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화약고, 또 다시 타오르나?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8/06/01 [16:59]
IS가 쇠퇴하면서 잠잠해지는 듯하던 중동에서 또 다시 불길이 솟아올랐다. 시리아 정부군이 민간인들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폭격을 시작하더니, 이내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미사일을 쏘면서 치고 받았다. 이에 더해 미국이 전격적으로 이란 핵협정(JCPOA)에서 탈퇴하고대이란 제재를 재개하면서 사태가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지난 5월 시리아 내에 자리잡은 이란 혁명 수비대의 군사시설에 대한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습은 1973년 제4차 중동전 이후최대규모이다. 이스라엘이 이란과 직접적인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일촉즉발 충돌과 미국의 전격적인 이란 핵협정 탈퇴의 핵심은 이란에 대한 견제라고 할 수 있다. 중동에서 맹위를 떨치던 IS세력이 위축됨에 따라 아랍의 독보적인강자로 부상하는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겐 IS나 시리아와는 차원이 다른 반시오니즘, 반미를 상징하는 강력한 미래위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미국과 이스라엘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을이전하는 파격적인 친이스라엘 행보로 양국의 찰떡궁합을 과시해왔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및 영국으로 대표되는 유럽국가들의 이해관계와는 상충된다. 2015년의핵합의 이후 이란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유럽국가들은 미국의 독단적인 핵협정 탈퇴에 따라 부활된 제재조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시리아가 민간인들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명분으로 시작해 지난달 시리아 공습 때까지만 해도 미국에동참해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미국 우선주의 망치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이스라엘

 

반면, 이란과의 직접적인 전쟁불사 의지까지 나타내며 긴장을 고조시켜온이스라엘로서는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목표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3년 전 오바마 전대통령의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독일과 타결한 핵 합의인 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JCPOA)에 대해 ‘역사적실수’라면서 비판해왔다. 지난 4월말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입수했다는 이란의 비밀 핵개발 내용이 담긴 문서를공개하기도 했다. 불완전한 합의가 이란의 핵개발능력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한 채 경제발전의 기회만안겨줘 장래 위협만 키웠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내걸었던공약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타 협정에 참가한 서방국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지난 달 핵 협정에서 전격 탈퇴와 제재부활을 선언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이 이에 화답하듯 시리아내이기는 하지만 이란의 군사거점들에 대해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감행한 것이다.   

 

삐걱거리는 미국과 유럽

 

그렇다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누구도 섣불리 대답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유럽국가들이 모두 경제적인 이유로 핵합의 유지를 원하고 있어 이란이 대응을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키를 쥐고 있다. 유럽은 미국에게 자국 기업들에 대해 대 이란 제재에서 예외를 인정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오히려 이란을 최대로 압박하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제3자제재를 확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 28개회원국 정상들은 핵합의 유지를 위해 공동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정면 충돌할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실례로 유럽 국가들 중 가장 적극적으로 미국과 행동을 같이 해 왔던 영국이 가장 먼저 반기를 들었다. 영국 런던에 베이스를 둔 퍼가스 컨소시움과 이란남부석유회사(NISOC)가이란 남부 카란지 유전을 향후 10년간 개발해 원유를 생산하기로 하는 기본합의 의향서에 서명했다. 이는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이란과 유럽기업과 체결된 계약이다. 그러나 현실은 유럽국가들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강력하게 대응할 뚜렷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유럽 국가들이 이란과의 핵합의를 지켜줄 수 없게 되면 실용주의 온건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입지가 약화되면서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하마네이의 강경노선에 의해 중동에 전운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서 핵은대통령이 아니라 최고 지도자인 하마네이가 관장하고 있다. 그는2015년 당시 핵 합의를 승인해 주었지만 미국을 믿지 말라고 경고 한 바 있다. 미국의핵합의 탈퇴를 계기로 실업과 생활고에 지친 국민들과 개방적인 신세대 젊은이들로부터 점차 외면 받아가던 종교세력들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입지가또 다시 강화되고 있는 중이다.   

 

풀기 어려운 합종연횡 방정식

 

미국의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과 대사관 이전에 항의하던 팔레스타인 시위대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경대처와실탄 발포로 6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대규모 유혈사태가벌어지면서 반미, 반시오니즘 정서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에따라 이슬람 강경파 종교세력들의 반발도 거세지면서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반시오니즘 종교세력의부상을 가장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는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슬람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다. 이슬람근본주의 물결이 사우디와 같은 왕정체제 유지에는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종교세력의 종주국이라고할 수 있는 이란과 시리아는 시아파로서 사우디의 수니파와는 오랫동안 역사적으로도 적대적인 관계다. 이런이유로 중동의 불길은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을 상수로 유럽과 사우디를 변수로 하는 합종연횡 방정식과같은 복잡한 형태로 번져가고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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