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흘림 없이 행운 깃들 수 없다"

<송기옥 칼럼> ‘익덕(益德) 이라 부르면 만사형통할까?
송기옥 칼럼니스트 | 입력 : 2009/03/31 [00:30]
‘斷想 -돌팔이 작명 도사(道士)’


담장에 걸친 개나리가 노랗게 핀 3월 하순 따스한 봄기운이 감도는 오후다.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운 소식을 열심히 뒤지고 있는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50대 후반의 남자가 악수를 청한다. 지난겨울엔가 한번 만난 적이 있는 낯익은 사람이다. 그는 사주팔자와 관상을 보며 작명을 하는 역술인(易術人)이라며 내 관상은 예술가로 대성할 운이라 했다.

그는 지난겨울에 입었던 때 묻은 검은 가죽점퍼 행색 그대로였다. 사무실 카운터에 있는 m 여인과는 구면으로 이름까지 새로 지어준 일명 k도사(道士)라는 별명이 붙은 자다.

서울로 올라간다면서 m여인에게 악수를 나누고 나에게 두 번째 악수를 청하 길래 가볍게 손을 내밀었는데 내 손을 꽉 잡고서 놓아주질 않는다. 그자의 눈을 보니 반쯤 감긴 가재미눈으로 나의 반응을 떠보려는 듯한 음흉함과 대낮부터 술에 취한 채 술 냄새가 역겹게 풍겨 불쾌감이 앞섰다.


♦ 도사와의 한판 씨름

‘이거 놓으시오’ 그래도 손을 놓지 않고 끌어당긴다.

‘지금 당신 힘자랑 하는 거요? 이 따위 무례한 짓을 하다니... 술 취했으면 조용히 사라질 일이지 남의 사무실에 와 무슨 행패야’... 손을 뿌리치고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버럭 큰소리를 쳤다. 마치 수탉이 목깃을 빳빳하게 세우고 서로를 노려보는 닭싸움 같았다.

상대는 예상치 못한 나의 갑작스런 용수철 같은 반격에 한발 뒤로 멈칫 하면서 k도사 왈 ‘팔도강산을 다 다녀 봤지만 이런 수모를 당하기는 처음’이라며 두런두런 욕지 꺼리를 하며 문밖으로 사라졌다. 우매한 자들의 우상인 도사의 체면이 꾸겨진 셈이다. 그 자의 앞뒤 행위 속에는 어려운 처지의 m여인에게 부자 될 작명으로 접근하듯, 내 운세를 보아 준다며 똑같은 수작을 펴려다가 수포로 돌아간 미수에 그친 사건이라 하겠다.


♦ 귀 얇은 석이엄마

석이 아버지는 농촌에서 대학까지 나온 엘리트였다. 그런데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석이 엄마는 젊어 이래 마음고생은 물론 청춘을 홀로 보내야만 했다. 남편이 죽은 후 70이 다 되도록 50이 된 노총각 석이와 몇 배미 남은 논농사를 지으며 근근이 살고 있는 처지다. 어느 날 공교롭게도 그 k도사를 만났는데, 사주팔자 운세를 보아 준다면서 접근, 삼재(三災)가 들었으니 자기가 처방한 약을 먹으면 나쁜 액운을 피할 수 있고 석이도 국내 여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말에 그만 홀딱 넘어가고 말았다. 석이는 서울서 직장을 다니다가 귀향을 하였는데 누구하고 어울리지도 않고 방콕(방에 쳐 박힘)신세로 세상을 비관하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국민소득 10,000불을 넘고 보니 농촌총각에게 시집갈 처녀들이 없어졌다. 2018년이면 초고 령 시대로 도시나 농촌이나 세상은 급속도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평생 벌어야 변변한 집한 채 마련하기도 어렵고 아이하나 낳아 대학까지 가르치는데 2억5천 만원이 든다니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할까? 요즘 들어 국제결혼이 성행하여 군 당국에서 보조금까지 주어 농촌총각 장가보내기를 권장하고 있다.

