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분쟁, 준법과 공존의 지혜를 기대하며

"저렴하게만 공급해 다오"
유로포커스 | 입력 : 2008/09/03 [02:29]
불법과 탈법, 그리고 갈등
 
진로 소주 유통을 둘러싼 분쟁이 한 차례씩의 광고 공방으로 한인 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킨 후 독점권에 대한 관심과 유럽 각국의 공정 거래법에 쏠리고 있다. 코리아 푸드가 전면 광고를 통해 '불법 소주 유통'을 사법 당국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본지가 추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코리아푸드는 진로의 제품들에 대해 2007년부터 영국 등 주변국가의 공급 독점권을 가지고 있으며, 진로는 지정된 국가에 공급되는 모든 주류를 코리아푸드를 통해서만 공급하기로 독점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지켜야 할 의무를 지닌다고 한다. 따라서 진로는 이번 광고에 실명 거론된 업체들에게'수출용'소주는 물론 어떠한 소주도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들어오나?
 
이러한 독점권에 반론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독점 계약의 한계로 반박하고 있다. 우선 수출용과 내수용은 한국 내의 구분일 뿐 수출 금지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진로로부터 직접 공급받지 못해도, 또한 어떠한 도매상으로부터 구매하지 못하더라도 소매가로 구입하는 것은 가능하고, 이를 영국으로 수입하는 것 또한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수출용의 경우 국내 세금이 면제되지만 내수용은 국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더 비싼 원가로 들여 온다고 한다.
 
영국으로의 수입은?
 
만일 영국법에 의해 소주가 수입금지 품목이라면, 혹은 수출과 수입에 관련된 라벨 및 통관 서류 일체가 필수적이라면 위의 수입은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리고 불법 수입을 거친 후의 유통 또한 불법이다. 따라서 이러한 수입은 모두 밀수 등으로 볼 수 있으며, 독점 공급권을 가진 업체를 통하지 않는 수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설사 다른 품목으로 속이고 들여온다 하더라도 세관이 늘 통과시킬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같은 유럽연합 내의 거래이고, 수입금지 품목도 아니고, 판매 관련 특별 규정이 없어서 '통관 신고 및 세금 납부' 등 정상적인 유통 과정을 밟아서 들어올 수 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진로와 코리아푸드 간의 독점 계약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로 입장에서는 모든 소주의 최종 소비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일반적으로 독점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진로와 아무 관련이 없는 거래, 즉 소매점에서의 구매와 단계별 세금을 납부한 수출 및 수입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탈세는 별도의 문제
 
어느 나라에서 살거나 어느 나라에서 사업을 하거나 현지의 법은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다만 법은 명확하게 규정된 만큼만 준수 의무를 갖게 하고 남용 또한 금지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또다른 법이 개입될 수 있다.

한인 업체들이 현지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함은 물론 한인 사회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한인 사회 전체에 명백한 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도 삼가토록 요구 받는다. 엄청난 세금을 피하기 위해 허위 서류를 작성하는 등으로 규제를 받고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 피해가 한인 사회에 고스란히 떠넘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 업체가 부적절한 상행위를 한다고 해서 이에 대해 직접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또한 불법이다. 독점권이라는 명분이 있다고 해서 타 업체 내부에 대한 무단 출입, 지면을 통한 명예 훼손 등이 정당화 되는 것도 아니다. 공개된 장소에서나 정당한 수단으로 탈세라는 범죄 행위를 목격했다면, 혹은 경쟁업체로서 피해를 입은 경우라면 증거 자료와 함께 관련 당국에 호소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금까지 조사하고 문의해 본 바로는 영국 내에서 독점 업체를 거치지 않은 소주가 유통되고 판매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확실한 법이나 규정은 확인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서 특별한 규정이나 계약 등을 요구했지만 유통 자체가 불법이라고 확신할 만한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가정용 소주라고 한국어로 라벨이 붙은 소주를 마신 개인이 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일까? 식당에서 업주가 가져 온 소주를 어떤 유통 경로를 통해 들어온 것인지 확인하는 게 소비자의 의무일까? 수입업체가 공급해 준 소주가 '불법 유통'으로 들어온 소주인지 확인하는 것이 식당 주인의 의무일까? 아마도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저렴한 게 최고
 
소주 애호가들에게 유통 업체들은 참 고마운 존재다. 개인적으로 수입해서 마시려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고려해 보면 그렇다. 아직도 한인들이 드물어 아예 소주 구경을 할 수 없거나 훨씬 비싼 가격에 맛보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밀집된 지역, 유통이 가능한 곳에서는 얼마나 저렴한가에 관심이 쏠린다. 간혹 한국에 비해 몇 배 비싸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분들도 있지만 과연 그 가격이 적절한지는 수입 규모, 세금 등등 모든 것을 고려한 후에나 가능할 뿐이다.

만일 해당 지역에 다수의 업체가 소량 단위로 나누어 수입한다면 독점 공급보다 가격이 더 비쌀 수도 있다. 시장 규모가 독점 공급에 적절한지 자유 경쟁에 부치는 게 유리한지는 공급자인 진로가 결정할 사안으로 타 업체나 개인 소비자들이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독점 유통으로 가격이 높아지고 소비가 줄어든다면 독점 공급 업체도 달리 판단하게 될 것이다.
 
해결책은 없나?
 
독점으로 공급하느냐 자유 경쟁에 붙일 것인가 하는 사항 등 진로나 다른 외부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에 파생되는 갈등을 분쟁으로, 법정 다툼으로 비화시킬 의무도 그럴 필요도 전혀 없다고 본다. 서로 남의 허물을 들추는 광고를 게재하여 경쟁업체와 독자들에게 위압을 가하는 모습은 결코 아름다울 수가 없다. 게다가 상당수의 독자들은 그 광고들이 기사와 구분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싸움을 붙일 수 있는 광고라면 자제해야 할 것이다.
사기업체는 이윤을 목적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해외 거주 한인들에게는 잊지 말아야 할 이웃 한인들도 고려하는 동족애도 필요하다.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법정에서 판결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준법과 공존의 지혜를 나눌 최대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이웃과 자녀들에게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헤아릴 수 없는 이윤으로 따라올 것이다. 관련 업계와 관심있는 분들의 대화와 협의를 기대한다.
 
@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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