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잔인한 4월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7/04/03 [16:26]

영국의 탈퇴협상이 공식적으로시작되면서 EU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내부 결속이 절실한 입장이다. 그러나네덜란드와 프랑스의 극우돌풍이 예사롭지 않은데다 터키마저 시비를 걸어오고 있어 EU 집행부가 골머리를앓고 있다. EU가 대응할 뚜렷한 압박수단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군부의 쿠데타 실패를 기회로 정적들을숙청하고 언론인들을 잡아들이면서 과도한 탄압정치를 지속해오고 있다. 지난해 말 유럽의회가 터키의 EU 가입협상 중단을 압도적으로 가결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의미하다며평가절하하고 가입을 막으면 난민들에게 국경을 개방하겠다고 오히려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슬람주의로의 급회전시킨 실패한 쿠데타.

 

작년 7월15일 터키에서세속주의를 지향하는 일부 군부에 의해 쿠데타가 일어났지만 국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해 실패했다. 터키의헌법 2조는 터키 건국의 아버지로 통하는 케말 파샤의 건국이념인 정교분리원칙인 세속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총선 승리 이후 장기집권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의이슬람주의에 반대하는 쿠데타였다. 이후 터키에서는 대대적인 피의 숙청과 탄압이 이루어지면서 군인, 판사, 공무원, 교사등 45,000명 이상이 체포되거나 쫓겨났다. 이렇게 되자 EU정상들은 터키의 강압통치에 우려를 나타내왔다. 그러나 에르도안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세를 몰아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으로, 올해1월에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한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이달 16일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개헌안에 대한 반대여론이 51~2%로 앞서 있어, 유럽에 거주하는 친 이슬람성향 재외국민 찬성투표가 절실한 상황이다.

 

EU-터기, 깊어지는 갈등의 골

 

터키 정부는 EU 거주 자국인들을 상대로 개헌찬성집회를 추진하였으나, 독일과 네덜란드가 이 집회를 안전 등의 이유로 불허하면서 서로간의 관계가 악화되어 왔다. 네덜란드가 집회 독려차 입국하려던 터키 외무장관의 입국 불허하고, 육로로들어 왔던 터키 가족부 장관도 접근금지 조치와 함께 돌려보냈다. 이에 격노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과네덜란드를 향해 나치의 잔재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터키는 항의조치로 최근 네덜란드에서 들여 온 홀스타인젖소를 추방했고, 터키의 이스탄불시는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과 맺은 자매도시 협약을 파기했다. 터키계 주민들이 터키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충돌하자 영사관을 봉쇄하고 물대포로 강경 진압했다. 이러한 갈등은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의 타 국가들로도 확산되고있고, 이에 반발한 터키는 EU가입 포기 가능성을 거론하면서“터키에게는 EU외에도 대안이 있다”도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달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에르도안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최첨단 방공미사일인 S-400 의 구매의사를 표시했다.

 

강경대응은 EU의 극우파 견제목적

 

이는 자국의 유권자들을 의식한 유럽 각국들이 세력을 눈에뜨게 키워가는 극우파에게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한편, EU의 강경 대응은 해외 유권자들의 분노를 자극해 지지세를모으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목적과도 부합한다.

지난달 15일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WD)는 8석을 잃었지만 우려했던 빌더스 대표의 자유당(PW)의 극우 돌풍을 어느 정도 견제하고 1당의 위치를 지켜냈다. 빌더스 대표는 네덜란드도 영국처럼 EU탈퇴를 묻는 넥시트 국민투표를실시할 것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그러나 이달 23일 1차 투표가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이 극우 돌풍의 정확한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르펜 대표가 지지율 25%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1위의 가능성이 가장 높게 예상되고 있다.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한편 영국은 EU탈퇴발동 법안들이 상하원에서 수정 없이 모두 통과된후 지난 달 말에 리스본 조약 50조가 공식적으로 발동되었다. 이에따라 앞으로 2년간 밀고 당기는 피 말리는 협상이 진행된다. 당장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협상 가이드라인 초안을 EU27개국에회람한 후 이 달 중에 긴급 정상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최대의 쟁점은 이혼합의금이다. EU는 2014~20년 EU예산확정시 약속했던 분담금을 포함한 600억유로(약 73조원)를 이혼 합의금으로 요구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에 대해 지난달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영국이 매년 엄청난 금액을 내려고 브렉시트에 투표한 것이 아니다”고강력하게 반발한바 있다. 또 다른 주요 쟁점은 인력과 상품의 상호 자유이동 원칙에 대한 타협하기 어려운입장 차이다. EU측은 양보할 수 없는 기본권이라는 입장인 반면 영국은 결코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조건이라는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의 과실만 골라먹기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고, 영국의 메이 총리는 ‘나쁜 계약보다는 무 계약이 났다’며 서로 물러 설 수 없는 강대강의입장을 천명했다. 그 외에도 수 많은 쟁점들이 있어 2년안에 모든 협상이 마무리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힘이 실려가는 메이 총리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EU의 탈퇴결정이 자신들의 이익과 반한다면서 독립투표를다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왔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지금은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며 단호히 거부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독립 후 EU 재가입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계획에서노르웨이, 아이슬랜드와 같은 비 EU국가의 모델인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형태의 가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는 압도적인 잔류의사를나타냈던 작년 브렉시트 투표때와는 달리 현재는 스코틀랜드인 60%정도가 EU를 벗어나기를 원하는 여론으로 바뀌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국의소수민족 독립의사 자극을 우려하는 스페인과 같은 다른 EU국가들도 스코틀랜드 독립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있다. 한편 메이 총리는 지난 1월말 터키를 방문하여 에르도안대통령과 양국간 무역규모를 늘리고 협력을 위한 실무 그룹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트럼프 미대통령과도 FTA등 양국간 협력방안을 논의 했었다. 메이 수상의 목소리에 조금씩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EU국가들의 서로 더 단단한 결속을 외칠 뿐, 흔들림을 막을 시원한 한방을 찾기 어려운 EU로선 특히 잔인한 4월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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