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파에 흔들리는 당신-셀본을 찾아 보세요

바람부는대로 마음가는대로 - 4
김지호 | 입력 : 2008/09/29 [06:16]
챠톤(chawton)에서 이웃 마을 셀본(selborne)으로 넘어가서 소리없는 영웅들을 만나 보자.
 
< 그의 생애가 내게 감동을 줄수 있다면 그는 나의 영웅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와는 무관한 것이다.>


▲   셀본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들판을 꽉 메운 라벤다의 함성 – ‘내게 말해줘요 말해줘요 말해줘 말하라니까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그대의 향기에 취해 이미 눈으로 다 말을 했건만……
< 입은 거짓을 말할 수 있어도 눈은 진실만을 말한다기에 >

강한 향을 지닌 라벤다는 로마시대에도 향수의 원료로 쓰였다. 꽃말은 ‘내게 말해줘요’. 흥분을 가라 앉히는 진정제로도 사용되기에 ‘침묵’ 이라는 꽃말도 있다. 


▲ 라벤다 제품을 판매하는 라벤다 농장의 직판장이 위치한 단지 입구.    ©런던타임즈 londontimes

 
▲ 라벤다 제품 직판장 – 겉모양이 허름한 것이 왠지 더 정감이 있다.    ©런던타임즈 londontimes
 
 
 
▲  직판장 내부 – 라벤다로 만든 각종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꽃을 건네기가 쑥스럽다면 비누 하나 선물해도 좋을 듯… 향도 좋고 값도 싸다.


▲   라벤다 들판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나타나는 셀본(selborne) 마을 입구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그저 한적한 지방의 마을이다. 아차 하면 지나치기 쉬우니 천천히 들어가자.

이 평범한 마을에 영국의 소리없는 영웅들이 계신다.   

 
▲   gilbert white’s house & the oates museum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길버트 화이트 하우스 & 오트 박물관
[개관시간: 11시~17시, 입장료: 어른 6.50 파운드 어린이는 무료]

이름이 좀 길지만 다 사연이 있다.


▲   영국의 저명한 자연생태학자이자 조류학자인 길버트 화이트 (gilbert white) 1720 ~1793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길버트 화이트(gilbert white)는 영국 최초의 생태학자로 인정 되고 있다. 
 
당시 최고의 동물학자인 thomas pennant 등에게 셀본지역의 동식물에 대한 관찰 결과를 보낸 편지를 집대성하여 1789년에 출판한 'the natural history of selborne' 은 영국의 동식물의 연구에 대한 새로운 장을 열은 저서다.
지금도 natural history 라는 잡지로서 그 명맥을 이어 나오고 있다.


▲   잘 보존되어 있는 길버트 화이트의 서재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길버트 화이트는 특히 독보적인 새에 대한 관찰 연구로 유명하다.

< 새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경지까지 갔을지도? >   


▲   길버트의 침실 – 조명을 극도로 낮추어 놓았다.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조명을 낮춘 것은 무드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구와 집기들의 완벽한 보존을 위한 것이다.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이렇듯 세심한 배려가 관람객들을 숙연하게 만들어 목소리도 낮추고 발걸음조차 사뿐히 옮기게 만든다.

 
▲ 평범해 보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길버트 화이트 하우스의 정원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길버트 화이트는 이 정원에 심은 각종 식물들을 관찰하였고 뒷산에서 날아오는 새들을 관찰하였다. < 가든하면 bbq 나 골프 피칭연습만 생각했던 것이 조금 부끄럽군 >


▲    명문가의 오트(r. w. oates)씨와  족보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007 제임스 본드(james bond) 역의 숀 코네리(sean connery)처럼 멋있게 생긴 오트(r. w. oates)씨와 서양 족보다. 바로 이 분이 오늘의 박물관이 있게 한 사람이다. 

서양의 족보는 주로 직계 인물을 중심으로 한 가계보(가승보)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직계 혈통을 보기에는 일목요연하지만 방계 혈족을 모두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있어 우리나라의 족보형태에 비해서는 비효율적이다.

 
< 근래 들어 서양에서 우리나라의 체계적인 족보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연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


▲   1955년 9월 6일 박물관 개관식- 서서 연설하는 분은 웰링톤 백작 (duke of wellington)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1793년 길버트 화이트의 사후 후손들이 이 집을 물려 받았으나 결국 1954년에 매물로 나오게 되었다. 이러자 뜻있는 마을 원로들이 주축이 되어 박물관으로 만들기 위해 모금을 하였으나 기금이 충분치 않았다.
 
이때 재력 있는 명문가의 오트(r.w. oates)씨가 기금을 내어 이 건물을 사들이고 길버트 화이트와 오트씨 가문의 조상들을 보존하는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 돈을 가치 있게 쓰는 법을 아는 서양의 양반이다. > 


▲  착한 후손 덕에 편안히 자리를 잡은 오트씨 조상들.       ©런던타임즈 londontimes
 
후손을 잘 본 것을 보면 살아 생전에 덕들을 많이 쌓은 모양이다.


▲  남극 탐험 중 사망한 캡틴 로렌스 오트 (captain lawrence oates) 1880 ~ 1912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여기 이사람, 진정한 영웅 로렌스 오트. 그는 캡틴 스코트(captain scott)와 함께 남극을 탐험하고 돌아 오는 길에 조난을 당하고 32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쳤다.

캡틴 스코트 외 4명의 일행이 돌아 오는 길에 조난을 당해 텐트 안에서 식량이 떨어져 가자 동료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눈보라 속으로 나갔다. 캡틴 스코트를 포함한 다른 동료들은 텐트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지만 캡틴 오트의 시신은 결국 찾지 못했다.

캡틴 스코트는 남긴 일기장에서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it was act of a brave man and an english gentleman.” ("…그것은 용감한 남자의 그리고 영국 신사다운 행동이었다.")

<용모마저도 수려한 이 사나이 아깝고 또 아깝다.... >

▲   전통 음식과 차를 맛볼 수 있는 박물관내의 레스토랑 – 정확히 5시에 close 다. 
  ©런던타임즈 londontimes
 
< 이런 멋있는 젊은이를 옆 마을 제인 오스틴이 만났더라면 결코 독신을 고집하지는 못했을 텐데… 시공을 초월해서 둘이 만나기를..>

몽상에 잠기다 5시가 넘어 못 들어갔다.

안에서는 아직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식량이 없다니 나도 이제 용감하게 밖으로 나가야겠다.


< 챠톤과 셀본에서 만나본 사랑스러운 여인들과 멋진 사나이들.. 오늘은 당신들이 바로 나의 영웅들이다. > 
 

[가던 방향으로 b3006을 타고 3 마일정도 더 가면 a3를 만나 런던방향 북상하면 뉴몰든이다] 

                    <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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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큼한 이야기 2008/10/01 [02:29] 수정 | 삭제
  • 신선한 라벤다향을 담은 그림과 이야기, 오랜만에 영국의 스쳐가는 바람을 흠뻑 들이쉬어보는 기분이네요. 사는게 여유로운 영국인들의 마음과, 용기와 배려가 살아 숨쉬는 그들의 삶이 그려져있는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기분, 그리고 조용한 사색과 자연의 색깔, 계속 기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