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떠오르는 젊은 해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8/02/01 [16:52]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유럽의 뉴리더로서 전격 부상하고 있다. Mrs 유럽으로까지 불리던 독일의 총리 메르켈이 국내정치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는 반면, 마크롱은 탄탄한 자국의 지지율을 배경으로 국제무대에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EU 권력의 중심축도 독일에서 프랑스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진 6월 총선에서 하원의석의 60%를 확보 한 후 바로 과감한 노동개혁에 착수했었다. 초기에는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비판에 취임직후 60%를 넘나들었던 국내 지지율이 지난해 한때 40%대까지 급락해 위기도 있었으나, 흔들림 없이 지난해 9월 노동법 개정안을 의회승인이 필요 없는 법률명령으로 통과 시켰다. 반발하는 강성노조의 수장들을 엘리제궁의 협상테이블로 불러들여 각개격파식으로 무력화시키면서 개정안을 노조측에 공개한지 수시간만에 언론을 통해 전격 공표하는 극약처방을 단행한 것이다. 주 내용은 해고 요건완화와 근무시간, 임금 협상을 산별노조가 아닌 개별 기업단위로 변경하여 강성노조 권한을 약화시켜 노동시장을 유연화 시키는 정책이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침체에 시달리던 경제가 되살아 나고 있다. 올해 초 기업인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프랑스 경제장관은 “최근 투자도 살아나고 성장세도 견고하다”면서 “기업경기가 10년이래 제일 좋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두 달 전부터 계속 상승해 현재는 5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고집스레 밀어붙인 개혁들이 성공하여 경제성장으로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국제관계에서 프랑스의 이해를 잘 지켜내는가에 대한 설문에는 응답자의 75%가 그렇다고 응답함으로서 국제무대에서의 활약에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은 외교무대에서도 활발한 액션을 취하면서 젊은 풋내기의 인상을 벗고 능숙한 지도자의 면모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프랑스 혁명 기념일 기간에 가졌던 트럼프 대통령과 파리 정상회담에서 강렬한 악수로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인 후,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에펠탑2층의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초청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과시하면서 능란한 모습을 보인바 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는 제정러시아의 근대화를 주도했던 표트트 대제 전시회가 열리고 있던 베르사이유궁으로 안내하면서 이벤트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올해 초 중국을 국빈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공화국 수비대의 군마를 선물했다. 중국인들이 삼국지연의에서 적토마처럼 상대에게 명마를 선물하는 것이 신의의 표현이라는 점을 고려한 이벤트인 것이다.

 

제자리 걸음 브렉시트 협상에 물꼬를 트는 협상가의 면모

 

마크롱 대통령은 브렉시트 결정으로 EU국가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있는 영국에도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말 영국에서 가진 양국 정상회담에서 그는 양국의 역사적인 특별한 우의를 바탕으로 협력관계 강화를 제안했다. 답보상태에 있는 EU와의 협상에도 물꼬를 터주었다. EU의 기본이념인 자유이동과 EU의 사법체계를 따르지 않고 자유무역만 허용하는 체리만 빼먹기식은 안되겠지만, 영국의 특수 입장을 고려해 비EU국가로서 EU 원칙을 따르는 노르웨이식과 아시아등의 국가들과의 FTA의 중간적 형태인 맞춤형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또한 그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브렉시트를 이유로 EU에도 중요한 금융 중심지인 런던 씨티의 불을 끄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협상에 따라 시티의 특별지위가 가능할 듯한 뉘앙스도 내비쳤다. 이는 EU의 기본이념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양자택일을 압박해 온 EU의 타 리더들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모습이다.

