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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버린 브렉시트, 영국의 굴욕
 
김지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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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24일로 예정되었던 브렉시트가 1031일로 두 번에 걸쳐 연장되었다. 자못 급박하게 진행되는 듯했던 위기가 어느정도 진정되면서 영국은 숨돌릴 틈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고 단지 시간만 좀 벌었을 뿐이지만 그 대가는 혹독하다.

 

영국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EU에 내맡긴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3년전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선언했던 영국의 굴기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합의안 의회 부결로 코너에 몰린 영국총리는 지난 달에 마치 당당함을 잃어버린 패자의 모습으로 EU 리더들을 찾아 나섰었다. 그러나 EU 의회의 시작 전날인 630일까지 단기 연장을 해 달라는 메이 총리의 간곡한 요청은 거절되었다. 대신 EU는 조건부로 1031일 까지의 연장안을 제시했다. 그 조건들은 기존 합의안이 5 22일까지 영국의회에서 승인되지 못하면 영국이 EU 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과, 영국의 브렉시트 진행과정의 성실성에 대해 EU6월에 중간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계륵과 같은 안이었지만 노딜 브렉시트를 택하지 못하는 한 받아 들고 오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풍전등화 보수당, 요지부동 총리

 

 

 

이러한 굴욕적인 상황을 지켜봐야 했던 영국인들의 구겨진 자존심은 총리와 집권 보수당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의 지지율이 29%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는 2주전에 비해 6%나 하락한 수치이다. 반면 반사이익을 얻은 노동당과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은 각각 1%2%가 상승해 36%11%를 기록했다. 그에 더해, 만일 22일까지 탈퇴하지 못하고 EU 의회 선거에 참여한다면 보수당이 참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U 의회 선거에서 보수당 지지 의향자는 17%인 반면, 노동당은 29%, 극우당 25% (영국독립당 13%, 신생 브렉시트당 12%)이었다. 따라서 집권 보수당의 위기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그러나 날로 거세지는 보수당 유력 인사들의 사임압력에도 불구하고 메이 총리는 자신이 합의 한 브렉시트 딜이 의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겠다면서 요지부동이다.

 

한 각료는 그녀는 따개비처럼 들러붙어 있다면서 자기의 딜을 지지하라고 흘러간 레코드판만 계속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당장이라도 리더를 교체해 브렉시트 교착상태를 풀지 못하면 당이 와해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지만, 현재의 당헌으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지난 연말에 시도했던 불신임 표결이 실패했기 때문에 1년이 되는 올해 말까지는 불신임안을 낼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당헌은 10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바꿀 수는 있겠지만 연장된 브렉시트 기한이 1031일이므로 그때는 물 건너간 상황이 된다. EU측은 처음에 12월말 또는 내년 3월까지의 장기 연장도 고려 했었지만, 대표적인 EU회의주의자인 보리스 존슨과 같은 유력한 차기총리가 강경노선으로 방향을 틀 여지를 없애기 위해 1031일로 결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 총리가 오래 버텨 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보수당의 지구당 대표들이 당헌 개정을 위해 초유의 임시총회 개최 청원서를 제출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65명 이상의 대표들 사인이 필요한데 거의 다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시총회를 통한 당헌 개정으로 불신임안을 통해 축출되는 것보다는 덜 불명예스러운 자진사임 결단을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무능, 사욕, 무책임의 삼총사가 이룬 업적-굴욕

 

 

 

메이 총리는 어떻게 하던 자신의 딜을 통과시켜서 브렉시트를 협상을 마무리 지은 총리가 되는 명예를 지키고 싶었겠지만, 그녀의 리더십 부재와 고집불통 행보는 영국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그녀의 실패를 크게 세가지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협상력 부재로 영국이 EU로부터 스스로는 벗어날 수 없는 불리한 합의안을 만들고 의회의 통과를 끈질기게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둘째- 자당 의원들의 반대를 야당인 노동당의 지원을 얻어 해결하려 했고, 셋째-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강수 옵션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EU에 약점이 잡혀 재협상의 가능성을 없앴기에 EU의 선처만을 구걸하는 처지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노딜 브렉시트에) 겁에 질려 상대와 싸우지 못하는 무능한 리더가 근거없는 소신으로 고집을 부리면 나라가 위기에 처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히틀러의 위협과 평화공세에 놀아나던 챔벌린 총리 이후, 최악의 총리로 기억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편, 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당수는 오로지 집권욕에 눈이 어두워 반대만 일삼으면서 노딜 브렉시트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메이 총리를 압박해 결국 대 EU 협상력의 레버리지를 걷어차게 만들었다. 또한 EU잔류보다도 못한 관세동맹 영구 잔류를 주장하는 등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의사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관세 동맹에 들면 미국 등 다른 나라들과 무역협정도 맺을 수 없을 뿐 아니라, EU의 법 제정에는 관여하지 못하고 따를 의무만 있기 때문에 EU의 속국 처지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딜 브렉시트의 경우 당장의 비즈니스 손실을 걱정하는 기업들과 이를 과다하게 부각시킨 언론들, 이에 더해 갈라진 국론은 협상력을 위축시켰다. 따라서 무능한 리더와 사욕에 눈이 먼 야당, 무책임한 언론이라는 삼총사가 빚어낸 굴욕인 것이다. 그러나 EU 회의론자들이 반격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은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닌 듯하다. 5 22일까지 흥미진진한 대 반전의 브렉시트 드라마가 펼쳐질지, 찻잔 속의 태풍이 되어 식상한 재방 드라마가 될 지는 모르지만, 영국이 역사상 중대한 갈림길에 선 것은 분명하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기사입력: 2019/05/03 [10:52]  최종편집: ⓒ 런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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