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참정권 논란? 그 오해와 반론

유로포커스 | 입력 : 2009/02/23 [01:48]

시민권자

전통적으로 언론에서 '시민권자'라고 표기해 왔는데, 좀 문제가 있다. (한국 국적자가 아닌) 외국 국적자가 더 정확할 것 같다.

국가 전체의 정책과 대표를 선출하는 데 외국 국적자에게 투표권을 주는 나라는 전혀 없을 것이다. 다만 지방 자치단체 대표 선출 시 외국 국적자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나라는 소수 있고, 유럽을 중심으로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로서는 어떤 외국 국적자도 투표권을 요구하지 않는다. 재외 '동포(한국 핏줄)'와 재외 '국민'만 명확히 구분되면 좋을 것이다.

가끔 재외국민 참정권에 대해서는 납세와 국방 의무를 들이대며 반대하면서, 정치, 경제적 이익이나 정파적 유리함을 이유로 국적 불문, 동포, 핏줄 등 어떤 연줄이라도 끌어대며 호의적으로 대하는 낯뜨거운 태도는 지향해야 하겠다.

영주권자

늘 영주권자를 중심으로 투표권 부여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어떤 이는 거주국 국적을 획득할 수 있는데도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고, 어떤 이는 살짝 이중국적을 가지기도 한다. 또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했던 과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독재 정권에 맞서겠다고 도피했던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영주권자는, 그가 국적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건, 한국 국적을 영원히 가지고 있을 사람이건, 추후 상황에 따라 국적을 신청할 수도 있으니 망설이는 사람이건 한국 국적자, 재외국민이라는 건 분명하다. 일괄적으로 어떤 사람들이라고 말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주권자는 한국인의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는다. 토를 달 필요가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살지 않고, 세금 납부나 병역 의무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시류에 따라 부정적인 여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몇 가지 측면을 더 첨가해서 보자.

재외동포는 모두 도피자인가?

한국은 인구밀도가 대단히 높다. 자체 해결이 쉽지 않다. 무조건 수출해서 벌어와야 할 정도다. fta 등 개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꽤 많지만, 해외에 물건을 수출해서 돈을 벌어온다는 데 대해 반대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수출 많이 하면 상도 많이 준다. 즉 먹고 살기 위해서 해외로 눈을 돌린다는 것, 해외에 진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 장-단기 거주 기회나 이유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을 별개의 선택으로 볼 수 있을까? 해외로 진출하여 돈을 벌어온다는 데 대해 아무 반감이 없으면서 해외로 진출하여 장기간 그곳에서 산다는 데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환영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한다. 거의 동전의 양면에 해당된다.

7백만 재외동포가, 줄여서 250만 재외국민이 나쁜 의도로만, 계획적으로 해외로 진출했을까? 아직도 탈 한국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들을 도피자로 매도할 것인가?

한국의 해외 수출에 기여하는 재외동포가 적지 않다. 현지 언어가 가능해지면, 현지 문화를 이해하게 되면 재외동포는 수출의 전문가가 된다. 현지에서 적응하면 최소한 두 언어 이상 구사하는 전문가이고, 경제 논리에 따른 수출입의 첨병이 되는 것이다. 한국 농산물을 수출하여 재외동포가 먹는 식이 전부가 아니다. 삼성, 앨지 주재원으로 나왔다가 좋은 아이템을 잡아 회사를 그만두고 정착하여 한국 아이티 제품을 수출시켜 주는 재외동포도 꽤 많다. 그렇게 회사 그만 두었다고 삼성 앨지가 인력이 모자라 수출이 줄었다는 얘기 있는가?

어느 나라나 세금은 거주국에 납부

세금은 현지에 내게 마련이다. 유럽에도 삼성, 앨지, 태평양 등등 많은 기업이 진출해 있다. 그들의 투자와 연구소 설립 등이 한국인의 현지 진출을 용이하게 해주는 밑받침이 되기도 한다. 당연히 세금은 현지에 낸다. 기업은 이윤을 남겨 한국으로 벌어들인다. 마찬가지로 외국 기업들도 한국에 진출하여 이윤을 거두지만 세금도 낸다. 세금 부담 비율이 차이가 날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거주하는 국가에 세금 내는 건 한국인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적용된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같은 유럽인이면서 외국인들도 상당히 많다. 다행히 그들은 언어 차이가 크지 않아 고생도 덜 하지만, 한국인들은 고생이 많다. 음식은? 더 심하다. 2세는 좀 덜하겠지만 1세대는 평생 한국으로부터 고추장을 사다 먹어야 한다. 결코 버릴 수 없는, 바꿀 수 없는 속성을 갖고 산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애국자가 되기도 하고, 한국을 바라보기도 하고, 좀 더 나은 한국의 국민이고 싶어 한국의 발전을 기도하기도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뿌리가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의 선거에서 한국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말이 많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렇다면 "난 안 뽑았다"라고 큰소리 칠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는 없다. 따져 들어가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자백할 수밖에 없다.

