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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어디로 가나?
 
김지호 발행인
 

 

영국과 EU가 지난 2년간의 협상 끝에 마련된 브렉시트 합의안이 지난 달 영국의회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됐다. 따라서 설마 했던 노딜 브렉시트라는 혼란스러운 결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주장들과 시나리오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우세한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 유럽은 깊은 불확실성에 빠져 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합의안이 부결된 지금의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라는 장애물도 넘어야 한다. 시한연장에 대한 상호 합의가 없으면 리스본 조약 50조항에 의해 329일에 브렉시트가 자동적으로 발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잔류파들이 주장해온 제2의 국민투표나 노동당이 주장하는 조기 총선은 현재로선 현실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 다만 제2의 국민 투표를 위해 영국이 시한 연장요구를 한다면 영국의 잔류를 원하는 EU로서는 거부하지 않겠지만, 메이 총리는 제2의 국민투표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EU 측에서 흘리는 시한 연장에 대한 암시에도 메이 총리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코앞에 닥친 노딜 브렉시트의 위기감을 십분 활용해 EU가 시종일관 가능성을 일축해온 추가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 실패 위기의 배경은?

 

 

 

그렇다면 지난 2년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막바지에서 합의안 폐기 위기의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위해서 먼저 협상 관련자들의 속셈과 결과에 대한 득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EU: 추가적인 이탈을 막기위해서는 영국에 징벌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EU는 영국이 유리한 것만 챙기는 체리 피킹은 안된다면서 협상과정에서 오만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속셈으로 EU는 북아일랜드의 국경문제가 아킬레스건인 영국을 압박해 합의안에서 안전장치라는 명분으로 영국을 관세동맹에 사실상 기한없이 묶어 두려 했고, 이에 대해 영국의 탈퇴파가 강력하게 반발 했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부결된 것이다.

 

나쁜 딜보다는 차라리 노딜을 택하겠다는 영국의 강경파의 주장처럼 합의 없는 브렉시트를 맞는다면 EU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영국이 주기로 했던 이혼분담금 390억 파운드(한화 약 57조원)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상대를 지나치게 몰아 부친 것이 화근이 되어 파국을 맞는다면 EU 자신도 패자가 되는 셈이다.

 

 

 

메이 총리: 당직 관련자가 포함된 절반이 조금 넘는 자당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에게 외면 받은 합의안을 메이 총리는 고집스럽게 밀어 부치다가 230표라는 역사상 가장 큰 표차로 부결되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수모를 받았다. 비평가들은 메이 총리가 아일랜드 국경문제를 처음부터 너무 주요한 이슈로 만들면서 자신이 백스톱이라는 안전장치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또한 1/3이 넘는 자당의 의원들과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의 반대 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표결을 강행했다. 그것은 대부분이 잔류파인 야당인 노동당의 지지표에 기대려 했다는 의심을 받는데 실제로 얻어온 것은 고작 노동당 반란표 3표와 무소속 3표로 매우 초라한 결과였다. 따라서 최대의 패자는 메이 총리라고 할 수 있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수: 브렉시트 자체에 대해 명확한 입장도 표시도 없이 제레미 코빈 당수는 메이 총리에게 노딜 브렉시트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주장만 되풀이 했다. 노딜 브렉시트 여부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EU의 합의 여부에 달린 것이라는 메이 총리의 해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합의안이 부결되면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정권쟁취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합의안이 무참하게 부결되자 메이 총리에게 무서운 얼굴로 꾸짖듯이 일갈하면서 기세 등등하게 불신임안을 냈지만 결과는 부결이었다. 협상안에는 반대했지만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면서 보수당 강경파와 DUP가 이번에는 똘똘 뭉쳐 메이 총리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제2의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유리한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한편의 희극을 연출한 제레미 코빈 역시 메이 못지않은 패자라고 할 수 있다.

 

브렉시트 강경파: 반면에 전 외무장관 보리스 존슨이나 전 브렉시트 장관 데이비드 데이비스와 같은 강경 브렉시트파들은 자신들의 주가를 올렸다.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반대표시로 장관직을 사임했던 데이비드 데이비스는 합의안 부결에 대해서 자신의 정부가 그렇게 큰 차이로 패했기에 슬픈 날이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EU 집행부가 이 상황을 잘 못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또 EU 리더들의 비타협적인 태도를 비판하면서 유럽은 영국이 유리함을 얻지 못하게 하려한다. 실제로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이 브렉시트로 이익을 얻으면 안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영국에 긴 터널 끝에는 아직도 빛이 보인다고 희망을 언급했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이제 사망했다. EU와의 재협상을 통해 안전장치(Backstop)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지난 합의안은 영국을 결정권도 주지 않으면서 관세동맹에 가둬 놓고 벗어 날 수도 없게 만든 내용이라서 지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탈퇴 시한의 연장은 정치에 대한 믿음을 퇴색시키는 것으로서, 이에 대한 논의는 부정직한 것이고 우리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면서 메이 총리는 즉시 브뤼셀로 날아가 재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번 브렉시트가 발동되는 3월부터 시행기간으로 전환해서 EU와 캐나다 스타일의 슈퍼 사이즈의 FTA를 체결협상을 시작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세하면서 함께 이슈를 주도해가는 보리스 존슨과 데이비드 데이비스와 같은 브렉시트 강경파들에게 이목이 쏠리면서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특별한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현 시점에서는 이들이 승자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여러가지 상황들을 살펴보았을 때 2년간 공들여 진행했던 협상이 실패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EU리더들의 오만, 영국 총리의 외고집, 야당 당수의 딴 속셈 등이 삼박자로 어우러진 결과로 보인다.

 

 

 

앞으로의 예상은?

 

 

 

메이 총리의 고집은 이미 정평이 있다. 보수당의 중진 클라크 전 재무장관이 그녀를 두고 지독스럽게 어려운 여자라고 투덜댔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메이 총리는 기록적인 참패에도 불구하고, 기존안에서 약간 수정된 플랜 B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불신임안 실패로 체면을 구긴 제레미 코빈 당수가 메이 총리안에 협조로 태도를 바꾼다면 정국이 요동칠 수도 있다. 메이 총리의 고집스런 행보에 불안한 브렉시트 강경파인 보리스 존슨 전 장관도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당권을 향한 행보를 하고 있다.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는다면 영국과 EU는 벼랑끝 대결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지만 의외로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대 타협의 반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몇 달 동안 흥미진진한 반전이 있는 드라마 같은 일들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기사입력: 2019/02/04 [15:24]  최종편집: ⓒ 런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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