은 세계5대 경제대국의 위치를 프랑스에 넘겨주고 6위로 밀렸다. EU의 맹주인 독일의 분데스방크는 브렉시트가 독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실제로는 독일의 7월 산업생산 지표가 전월대비 1.5%가 감소하면서 15개월 만에 가장 낮게 나왔다. 프랑스 경제도 올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에 따르면, 올해 2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를 기록했다. 이는 브렉시트의 영향을 당사국인 영국보다 오히려 유로존 국가들이 더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금융허브 쟁탈전의 시작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런던의 금융허브라는 철옹성을 공략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유로화 거래 청산(clearing)이 비유로존인 런던의 금융시장에서 이루어 진다는 불편한 사실과 파생상품 500조 달러 규모의 대형 시장이기에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더블린, 암스테르담 등이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최근 도이체방크가 부당거래에 대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맞으면서 스텝이 꼬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유럽 대형 은행들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금융허브 공략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의 회복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독일의 도이체방크, 이탈리아의 몬테데이파치, BMPS 등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재정 건정성에 대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미국 법무부로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주택담보증권(MBS) 부실판매로 140억달러의 벌금을 폭탄을 맞았다가 54억달러로 조정된 상태다. 도이체방크는 고위험, 고수익 파생상품에 주력하다가 헤지펀드가 빠져 나가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몬테데이파치, BMPS 등은 부실대출이 급증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금융위기는 지난 미국발 리만 브라더스 사태 때와는 달리 아직은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보이지만 영국은행(BOE)은 유럽 대형은행들에 대한 경계를 높이는 한편 영국 대형은행들에게 은행 노출 규모, 내역 등 상세한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지가 보도했다. 도이체방크는 1만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감축 및 우량자산 매각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독일 정부는 별다른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태리, 그리스 은행의 구제금융에는 강경하게 제동을 걸었던 독일 정부는 자국은행에만 예외를 적용하기도 곤란하고, 독일의 상징인 도이체방크를 그냥 모른척하기도 어려운 난처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신 냉전구도의 피로감 누적

 

미국이 주도한 신냉전구도에 따른 서방의 대 러시아 경제제제가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의 경제회복에도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 명분은 우크라이나 사태로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제재이지만 좀더 깊이 들여다 보면 미국의 세일가스와 러시아의 천연가스 간의 에너지 전쟁이다. 서방은 에너지 수요를 천연가스 약 60% 석유 8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천연가스 수요의 25% 정도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중 절반이 우트라이나를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어온다. 그런데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제제를 계속 확대하면서 서방의 에너지 부족분은 세일가스 여유분으로 메우고 있다. 유럽도 처음에는 러시아의 예속에서 벗어나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라는 차원에서 이해관계가 서로 맞았다. 주 제재 대상은 러시아 국영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을 비롯한 관련기업 50개 이상의 기업이 포함되어 있고 최근 80개 이상의 러시아 기업이 추가되었다.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산업이 재정 수입의 50%,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저유가와 경제제재로 재정악화를 겪고 있는 러시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의 예산 적자가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EU 농산물의 주 수입국인데 보복 조치로 대서방 식품 금수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식품 금수조치로 가장 타격이 심한 프랑스는 대 러시아 경제제재 해제를 줄곧 주장해왔으나, 미국의 강력한 제재 드라이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프랑스의 국제경제연구센터(CEPII)의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시작된 2013년 말부터 지난 2015년 6월까지 제재에 동참한 서방국가들의 대러 수출 손실액이 600억 달러가 넘는다.

 

트럼프 당선, 한 시대의 마감?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밀월관계가 예상되면서 대 러시아 경제제재 해제에 따른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의 대통령 시대에 불어 올 것으로 보이는 지역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어쩌면 올해가 한 시대의 정치 경제질서를 마감하는 마지막 해가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