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동맹의 비애 에티오피아 왕 멤논

<연재> 양용모의 사랑을 훔쳐난 아몬 나신(1)-그리스
양용모 | 입력 : 2009/02/03 [00:17]
<프롤로그> 거장 줄스 대신이 감독하고, 미키스 데오도라키스가 음악을 맡았으며, 멜리나 메르쿠리와 앤서니 퍼킨스가 주연한 영화 「페드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죽어도 좋아」로 개봉되었다. 알랙시스(앤서니 퍼킨스 분)는 지중해 절벽 위를 곡예하면서 이렇게 외친다. “가자, 달려! 옳지. 그래 음악이 듣고 싶다고? 오! 세비스찬이여! 페드라여! 페드라여!”

지구상 뭇 남성의 애간장을 끊어 놓는 오드리 헵번은 「로마의 휴일」(1953.윌리엄 와일러 감독)에서 그레고리 펙과 함께 영화인지 실제인지 모르는 세기의 사랑을 나눈다.

1962년부터 시작된 007시리즈(첫 작품 「살인면허 1963)는 지구상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그중 「위기일발」은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이안 플레밍의 작품을 테렌스 영이 감독하였고 숀코네리와 다니엘 라비안치가 열연한다. 이것이 낭만의 지중해를 낀 도시에서 촬영된 내 기억 속에 영화이다.

유람선을 타고 에게 해를 지나 지중해로 나가는 것은 나에게 평생에 행운이요 영광이었다. 그것도 인류문명의 발생지인 이집트 나일 강에서 셀마춤에 어울리는 굿도 한판 벌이고 왔다. 이만한 여행이 어디 자주 있겠는가. 

 
▲ 브레이크뉴스에서는 양용모의 이집트 그리스 터키를 위시 아름다운 지중해 연안의 순례기를 모은 사랑을 훔쳐간 아몬 나신를  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그 영화 속에 재미난 이야기로 쑥 빠져 들어간 10여 일의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짧은 일정으로 인하여 보다 깊은 문화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 여행 중 가이드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재미난 일이다.

만약 가이드가 없다면 여행은 무미건조할 것이다. 그러나 가이드 말은 모두 믿을 것이 못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역사도 흥미위주로 각색하여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이드의 설명은 이야기를 만드는 단초로만 생각하였다.

흑해와 에게 해 그리고 지중해를 두고 벌어지는 일만 년의 신과 인간의 역사는 무한하다고 봐야 한다. 그런 역사 속으로 한동안 빠져 들었다. 그리고 나의 속편한 글꼴로 바꿔 써 내려갔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은 완성되었다.

그저 재미있고 오래 기억되는 책이기를 바란다. 복잡한 세상사 잊고 짐바탱이(쉼터)에서 가볍게 내놓고 잠시 머리를 식히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혹시 지중해로 여행을 간다면 이 책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가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재미난 이야기를 더 많이 알아들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스는 eu국가이다. 그리스 공식 이름은 헬레니공화국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132.000 제곱미터의 국토면적에 인구는 1100만 명이다. 아테네에 450만 명이 모여 산다. 28000불의 국민소득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 수입의 대부분이 조상들 덕분에 먹고 사는 관광산업이다.
 
  국회의원 수는 300명이고 4년마다 선거를 한다. 동방정교회가 국교이고 질 좋은 대리석과 올리브나무를 이용한 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3000년 된 올리브나무도 있다고 한다. 선박산업은 만드는 기술보다 여객선이나 화물선등 운송 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흑해와 지중해가 연결되어 있는 에게해 덕분일 것이다.



▲ 그리스는 eu국가이다. 그리스 공식 이름은 헬레니공화국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132.000 제곱미터의 국토면적에 인구는 1100만 명이다.

 남의 전쟁에 가서 죽은 멤논 
 
그리스 겔로우스 항구에서 터키로 가는 배는 티글리우스 호다. 19,000톤의 거대한 여객선은 1,600명의 손님을 태울 수 있으며 승무원만도 130명이다. 3층 뱃전에서 배의 앞뒤를 보니 그 끝이 참으로 길어 가물가물하다. 배는 7시에 출발한다. 에게해는 바람 한 점 없이 우리들을 맞았다. 바람이 없으니 파도도 없고, 파도가 없으니 배는 그저 조용히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갈 뿐이다.

2인실 방으로 들어갔다. 좁은 듯하였으나 그만하면 이집트의 호텔에 비하면 황송하다. 얼른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샤워시설이 있다. 물 공급 레버를 올리자 뜨거운 물이 꽐꽐 쏟아진다. 와! 오늘 밤은 행복하다. 훌훌 옷을 벗어 던지고 뜨거운 물을 온몸에 쏟아 부었다. 이 고단한 여행 중에 이런 행복을 맛보다니.