한편 안보협력분야에는 브렉시트가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을 것임을 양측은 확실히 했다. 오히려 협력강화를 위해 2020년까지 세계 곳곳의 평화활동지원을 위한 1만명 규모의 양국공동군을 준비하기로 했다. 우선적으로는 프랑스의 서아프리카 지하디스트 소탕작전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벌이는 영국의 군사활동을 상호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마크롱 대통령의 유연한 외교는 지난 총선 실패 후 당안팍의 도전과 브렉시트 협상의 지지부진으로 리더십에 위기를 맞고 있는 메이 총리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프랑스 칼레항에서의 난민경비 분담금을 늘려달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요구에 메이 총리는 4천450만 파운드를 추가로 분담하겠다고 화답했다. 양국간 국경보호를 위한 ‘르 투케’ 조약에 따라 영국으로 가는 길목인 프랑스 칼레 항구에는 영국의 국경검문소가 설치되어 있다. 문제는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들이 칼레로 밀려들면서 슬럼화되어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한때는 칼레 난민촌에 1만 명이 넘게 몰려있었으나, 전국의 난민시설로 분산 시킨 후 지금은 약 1천여명의 난민들이 머무르고 있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인들이 자국의 땅에 영국의 국경경비소가 있다는 사실에 못마땅해 하고 있다.

더욱이 칼레는 영국에 대한 굴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칼레 장군, 노르만디 멍군

 

칼레는 영국과 프랑스간의 백년전쟁 초기인 1347년에 영국왕 에드워드 3세가 함락킨 후 200여년간 영국땅이 되었다가 1558년 프랑스의 앙리2세가 되찾은 땅이다. 전해 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에드워드3세가 칼레를 포위하고 브르즈아 계급 시민 6명만 넘겨주면 이들만 처형하고 시민들의 목숨은 살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자 연장자인 셍 피에르를 포함한 6명의 의인들이 목에 밧줄을 두르고 성의 열쇠를 가지고 왕 앞에 나타났다. 그러자 왕비인 필리파가 기독교의 사랑을 내세워 왕을 설득해 이들의 목숨을 구해주었다고 한다. 도시의 한 켠에는 1895년 이들을 형상을 청동으로 주조한 로뎅의 작품 ‘칼레의 브루조아 시민들’이 세워져 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회담 선물로 노르만디의 바이외 성당에 보관되어 있는 국보급 태피스트리를 영국에 전시를 위해 대여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역사가 담긴 진기한 보물에 대한 기대에 들떠있다. 바이외 태피스트리는 노르만 공작이었던 정복자 윌리엄이 1066년 영국의 동남부 해안 헤이스팅스에 상륙해 영국왕 해럴드를 격파하고 영국의 왕이 되는 과정을 서사시 형태의 그림으로 제작된 폭 50cm 길이 70m 의 거대한 작품이다. 이 태피스트리는 1066년~1077년 사이에 영국의 켄트지방에서 수녀들이 한땀한땀 바늘로 수놓듯이 직조해 노르만 성당에 헌정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르만의 정복으로 앵글로색슨의 게르만언어에 불어가 섞여서 영어가 형성되었고 정복왕 윌리엄의 피가 영국 왕실에 이어지고 있기에 이는 영국의 역사와 정체성이 깃든 보물임에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계산된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쩐지 칼레 장군에 노르만디 멍군이 된 듯하다.

 

EU 권력 메르켈에서 마크롱으로 이동하나?  

 

한편 지난달 말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EU의 더 강하고 결속된 통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양국간 협력을 보다 더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963년에 양국간의 우호를 위해 체결한 엘리제 조약을 개정해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개혁을 위해 독일이 하루빨리 연정을 구성해 줄것을 촉구하면서 메르켈 총리를 측면 지원했다. 지난해 9월 총선 이후 연정을 구성하지 못해 위기에 몰렸던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이 대연정 예비협상안을 통과 시키면서 가까스로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내상을 입은 메르켈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EU의 맹주 자리가 서서히 떠오르는 프랑스의 마크롱에게로 넘어가는 추세로 보인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3월 총선을 앞두고 반 유럽 포퓰리스트 정당인 오성운동에 밀리고 있는 집권당 젠틸로니 총리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로마를 방문해 젠틸로니 총리와 회동 후 마크롱 대통령은 “젠틀로니 총리와 세계현안을 놓고 함께 일해서 기뻤다”며 “우리가 유럽의 결속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개지원을 한 셈이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광폭행보를 이어가는 마크롱 대통령을 루이14에 비유해 21세기 태양왕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이 이어지고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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