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새로이 샘솟는 현자의 지혜 옹달샘

<土 曜 隨 筆> 수필가 은종삼, ‘조약돌 도사’
수필가 은종삼 | 입력 : 2009/12/11 [02:35]
▲ 은종삼
나는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2박 3일간 수양을 목적으로 금산사 템플스테이(temple stay) ‘구들방 도란도란’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여기에서 지도 스님이신 일감 스님으로부터 ‘조약돌 도사’라는 칭호(稱號)를 얻었다.
 
운전을 하면서 누구나 겪고 또 보통 있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짜증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방향 표시등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든다든가, 신호위반, 깜짝 놀라도록 경적을 울리며 질주하는 무례한 차량, 바로 코앞에서 중앙선을 넘어 u턴하는 강심장 운전자도 있다.
 
피자 배달 오토바이 무법자 는 차라리 애교스럽다. 정말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럴 땐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입에서 점잖지 못한 언어가 튀어 나온다. 옆에 앉아 있는 아내도 나와 똑같은 심정인 모양이다.
 
“아! 저런~ 저런 ☓이 있나?”

 그러다가 갑자기 바닷가의 조약돌이 떠올랐다. 스무 살 여인의 살갗처럼 반질반질한 조약돌의 부드러운 촉감이 손에 전해진다. 조약돌은 수백 년 수천 년 까마득한 날부터 만들어졌으리라. 처음엔 제법 큼지막하고 단단한 모난 돌들이었을 것이다.
 
이 돌 가족들이 세찬 바닷물에 밀려 서로 부딪치면서 오랜 세월 인고(忍苦) 끝에 오늘 이렇게 곱고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으리라.
 
“내 마음은 조~약돌 비바람에 시달려도 둥글~게 살아가리 아무도 모~~르게” 가수 박상규의 조약돌이란 노래가 입가에 맴돈다.

 “그래 맞아. 그냥 부딪히며 서로 부대끼며 얼키설키 사는 거야. 그게 우리네 인생살이지. 나나 조심하자.”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아내도 들었는지  “그래요!” 내말에 동감하면서 함께 웃었다.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구들방 도란도란’은 참 좋은 이름이다. 흔히 조용히 정답게 이야기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도란도란’ 에 ‘도(道)란?’ 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스님은 알려 주셨다.
 
도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보는 참으로 의미 있는 수행(修行) 자리였다. 도란도란 잡담이 아니고 도(道)를 찾는 대화라는 것이다. 도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나는 도란 배우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라고 본다. 바로 운전 중 깨달은 ‘조약돌 인간’ 같은 경우다. 갑자기 짜증스럽던 순간이 즐거움으로 바뀐 것이다. 지옥이 천국으로 돌변했다. 이것이 바로 도(道)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도는 진리(眞理)이며 도를 깨우치면 즐거운가보다. 일감 스님은 나의 이 체험담을 들으시고 ‘바로 그거다.’ 라고 감탄하시며 즉석에서 나에게 영광스럽게도 ‘조약돌 도사’라는 칭호를 붙여주셨고, 수행자들은 박수로 호응해 주었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라고 했다. 곧 도를 탐구하는 열정을 들어낸 말이리라. 
 
지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항아리 물 지식’이요 또 하나는 ‘옹달샘 물 지식’이다. 항아리 물 지식은 아무리 가득 찼다 하더라도 쓴 만큼 계속 부어 넣어야 한다. 또 쓰지 않으면 썩기 마련이다.
 
그러나 옹달샘 물 지식은 적지만 언제나 새롭게 꾸준히 솟아오른다. 곧 창조적 지식이요 이게 바로 도(道)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깊은 산속 절간에서 수행하는 목적은 곧 ‘도를 스스로 깨우치고 보다 새롭게 자기를 변신시키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얻자는 데에 있다.’ 고 생각한다. 전국 각처에서 모인 수행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조약돌 파이팅을 힘차게 외쳤다. 
               

▼  은종삼 프로필

前 고등학교 교장
대한문학 수필 등단
행촌수필문학회 회원





 
 

원본 기사 보기:breaknews전북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