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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은 유럽의 서머타임 논쟁
 
김지호 발행인
 

 

유럽에 어느 날 불쑥 뜨거운 논쟁거리가 등장했다. 100년 역사의 서머타임을 폐지하자는 조금은 생뚱맞아 보이는 논란이다. 브렉시트 협상 타결시한 10월말이라는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도 끄지 못할 처지에서 왠 한가한 논쟁이냐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면 브렉시트 협상과 전혀 무관한 이슈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EU가 유럽을 떠나는 영국에 한방을 먹이는 교묘한 수라는 느낌이 든다.

 

 

 

유럽연합 소속국가들은 공식적인 법령에 따라 흔히 서머타임으로 불리는 일광절약타임(DST: Daylight Saving Time)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여름에는 시간을 앞당김으로써 아침에는 해가 그만큼 늦은 시간에 뜨지만 저녁에는 일몰시간을 늦추어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취지이다. 현재는 3월 마지막 일요일 새벽 2시를 한 시간을 당겨서 3시로 만들어 서머타임을 시작하고 10월 마지막 일요일 새벽 3시를 2시로 한 시간 늦추어 태양의 남중에 기준한 시간으로 원상 복귀하고 있다.

 

일광 절약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자민 프랭크린이 1784년에 최초로 제안했었다. 하지만 그의 제안은 아침에 일찍 활동을 시작해 저녁에 쓰이는 초를 절약하자는 취지였고 시간자체를 조정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이후 영국의 과학자 죠지 버논 허드슨이 1895년에 10월과 3월에 2시간씩 조정할 것을 제안했지만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1907년에 비로소 영국의 건축업자 윌리엄 윌렛이 일광의 낭비라는 팜프렛을 발간하면서 영국서머타임이라고 알려진 DST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그는 아침을 일찍 시작하면 좋은 이유들을 역설했지만, 골프광이었던 그가 실제로 원했던 것은 오후에 시작한 골프가 끝날 수 있도록 일몰시간을 늦추는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의 캠패인은 더 많은 시간의 아침 햇빛을 선호하는 농부들의 반대에 부딪혀 그의 생전에는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가 죽고 난 다음해 1차대전 중인 1916 5월에 독일과 동맹국인 오스트리아, 헝가리가 연료와 에너지 절약을 위해 DST를 실시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다른 유럽국가들이 바로 뒤따랐고 이후 미국도 채택했다. 당시의 주 에너지원은 석탄이었기에 실제로 에너지절약에 기여했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전쟁수행에도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지금 새삼스럽게 다시 이슈가 되는 이유는?

 

 

 

이후 영국은 2차대전시 한 시간을 추가로 연장한 엑스트라 섬머타임과 60년대 그린위치 시간으로의 복귀 등 몇 차례 번복을 거쳤다. 70년대 이후 유럽이 통합되면서 EU 소속국가들이 시간대는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DST시행이 의무사항이 되었고 유럽인들은 대체로 잘 적응해 왔다. 최근 핀랜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 재검토 요청이 있었지만 심각한 문제제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회는 지난 2월 서머타임에 따른 시간변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결정했다. 후속조치로 7 4일부터 8 16일까지 전 EU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가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결과는 참여자의 84%가 시간변경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나타냈다. 일년에 두 번씩 시침을 바꾸는 것이 번거롭고 바이오리듬을 깬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또한 이들의 요구는 서머타임을 폐지하고 원래의 태양기준시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사시사철 서머타임, 1시간을 앞으로 당긴 서머타임을 1년 내내 쓰자는 것이었다.

 

2014년에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는 대부분이 현재의 서머타임제도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 몇 년 사이에 민심이 급변했음을 보여낸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실 함정이 있다. 서머타임 반대론자는 바이오리듬을 주장하고 찬성론자는 보다 안전한 밤거리와 교통사고 저하를 선호 이유로 꼽아왔다. 따라서 연중 내내 서머타임은 양쪽의 이점을 모두 갖춘 손쉬운 해결책으로 생각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답이 나왔을 수 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대부분의 국가들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영국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위도에 남북으로 긴 지형학적 형태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영국의 딜레마, 시간의 국경

 

 

 

영국의 경우 과거에 타임존을 중앙유럽시간에 맞추기 위해 한 시간을 당기는 것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스코틀랜드의 강한 반대로 철회됐다. 겨울시즌에 한 시간을 당기면 북쪽 스코틀랜드에서는 해가 10시가 되야 뜨게되어 학생들의 등교길이 너무 어둡다는 것이 주 반대 이유였다. 그렇다고 연중 내내 그린위치 타임으로 되돌아가면 윌리엄 윌렛이 원했던 것처럼 여름저녁의 긴 햇빛을 즐길 수 없게 된다. 설문 조사 응답자 46십만 중 2/3 3백만 이상이 독일인이었고 프랑스인 41,000에 비해 영국인은 13,000명에 불과했음은 DST 폐지는 독일 주도의 여론이었음을 말해준다.

 

이런 점들에 비추어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인들이 서머타임을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되면 영국이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유럽의 방침을 따라야 하는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에 1년에 5개월간 겨울시즌에 시간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시간의 국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일랜드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의 시간을 달리 한다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아일랜드에 물리적 경계선이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경우 북아일랜드가 EU의 룰을 따르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어 딜레마에 빠진 영국의 고민은 깊어 질 수 밖에 없다.  

 

 

 

강경한 EU, 속 끓는 영국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수백만명의 EU시민들이 원한다면 반드시 그것을 해야 한다 DST 폐지를 유럽의회와 회원국에 제안하겠다는 강력한 추진의사를 밝혔다. EU에서 법을 개정하려면 소속국가 모두가 찬성을 해야 하므로 이해관계 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집행위원회는 2021 3 28일 이후로는 DST에 따른 시간변경을 안 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영국이 탈퇴하는 내년 3 29일 이전에는 입법안을 제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브렉시트에는 일정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속으로는 끓지만 논란에는 말려들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를 자극해 문제가 복잡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입장에서는 유럽이 딴청을 부리며 휘두른 잽에 맞고도 별다른 항의도 못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모든 일들이 EU가 바라는 의중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현재는 그런대로 통일된 모습의 나라별 타임존 분포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하게 분화된다면 자중지란이 될 수 있다. 지리적으로 영국과 같은 타임존에 속하지만 프랑코 독재시절 동맹국 독일에 맞춘다는 명분으로 유럽중앙타임존을 채택한 스페인은 그린위치 타임존으로 되돌아 가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래저래 아름다운 브렉시트 이별은 점점 더 기대하기 어려워 지고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기사입력: 2018/10/02 [00:12]  최종편집: ⓒ 런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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