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 그 첫번째 이야기-뉴몰든 소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의자
박필립 | 입력 : 2008/01/15 [06:36]

▲     ©런던타임즈


유럽 유일의 한인촌을 형성하고 있는 뉴몰든(new malden)은 런던 시내 차링 크로스 역에서 9.4마일 떨어진 런던 남서쪽 교외에 위치한 조그마한 도시이다.

 뉴몰든 이라는 이름은 2마일 남쪽에 위치한 올드 몰든이라는 예전 마을에서 유래한다. 몰든 이라는 이름은 앵글로 섹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mael + duna= 라는 뜻은 ‘언덕을 가로 지르다’ 라는 의미이다.  

뉴몰든 언덕에는 대저택들이 즐비하다. 잉글랜드에는 산이 없기 때문에 힐, 곧 언덕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곳이 집값이 비싸고 널찍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대부분 로얄 킹스톤 바로우에 속해 있으며 일부가 머톤 바로우 관할이다. 런던 대도시로 포함돼 있는 뉴몰든과 올드몰든 시내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2-3개의 침실을 가진 테라스 하우스로 개발되기 시작하여  1930년 대 들어서면서 좀더 큰 집들이 들어섰다.

 뉴몰든은 북쪽으로 부자동네인 쿰힐이 있으며 남쪽과 동쪽은 레인즈 팍,우스터 팍과 톨워스로 둘러싸여 있다.  뉴몰든은 모스퍼 팍을 안 싸고 있는데 이곳에는 풀함 축구클럽의 연습장이 있다.  서쪽에는 뉴몰든의 가장자리인 템즈강 상류 킹스톤이 위치하고 있다.

 최근 인구는 워털루 역에서 20분 거리에 연결되는 뉴몰든 역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뉴몰든은 유럽에서 가장 큰 한국인 이민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킹스톤 바로우에 따르면 약 2만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지며 대부분 뉴몰든 근처에 살고 있다. 

  뉴몰든에서 5분 거리에 리치몬드 공원은 런던지역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리치몬드와 킹스톤 그리고 뉴몰든 등 몇 개 시를 에워싸고 있다. 부자(rich)들과 다이아몬드의 합성어인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부자동네인 것만은 확실하다. 

리치몬드는 또한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름난 풍경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리치몬드 힐이다. 세계적 풍경은 그렇다 치고 영국에서 손꼽을 풍경인 것에는 공감하는 편이다.

대부분 평지로 되어있는 유럽 국가들에서는 언덕배기 집들이 값이 비싸다. 풍경이 그만큼 좋기 때문이다. 리치몬드 언덕에서 내려다 뵈는 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 그 자체라 할 것이다. 

 200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 이곳에서 내려 뵈는 풍경은 꿈꾸는 듯한 템즈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위를 게으른 몸짓으로 떠다니는 유람선, 그 강둑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떼들이 정물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울창한 숲 속에 잠든 공주처럼 숨겨져 있는 도시의 건물들은 아파트 숲에 포위당한 한국인들의 시야로 볼 때는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풍경이 될 듯하다.

▲     ©런던타임즈
 이 가파른 언덕은 가이팍스데이(매년 11월5일)면 불꽃놀이로 장관을 이룬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400년 전 테러리스트들의 왕실전복을 무산시켰던 것을 기념하는 가이팍스데이 때에는 며칠전부터 동네 고샅마다 화약냄새가 진동했으나 요즘 들어서는 폭죽값도 부담이 되는지 그리 요란스럽지 않다. 그만큼 영국의 서민들의 경기가 좋지 않은 한 예라 할 것이다.
  
▲     ©런던타임즈
이 언덕 바로 위에는 고급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엘튼존도 이 곳에 살았다하니 이곳 풍경이 영국에서 얼마나 유명한지를 대변해 줄만도 하다.

 차도 밑으로 넓은 공터가 보이고 그 공터에는 나무 벤치가 영국 노신사 풍으로 앉아있다. 오늘의 주제는 그 벤치에 관한 것이다.
 

▲     ©런던타임즈
벤치마다 조그마한 팻말들이 붙어있다. 모두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해 친지나 가족들이 벤치를 시에 기증하며 붙여놓은 것으로 벤치에 앉을 때마다 이것을 읽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한국에서처럼 묘지 앞에 커다란 비석을 세우는 것으로 후손들이 조상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사람들의 의자가 되어 오랫동안 기념된다는 것이 몽상에 익숙한 영국인다운 풍경이다.

이들 벤치의 또다른 공통점은 모두 나무로 재작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은 30-40년을 넘어 곧 새 벤치로 교체될 운명에 있는 것도 있고 최근에 자리를 잡은 벤치들도 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볼썽 사나운 모습으로 망가져 가는 벤치보다 진한 세월을 견디며 품격을 잃지않은 노부부가 연상된다.

천년 만년 기억되자고 돌에 세기고 동판에 세기기 보다는 내 손주뻘쯤에서 풍경과 기억들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것이다. 기억도 어느 정도에서 사라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의 미당 시처럼 내가 죽어 먼 훗날 내가 마음 즐겨 바라보던 풍경을 그 같은 곳에서 내 손주들이 바라보며 어떤 생각으로 할애비를 회상할지도 하나의 행복한 몽상이 될 듯하다.

사람을 미소짓게 하는 것은 미래가 아닌 과거에 있듯 먼 훗날 '사진 속에 같이 찍은 사람과 그 사진을 보는 것'이 행복이듯...
 

'내가 죽거든 내가 즐겨보던 풍경이 내려다 뵈는 곳에 나무 벤치하나 만들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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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DSE출장자 2011/11/02 [07:52] 수정 | 삭제
  • 출장 다니던 때가 추억처럼 떠오르는 군요.리치몬드 팍에서는 큰 사슴들이 살고 있는 것이 참 이국적이었죠,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 여행메니아 2008/02/22 [16:15] 수정 | 삭제
  • 미국에 갔을때 보았던 기억이.....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바닥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벽돌하나하나에 이름이 새겨져 있었어요(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골든브릿찌 가기 전이였던가?)

    신사의 나라 영국은 나무벤치에다 새기는군요! 로맨틱한 느낌이 들어요^^*

    올해 뉴몰든 꼭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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