나는 온몸의 살결이 뻘게지도록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고는 위층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모처럼 달콤한 단잠이 콧구멍으로 솔솔 들어온다. 기분 좋게 내 코고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린다. 얼마를 잤을까, 잠을 깼다. 조심스럽게 철제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밖에서 문을 잠그고 여객선 난간으로 나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다. 하늘에는 별들이 초롱초롱하게 떠 있다. 배 앞을 보니 바다는 최고 속력을 낸 뱃머리에 갈라지고 있다. 하얀 물거품이 연방 일어나 물결을 일으킨다. 아래를 보내 상당한 속력이다.

멀리 붉은 불빛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기도 하고 길게 뻗어 있기도 하면서 지나간다. 여기가 어디일까? 내 머리 속에 지도를 꺼내놓고 한참을 생각한다. 대충 짐작건대 이 배는 에게 해 어디쯤 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트로이의 유적이 있는 곳 앞을 지날지도 모른다.

 
▲ 겔로우스 항구의 아름다운 유람선

트로이? 우리에게는 영화 「트로이」로 너무나 잘 알려진 신과 인간이 뒤섞여 싸운 고대의 10년 전쟁이다. 나는 엊그제 이집트 룩소르에서 멤논의 거대한 상을 보았다. 멤논은 누구인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서 죽은 에티오피아 왕이다. 왜 에티오피아 왕이 트로이 전쟁에 참여했으며 저렇게 흉측한 상으로 여기에 서 있을까. 멤논은 파리스 왕자의 4촌 동생이라고 한다.

트로이는 에게 해 동쪽에 있었다. 도시는 번성하였고 사람들은 평화로웠다. 기원전 12세기경은 지중해를 끼고 발달하던 도시국가들이 패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하던 시절이었다. 에게 해를 두고 다툼을 벌이던 그리스의 도시국가의 왕들은 호시탐탐 트로이를 노리고 있었다.

불안한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는 왕자 파리스와 조카 아이네아스를 사절단으로 보내 그리스의 도시 국가 왕들에게 평화를 약속받으려 했다. 그러나 바라던 평화는 오지 않고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사절로 간 파리스 왕자가 강한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동생인 메널라오스의 왕비 헬레네와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다.

헬레네는 이름이 영 헬렐레 해서 그런가 보다. 이 헬레네와 파리스 왕자와의 지각없는(?) 사랑으로 인하여 그리스 왕들에게 트로이를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주게 되었다. 트로이를 공격할 명분을 얻은 그리스 아가멤논 왕은 야반도주한 헬레네를 찾기 위하여 그리스 전역에 통지하여 어마어마한 연합함대를 만든다. 그 수가 천여 척에 이르렀고 수십만의 군병이 창검을 휘둘렀다.

트로이 성과 에게 해 해변에서 벌어진 이 전쟁은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 왕자가 그리스 명장 파트로 클로스를 죽이고 아킬레스건의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죽인다. 여기에 에티오피아의 국왕 멤논이 덤벼들었으나 오, 어쩌랴! 적수가 못 되어 목이 달아나 버렸다.

당대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 힘줄을 명중시켜 사살한 것은 파리스였다. 그러나 전설적인 트로이 목마 전법은 오디세우스의 머리에서 나왔다. 공병대장 에페오스를 시켜 속 빈 거대한 목마에 병사들을 숨겨 놓고 철수해 버린다. 역사의 운명은 역시 트로이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었다. 트로이 병사들에 의해 성안으로 끌려 들어온 목마에서 튀어나온 그리스 전사들은 승리에 도취한 트로이 병사들을 모조리 주살하고 전쟁을 끝냈다.

트로이는 멸망과 함께 전설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나 독일의 고고학자 슈리번이 트로이 유적을 발굴해 내어 세상은 그 무시무시한 전쟁을 기억해 냈다.


▲ 이집트 룩소르에 있는 멤논 아메노피스 3세 상

그런데 에티오피아 왕 멤논의 거대한 상이 왜 이집트 룩소르에 있을까. 에티오피아는 바로 이집트 인접 국가이다. 멤논은 에오스와 티토노스 사이에 태어난 에티오피아 왕이었다. 이때 에티오피와와 트로이는 동맹을 맺고 있었다. 룩소르에 있는 멤논의 거상은 아메노피스 3세의 상으로 높이 19.5m이다.

기원전 2700년에 지진으로 파괴되었다. 원래는 아메노피스 3세 신전의 게이트를 지켰으나 그 신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지금은 룩소르 왕가의 골짜기로 들어가는 길가에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서 있다. 



양용모는 / 전북 장수 산서출생. 전주농고,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수필시대에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수필가로 등단하였다.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싶어라> <짐바탱이>를 출간했으며,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다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전주시의원에 당선되어 활동하고 있다.







원본 기사 보기:breaknews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