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손님 : 혜성

안성신문 | 입력 : 2009/04/21 [20:57]

▲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진 슈바스만-바하만3 혜성의 모습. 아래쪽에는 여러 조각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사진이고 위쪽에는 조각b(위 오른쪽)와 g(위 왼쪽)의 사진이다. (사진출처 : 허블 우주망원경 연구소,   http://hubblesite.org/newscenter/archive/releases/2006/18/image/). 


며칠 전 국립 국악원에서 종묘 제례악을 500년 전 원형으로 복원해 공연하였다. 우리는 이미 서양음악에 더 익숙해 있지만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되던 음악을 그대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흥분되는 일이기 때문에 각별한 기대를 가지고 공연을 보게 되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 한양대학교 국악과 김영운 교수는 해설을 통해 악학궤범에 조선시대 초기에 사용되던 악기와 의식에 사용되는 물건들의 제작 재료와 규격 등이 정밀하게 기록되어 있고 심지어는 연주방법까지도 상세히 적혀 있기 때문에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악기까지도 새로 만들어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였다.

오늘날처럼 음원을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은 없었지만 철저한 기록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고대 음악의 복원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혜성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에는 많은 관측 자료가 남아 있다. 특히 조선후기인 1759년에 방문한 핼리 혜성에 대해서는 3월 5일에 처음 나타나 보이지 않게 되는 3월 29일까지 날짜별로 위치 크기 등의 변화가 상세히 기록되어 <성변등록>(星變謄錄)이란 책자에 전한다. 실제로 조선은 개국한 이래 방문한 핼리 혜성의 기록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남겨놓았다. 물론 왕조시대의 천문 관측에는 다분히 점성술적인 요소도 들어 있었지만 그래도 관측된 것을 정확히 기록하려는 정신만은 마땅히 본받아야 할 것이다.

혜성이란 태양에 가까이 접근하면서 태양풍과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에 의해 물질이 증발하면서 태양 반대 방향으로 긴 꼬리를 보이는 천체를 말한다. 실제로 혜성이란 꼬리를 가진 별이라는 뜻이고 우리말로는 살별이라고 부른다. 창살과 같이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영어로는 comet이라고 하는데 머리털을 가진 별이란 뜻이다.

혜성의 궤도는 수년에서 수천 년에 이르는 다양한 주기를 가지고 있다. 또 한번 방문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혜성도 있다. 주기가 비교적 짧은 혜성은 해왕성 바깥에 있는 카이퍼 띠에서 오는 것이고 더 주기가 긴 혜성은 오르트의 구름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이퍼 띠와 오르트 구름에 대해서는 다음에 상세히 설명할 것이다.

혜성은 크게 중심핵과 꼬리로 나누어지며 중심핵의 크기는 100㎞를 넘지 못하지만 꼬리의 길이는 수십만 킬로미터가 넘을 정도로 길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꼬리를 벗어난 물질은 수억 km의 거리에 퍼져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꼬리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중심핵의 물질이 증발하면서 태양풍이나 복사압에 의해 뒤로 밀려난 것이다. 혜성 사진에 보이는 머리(밝고 둥글게 보이는 부분)는 중심핵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 증발하면서 태양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태양에 접근하는 혜성은 서서히 그 크기가 줄어들게 된다.

핼리 혜성은 1986년에 맨눈으로 관측될 수 있을 정도로 접근했는데 과거 기록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장관을 연출하지는 못하였다. 언젠가는 핼리 혜성도 더 이상 꼬리를 보이지 않는 천체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론적인 추정에 의하면 주기 수년짜리 단주기 혜성은 1천 번 정도, 수십 년 이상의 장주기 혜성은 50번 정도 태양에 접근한 후 증발할 수 있는 물질은 모두 소멸되고 소행성과 같은 암석의 형태로 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행성 중 일부는 혜성이 증발하고 남은 것일 수도 있다. 또 혜성은 증발하는 과정에서 여러 조각으로 깨지기도 한다(그림).

혜성은 종종 태양계 천체와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더 많은 혜성이 존재했던 태양계 생성 초기에는 지구에 많은 혜성이 떨어져 많은 양의 물을 가져다주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994년에는 슈메이커-레비라는 혜성이 목성에 충돌하면서 밝은 반점을 만들어내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이 혜성은 목성에 접근하면서 수많은 조각으로 깨진 후 차례로 목성과 충돌하였다. 어떤 혜성은 태양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는 궤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조각으로 깨지고 일부는 태양에 직접 떨어지기도 한다.

이형목(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물리ㆍ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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