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EU의 중심축, 독일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9/03/04 [11:21]

 

EU의 중심 독일이 흔들리고 있다. 25년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의해 경제 공동체(EC) 국가들이 유럽연합(EU)로 통합과 확대발전을 해오는 과정에서 그 리더는 명실공히 독일이었다. 따라서 유로존 경제의 1/3정도를 차지하는 독일이 흔들린다는 것은 유럽의 중심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유럽의 3강인 독일, 영국, 프랑스가 서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 유럽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4분기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0%를 기록했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가까스로 경기침체를 면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없기에 실제로는 이미 불황의 그늘로 들어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유로존의 위기에서도 굳건했던 독일 경제가 쉽게 무너진 가장 중요한 요인은 GDP47%나 차지하는 수출의 부진이다. 이러한 불황 조짐에 대한 경고는 이미 여러 경제 전문가들이 공장생산량이 몇 달간 계속해서 줄어들 때부터 제기해왔었다. 독일 경제는 강한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한 수출이 견인차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전년 동월 대비 독일의 수출은 작년 11월에는 0.1% 증가에 그치더니 12월에는 -4.5% 로 급격한 축소를 기록했다.

 

 

 

독일 경제를 강타한 보호무역주의

 

 

 

독일의 수출에 비상이 걸린 이유는 전체수출의 15%를 차지하는 주력 품목인 자동차가 죽을 쑤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도 회색 빛으로 현재로선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된 주된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보호무역주의가 제조업 기반의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에는 직격탄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유럽산 자동차에 25%라는 징벌적 수입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공연히 위협해왔다. 지난 달 미국 상무부는 독일 자동차로 대표되는 유럽산 자동차가 미국 자동차 산업에 해를 끼치고 있으며 안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를 받은 후 90일 이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므로 그동안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을 볼 때 보복관세부과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EU2017년 미국시장에서 팔린 자동차 1,700만대 중 수입자동차는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데 대부분은 무관세 지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된 것이라면서 미국안보에 해가 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지난해 독일은 약 47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EU는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상응하는 조치로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별 뾰족한 수단이 없는 수세적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미국이 안보위협이라는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내세워 EU,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 알루미늄에 25% 추가 관세를 매기면서 독일의 주요 산업인 철강업이 타격을 받았다.

 

 

 

외풍에 취약한 제조업기반의 수출주도 경제구조

 

 

 

2017년 독일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였다. 이는 OECD 회원국의 평균인 29%, 미국 12%, 일본 18%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출 주도 경제다. 미국이 가장 큰 수출국이고 이어 프랑스, 중국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되면 독일이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된다. 독일 경제에서 20%를 차지하는 강한 제조업과 수출은 유럽의 재정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독일 경제를 지탱해준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세계가 추구할 보편적 가치로 인정되던 자유무역주의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이미국 먼저!’를 내세우면서 보호무역주의의 담을 쌓자 제조업 기반의 수출주도 경제는 오히려 외풍에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독일의 제조업이 화석연료 자동차를 위시한 전통적 분야에 주력하다 보니 IT, AI(인공지능) 등과 전기 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혁신분야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이루지 못해 미래의 성장동력도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하무인격으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미국이 잃어버렸던 제조업을 되찾아 오겠다는 속셈이다. 자유무역주의라는 듣기 좋은 명분으로 미국에서 부당하게 가져간 산업들을 내 놓으라는 슈퍼파워의 협박인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 기반을 다져온 독일은 미국과의 마찰은 예견된 숙명인 것이다.

 

 

 

미소짓는 영국, 뽀로통한 프랑스

 

 

 

브렉시트를 앞두고 있는 영국의 입장에서 미국과 EU의 마찰은 그리 불편한 일만은 아니다. 제조업에서 금융, 서비스, IT 하이테크로 경제 중심을 옮긴 영국은 미국과 이해관계가 상충될 일이 다른 EU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자동차를 위시한 EU의 주요 제품들에 미국이 보복관세를 매긴다면 브렉시트에도 불구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EU로 옮겨갈 이유가 없어진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미국과 FTA를 맺는다면 영국이 미국시장을 겨냥한 생산기지로 각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찰떡 공조를 과시하며 밀월관계를 유지하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사이에 틈이 생겼다. 독일이 발트해를 가로질러 러시아산 가스를 직접 도입하는 노드 스트림 2 가스관 사업에 참여하 것에 프랑스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대해 미국과 EU국들은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게 된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독일의 바램과 달리 사업의 참여를 EU의 규제 아래 두자는 주장에 마크롱 대통령이 동의해버렸기 때문이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EU 개혁안에 대해 메르켈 총리의 지지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EU내에 찰떡원군도 예전 같지 않고 자국의 정치적 입지마저 약화된 메르켈 총리가 시련을 이겨내고 흔들리는 독일을 구해낼 수 있을까?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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