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독일경제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9/09/03 [14:13]

 

지난 세계적인 글로벌 경기위기의 와중에서도 꿋꿋했던 유럽경제의 견인차 독일의 엔진이 지금은 덜컹거리고 있다. 독일이 최근에 받아 든 어두운 경제 성적표들은 독일 뿐만 아니라 유로존 전지역에도 경기침체의 먹구름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로선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독일과 EU 집행부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독일의 전기대비 GDP 성장률이 올해 1분기에는 0.4%였으나 2분기에는 -0.1%를 기록하면서 크게 떨어졌다. 도이치 은행의 브제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수치는 지난 10년간의 경제 황금기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지표라고 해석했다. 유럽 1위이자 세계 4위 규모인 독일 경제의 추락은 - 무역전쟁, 글로벌 무역감소 및 자동차 산업부진, 브렉시트 등의 악재들이 동시에 겹친 완벽한 태풍에 맞은 결과라고 소시에테 제너럴 은행의 쥬크스 전략가는 분석했다. 제조업 수출의존도가 47%에 이르는 독일은 가장 큰 수출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의 파편을 직격으로 맞은 셈이다. 특히 자동차 생산과 수출이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근본적인 악재들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단기간에는 해소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파격적인 경기부양책, 먹힐까?

 

 

 

유럽중앙은행(ECB)는 이달에 파격적이고 경기부양책을 패키지로 내놓을 것임을 시사한바 있다. ECB 정책위원 올리 렌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부족한 정책보다는 과한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며 대대적인 정책을 암시했다. 시장에서는 부양책에 현 -0.4%에서 0.1%이상을 낮춘 은행예치금리의 인하, 대규모 채권매입, 유로존 내의 한국가의 채권을 33%이상 살 수 없다는 현행규정을 완화 등의 정책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유로존 전체의 경기부양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독일의 경기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부응해 독일의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독일은 여전히 재정이 건전하며 경제위기가 닥치면 500억 유로를 지출하며 총력대응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독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근본적인 악재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경기부양책만으로는 독일 경제의 회복에 한계가 있다.

 

 

 

노딜, 독일에는 대형 악재, 프랑스에는?

 

 

 

노딜 브렉시트 또한 독일에는 대형 악재일 수밖에 없다. EU에서 노딜 브렉시트의 가장 큰 피해자는 독일이기 때문이다. EU국가 중 영국과의 교역량이 가장 큰 독일로서는 영국에 대한 자동차 수출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겠지만 부품을 비롯한 기타 산업 분야의 협력관계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제조업 중심의 독일과 금융과 서비스 중심의 영국은 경쟁보다는 상호보완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수출 부진으로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독일에게 노딜 브렉시트는 대형 악재일 수밖에 없다. 반면 프랑스도 무역에는 차질이 발생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영국이 빠진 유럽에서 더 많은 발언권과 파워가 실리게 되는 반사이익도 돌아간다. 실제로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 영국은 역사적으로 숙적 관계였던 라틴 계통의 프랑스보다는 저서적으로 가까운 게르만 계통인 독일에 좀 더 많은 균형추를 보태 왔었다.

 

 

 

메르켈의 퇴조로 야심을 키워가는 마크롱

 

 

 

메르켈의 퇴조와 함께 영국의 이탈은 젊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유럽의 차기 리더로서의 야심을 키워주고 있다. 그는 차기 IMF 총재로 사실상 내정된 불가리아 출신 게오르기예바를 EU의 추천 후보로 결정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한 그는 라가르뜨 IMF총재를 ECB 총재로 만들었고, 차기 유럽정상회의 의장도 자신이 의중대로 샤를 미셀 벨기에 총리가 선출됨으로써 EU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그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라틴계통의 남유럽 국가들과의 연대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말 지방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위상이 약화되면서 메르켈과 마크롱의 찰떡 궁합도 옛말이 되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독일과 프랑스는 국민성과 정치적인 지향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를 빗대 독일에서는 적자폭이 줄어야 표를 받을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적자폭이 늘어야 표가 나온다는 말도 있다.

 

 

 

조커카드 보리스 존슨

 

 

 

영국이 딜도 없이 EU와 갈라서고 독일이 경기침체에 빠져든다면 독일은 이빨 빠진 호랑이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메르켈 총리가 입으로는 브렉시트 재협상 불가를 외치지만 노딜의 배수진을 치고 으름짱을 놓고 있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를 달래러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재협상 승인의 실질적인 결정권은 EU도 아니고 메르켈이 아닌 마크롱이 쥐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메르켈과 경제의 하강으로 EU에서 독일의 시대가 저물고 프랑스의 시대가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마크롱의 프랑스가 파워는 불리고 있지만 리더가 되기 위한 신뢰는 아직까지 퀘스천마크이다. 여기에 예측불가의 보리스 존슨이라는 조커카드가 더해지면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보인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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