재외국민들은 한국을 모른다?

해외에 있으니 한국을 모른다고? 외국 현지에서, 그것도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발전한 나라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더 나은 시스템, 더 나은 정치가들, 더 나은 언론을 매일 접하면서 사는데, 한국을 모른다고? 웬만한 것은 인터넷으로 다 보는데, 현지 언론에서도 주요 이슈는 더 객관적이고 더 정확하게 보고 있는데, 한국을 모른다고?

정치 성향이 틀리니 투표 하면 안 된다?

차라리, 한나라당이 싫은데, 미국 등 해외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더라 하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싫어서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가 싫다고 얘기하는 게 더 낫다. 더 솔직한 얘기다. 옆동네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후보를 좋아하지 않으니 투표를 못하게 하자거나 반 표만 주자고 하는 거나 비슷하지 않을까...

한국이 통째로 싫어서 떠난 사람들은 투표권 줘도 안 할 것이다. 한국의 독재가 싫어서 떠난 사람들은 반 독재를 위해 투표할 것이고, 돈을 벌기 위해 떠난 사람은 돈 되는 쪽에 찍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꼴통이니까 주면 안 되고, 누구는 어려서 어슬프게 선택할 것이라고 안 되고... 이유를 대자면 다 똑 같다.

참정권에 목 매달고 있는 재외국민, 알고 보면 많지 않다. 지금까지 좋은 의도로 대의명분을 위해서 주장하고 노력한 분들도 있고, 자신의 입지를 위해서 나섰던 사람들도 있다. 그냥 잊고 사는, 선거가 다가오면 한 번 생각해 보는 정도가 대부분일 것이다. 한국 뉴스를 보노라면 짜증만 더 나는데 뭣하러 더 관심을 가지겠는가? 아웃사이더 처지에 뭐라고 하지는 않아도 얼마나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있겠는가? 왜곡, 과장 어쩌고 하면서도 그 신문들 붙들고 있는 사람들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난 아니라고?" 그래도 어쩔 것인가? 같이 세금 내고, 같이 군대 다녀오고, 같이 부대끼는 국민 아니던가? 얼마나 차이가 나나?

세금 납부에 따라 참정권 행사?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투표권을 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럼 재외국민 중 세금을 내는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줄 수 있을까? 동시에 국내 거주자 중에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은 투표권에 제한을 가해야 할까? 세금 내는 액수에 따라서 차등을 둘 수 있는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지방자치 선거는 물론 대선과 총선에 투표권을 부여할 수 있을까? 그럼 차라리 일정 납세액 이상 납부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떨까?

병역 의무에 따른 참정권

재외국민은 병역의무를 지지 않으니 참정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이미 병역의무를 다하고 해외로 진출해서 영주권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라도 참정권을 주어야 한다. 외국 국적자에게도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여자들에게는 병역의무가 면제되는데, 여자들에게는 원천적으로 참정권을 주지 말아야 할까?

유승준 등 외국국적자는 현재 논외

외국 국적자(시민권자)에게는 참정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조선족, 고려족 모두 아무 관련이 없다.

한나라당이 '순수하게' 재외국민 참정권을 생각해서 법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표를 의식했을 것이다. 주로 미국에 가서 한인회 등 일부 한인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눠 보면 자기들 편(표)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이 개정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딴 데 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원해서 발의한 게 아니라 헌법재판소에서 관련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개정하지 않으면 국내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게 되어 떠밀려 개정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에 더 유리할 것 같아 보이니까 반대한다, 이건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반대 이유다.

선거 비용

선거 비용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통계나 추정치가 나오는 걸 보지는 못했는데, 제법 들 것으로 생각하지만 재외국민을 위해서 한국의 세금을 쓰면 안 된다는 논리는 근거가 희박해 보인다.

투명성

투명성 문제에 대해, 주로 한국 언론들이 해외 한인회 선거에서의 부정적인 사건들에만 치중해서 보도하기 때문에 생긴 인식인 듯하다.

국내 투표에 참여할 사람들 정도면 인터넷으로라도 한국 뉴스 다 본다. 해외에 있으니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은 근거 없는 선입견을 뿐이다.

일부 이권 때문에 어떤 정당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투표권을 제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참고 사항

<공직선거법>
제6조(선거권행사의 보장)
①국가는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② 각급선거관리위원회(읍·면·동선거관리위원회는 제외한다)는 선거인의 투표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거주하는 선거인 또는 노약자·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선거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거나, 투표를 마친 선거인에게 국공립 유료시설의 이용요금을 면제·할인하는 등의 필요한 대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 이 경우 공정한 실시방법 등을 정당·후보자와 미리 협의하여야 한다.<신설 2008.2.29>
③ 공무원·학생 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선거인명부를 열람하거나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아니한다.
④ 선거권자는 성실하게 선거에 참여하여 선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헌법>
제24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

출처 : 유로포커스 www.euro-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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