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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틀을 짜는 유럽의 방위전략
 
김지호 발행인
 

브렉시트 협상의 시작으로 영국의 유럽 이탈이 가시화되면서 유럽의 방위전략도 새롭게 틀을 짜야할 상황이 되었다. 더욱이 나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 별로 우호적이 아닌 상황에서 유럽의 안보가 더 이상 나토의 우산아래서 안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밀월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유럽방위연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달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 정상회의에서 양국이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을 비롯한 전차, 헬기 등을 포함한 군비협력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이후 독일의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은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는 적어도 예산의 20% 정도를 군사력 증강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유럽의 국가들이 참여가 필요하다면서 유럽방위연합의 기본 틀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이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걸고 나토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트럼프의 미국과 유럽을 탈퇴하는 영국에 유럽의 방위를 의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과 강한 EU를 추구하는 양국 정상들의 의기가 투합된 결과다. 양국 정상들은 전투기 공동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내년 중반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뺨 때리는 미국, 속으로 웃는 독&불  

 

지난 7~80년대에 영국, 독일, 스페인과 프랑스가 유럽형 전투기인 ‘유로파이터’를 공동 개발을 시도했던 전력이 있다. 그러나 프랑스가 항공모함에서도 운용 가능한 기종을 원했던 프랑스가 1983년에 공동 프로젝트에서 이탈해 독자 기종인 ‘라팔’을 만든 이후, 두 기종은 방위시장에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크기는 조금 작은 편이지만 강력한 다목적 전투기인 라팔은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지만 2015년 이집트가 24대를 구입하기 전까지는 실적이 없었다. 그러나 인도가 파키스탄의 F-16 8기 구입결정에 맞서 작년 9월 36기를 계약함으로써 수출전선에 뒤늦게 파란불이 켜졌다. 그러나 프랑스는 2030년경에는 낡은 기종이 되는 라팔을 대체할 기종을 준비해야 할 입장인 것이다.

한편 독일공군의 주력기는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태리가 공동개발한 유로파이터 타이푼이다. 판매사는 영국 33%, 독일 33%, 이태리 21%, 스페인 13%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주력은 2000년에 설립된 에어버스의 모회사인 범유럽방위항공 EADS와 영국의 국영항공우주기업인 BAE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시스템스이다. 공중전 능력이 세계최강급이며 2005년 가상대결에서 유로파이터 타이푼 한대가 F-15E 2대를 격추시켰고 2010년 훈련에서는 2대가 F-15C 8대와 가상대결을 벌여 7대를 격추 시킨바 있다. 강점은 정상비행에서 초음속을 유지하는 슈퍼크루즈 비행능력을 갖춘 탁월한 엔진이다. 약점은 공대지 능력이 부족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엔진이 가능한 것은 항공강국 영국의 BAE와 롤스로이스의 뛰어난 항공엔진 기술력 덕분이다. 실례로 아이러니하게도 2차대전때 영국을 심하게 괴롭힌 독일 주력 공군기 BF109, JU87 들은 모두 영국이 공급한 롤스로이스 엔진을 장착했었다는 웃지 못할 사실이다. 당시에도 전략물자는 수출이 금지되었으나 롤스로이스 케스트랄 엔진은 최신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략물자에서 제외되어 상업거래로 공급했던 것이었다. 또한 한국전쟁에서 악명을 떨쳤던 미그 15 전투기도 영국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동맹국이었던 소련에 선물한 고성능 롤스로이스 엔진을 복제한 클리모프 RD-45를 달고 등장했다. 각설하고, 독일의 입장에선 브렉시트를 계기로 항공강국 영국의 주도에서 벗어나 독자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랑스와의 밀착협력은 구미가 당기는 셈법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에 대한 비우호적인 제스추어들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셈이 되고 있다.

 

국방력 강화에 매진하는 영국

 

브렉시트라는 유럽의 균열이 중동의 난민사태에서 촉발된 나비효과라고 한다면, 혼란을 막고 공동체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서하여 외부 불안원인에 대한 방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독자노선을 가기 위해 유럽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겠다고 선언한 영국은 최근 국방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6만 5천톤급의 최신예 항공모함인 ‘퀸 엘리자베스’함의 건조를 마치고 첫 시험항해를 했다. 또 동급의 항모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도 현재 건조 중에 있다. 이로써 과거 해양강국의 염원을 담아 40여년만에 최신형 항모를 운용하게 된 영국의 항모전력은 세계2위로 부상했다. 작전반경이 1만 8500Km 에 달하는 퀸 엘리자베스함은 태평양까지 작전이 가능하다.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은 ‘영국이 향후 50년간 세계 곳곳에서 역할을 할것’ 이라면서, 러시아의 6만톤급 구형 항모 어드미랄 쿠즈네조프를 빗대어 “러시아가 부러워할 것”이라고 자랑했다가 러시아측의 반발을 샀다. 발끈한 러시아 국방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얼빠진 팰런 장관의 발언은 해군에 대한 무식함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미군 호위함에 바짝 붙어야 작전이 가능한 ‘퀸 엘리자베스함’은 그저 타격하기 좋은 커다란 해상 표적일 뿐”이라고 비아냥댔다. 퀸 엘리자베스 함은 내년부터 함재기들의 시험비행을 한 뒤 2021년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냉정한 국제사회

 

영국의 입장에선 해양전력을 강화해야 할 누구보다도 절실한 이유가 있다. 포클랜드, 지브롤터 등 지난날 대영제국 시절 확보한 해외 영토들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엔총회가 인도양에 위치한 옛식민지 모리셔스에서 떼어낸 영국령 차고스 제도 통치가 합법적인지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ICJ) 의 권고의견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통과 시켰다. ICJ의 판결은 구속력은 없지만 법적 영향력과 도덕적인 권위로 인해 영국은 일단 외교적인 타격을 입은 셈이다. 프랑스, 독일 등 대다수 EU회원국들은 기권했다. 영국이 유럽에서 떠나는 상황이라 EU 회원국들의 영국 편들기는 찾아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따라서 냉정한 국제 사회에서 자신을 지키는 수단은 자신의 힘 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말해 준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기사입력: 2017/08/02 [16:35]  최종편집: ⓒ 런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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