석이는 국내 여자가 아니면 혼자살겠다고 버텼다. 어찌어찌 겨우 설득하여 베트남 처녀와 국제결혼을 하게 되었다. 출국 전 오랫동안 안 써먹었던 거시기가 얼어붙었다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50대1로 선발된 키 165의 늘씬한 s라인 베트남 여인 ‘리리’와 짝이 되어 현지 결혼을 하고 달콤한 두 밤을 보냈는데 하룻밤에 두 번씩이나 잘 되더라는 노총각의 고백에 우리는 깔깔대고 웃고 말았다.
 
구석참만 하던 석이는 지금 직장을 구하려고 동분서주 여러 곳에 이력서를 내놓고서 신부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마침 석이엄마가 k도사를 만나 ‘리리’사진을 내보이니 며느리 감이 잘났다는 등 횡설수설, 지난번 한국처녀와 결혼할 것이라던 예언은 빗나가 엉터리 도사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 익덕(益德)이라 불러주오

카운터의 m여인은 50대 초반이다. 얼굴이 둥근 전형적인 후덕한 한국형 여인상이다.

남편 사업이 망하여 별거생활을 하고 있다. 다행히 자녀들은 장학금으로 대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정회복과 부자가 되는 게 꿈인데 k도사를 만나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버리고 ‘익덕’이란 이름으로 바꿔 부르면 삼재가 물러나고 운세가 풀려 돈도 잘 벌리고 가정도 잘 된다는 홀림에 새 이름 ‘익덕’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m여인의 가정은 기독교 집안이다. 오빠가 침례교회 목사인데도 하나님을 믿는 게 아니라 k도사의 말이 곧 하나님말로 형제들의 권유에도 교회와는 담을 싼지 오래라고 한다.

자기이름을 ‘익덕’으로 부른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돈이 벌리기는커녕 궁핍하기는 매 한가지다. 21세기 최첨단의 과학과 학문을 접한 고 학력자들 까지 점을 친다거나 앞날의 운세를 일개 작명도사에게 맡긴다는 것은 시대를 거꾸로 살고 있는 기복에 불과 하다 하겠다.

유명한 역술인 백운학은 다수 기독교인을 의식 했는지 하나님이 최초로 지은 이름이 구약의 ‘아브람’과 그의 아들 ‘이삭’과 손자‘야곱’이란 이름을 들먹이고 있다. 하나님도 아브람을 ‘아브라함’이라 개명하였고 야곱을 ‘이스라엘’이라고 불렀다며 이름이 좋아야 잘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k도사가 지어준 .익덕‘이란 이름을 좋게 불러 보려고 해도 어감이 안 좋다. 박애스더, 한우리, 백두산, 한송이, 송소현, 정한나 등 얼마나 부르기 좋고 세련된 이름일까?


♦ 인간의 운명개척은 자기개혁

인재명(人在名) 호재피(虎在皮) 즉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이름을 남기는 데는 그의 행위와 업적에 따라 다르다.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히틀러 같은 전쟁 광이나 남의 등이나 쳐 먹는 사기꾼은 더러운 이름을 남기고, 이순신 장군 , 안중근 의사나 김구 주석 같은 충신과 애국자는 영원히 존경받는 이름을 남긴다. 좋은 이름을 가졌다하여 땀의 대가 없이 저절로 굴러오는 복은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다. 세상은 공짜가 없다. 자기 가죽을 벗기듯 자기개혁(改革)과 연단과 고통을 지불해야 만 비로소 목적 한 바를 이룰 수 있다.
 
기도만 제아무리 많이 한다 해서 좋은 대학에 붙겠는가?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점이라도 올릴 수 있다. 명당을 잡아 묘를 잘 쓰는 지관이나 이름을 잘 짓는 역술 작명인에게 묻고 싶다. 왜 당신들은 지금도 남의 호주머니나 굽어보는 신세인가? 당신들 자신이 좋은 명당, 좋은 이름 지어 큰 부자 되고 큰 복 받으면 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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