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을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변희재, 우석훈의 헛발질에 대해

박필립 | 입력 : 2009/02/05 [05:10]

언제부터인가 80년대 초반 학번들의 호칭이 386으로 불러 지더니 지금은 50줄이 내일 모래고 이들과 대척 점에 서있던 유신세대들은 60대 문턱을 지나고 있다.

변희재는 진중권은 386 세대고 자신들은 90학번대로 실크세대라고 글을 시작하고 있다. 그는 우석훈의 386 세대에 대한 과대 평가에 대해 386의 무능함을 제시하는 한 사례로 진중권을 도마에 올렸다고 언급했다.

변희재의 ‘당신의 전문분야는 무엇입니까?’ 라는 논제 하나로 진중권을 무능한 386 패거리들의 표본으로 삼아 안주삼기에는 방안 포수의 냄새가 짙다.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을 당시에는 일단 전문가들이 최소한 팩트는 정리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논쟁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진중권은 늘 사건 초기에 전문성 없이 여론을 선동하고 있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이유가 바로 386패거리들의 힘’이라고 변희재는 진중권에 대한 함포사격을 시작하고 있다.

그가 말한 일단의 전문가들의 선정 기준을 우선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국에서의 박사 학위가 그 첫 째 기준인가? 아니면 본인의 주장대로 수 천장에 달하는 소송 법률 자료를 달달 외울 정도가 되어야만 전문가로 행세할 수 있다는 것인가.

한국에서의 전문가란 정권의 기호에 따라 결정되는 것 아닌가? 롯데 빌딩 신축과 관련해 불과 3년 전 시뮬레이션의 결과와 지금의 결과가 판이한 까닭은 컴퓨터가 오작동 되어서인가 아니면 전문가들의 통계와 수치 계산이 잘못돼서인가.

자기 전공 분야도 아닌 분야에서 시간 강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전문가 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법학을 전공하고 가야금을 뜯고 있는 황병기씨야 말로 비전문가의 대가 아닌가. 

변희재의 공격보다는 ‘386은 이제 곧 한국의 중심 세력이 될 것이다. 그런 그들이 과거의 영웅담을 술안주로, 뒤돌아서면 “이제 민주투사도 골프 정도는 쳐줘야지”라고 말하며 룸살롱을 옹호하면서 민주인사 행세하는 것은 나도 넌더리가 난다.’식의 우석훈이 좀더 솔직하고 자기 처신을 잘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박사를 딴 우석훈 교수보다 언론쟁이 변희재 기자의 글이 더 회초리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80년 대 아스팔트와 교정을 최루탄 가루로 뿌옇게 칠 했던 386들이 기죽어 살고 있던 유신 시대 선배들뿐만 아니라 당시 중, 고등학교, 심지어 초등학교 학생들에게조차 희망의 싹을 보여줬던 것은 사실이다.

386만이 무능한 시대로 비판 받는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유독 이 시대들이 보여줬던 희망의 무게가 더 무거웠기 때문에 당연 실망 또한 비례하는 것이다.

가당치 않은 희망을 주었다는 것 하나로 회초리를 맞으라면 백 번 맞아도 싸다. 386 무늬만 진보파에 대한 실망으로 결국 우파를 택했다는 것이 변희재의 변명이 될 지도 모르겠다.

‘386들이 원정 출산에서 영재교육 바람은 물론, 조기교육 붐을 만들어낸 사실에 대해서 나도 신물이 난다.’라는 우석훈의 언급은 전공이 문화인류학 치고 함량 미달의 진단이다.

원정출산을 386들로 일반화 하기에는 386들이 너무 가난해서 원정출산 갈만한 자들이 통계에도 잡힐 수 없는 숫자임에도 불고하고 덫 씌우기를 시도했고 영재 교육과 조기 교육은 가난한 386들이 밥벌이를 위해 학원이라도 열어야 할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더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다 보니 그 경쟁력에서 공교육이 밀린 것이다.

우석훈은 386에 신물을 낼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 정책을 운용하지 못한 교육당국에 가래침을 뱉었어야 옳았다.

386은 우골탑의 마지막 세대로써 죄가 있다면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 한 죄밖에 없다. 그 대물림을 끊는 방법론상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찾았던 것이 유신시대 새마을운동 보다 명분상에서 밀리고 있다고나 할까? 

변희재의 보수로 말을 옮겨 탄 것에 대한 기세 싸움으로 386 개혁진영의 진중권을 공격한 것은 번지수를 골라도 한 참 잘못 고른 것이다. 제대로 된 진보에 대한 공격은 386 개혁세력을 표상했던 탄돌이들에 대한 허접함을 물고 늘어졌어야 실크세대다운 공격으로 해석됐을 것이다.

변희재의 한국 언론을 살려가야 할 젊은 기자들에게 부탁하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386 진보파들을 이용한 유신세대 신기남, 김희선, 노무현, 유시민 등 가짜 개혁가들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언론쟁이들의 비판의식 부재를 지적하는 것이 애꿎은 놈 멱살잡이 하는 것보다 훨씬 교육 효과가 높은 글이 됐을 것이다.

‘386을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그렇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적이 있었더냐.’

 

                     <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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