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350년 배심원 전통 깨지다

무장강도 사건 형사재판 판사 단독심으로 진행
김형국 | 입력 : 2010/01/13 [12:54]
▲  영국 고등법원 royal courts of justice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영국의 형사법정에서의 배심원 전통이 350년 만에 깨졌다.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형사재판에서 배심원제도의 기원은 1215년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이다. 이후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1640년대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의 내전 이후에 지켜져 왔던 전통이다. 북 아일랜드의 경우에는 ira의 테러 위협으로 인해 예외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 고등법원(royal courts of justice)의 형사재판 법정인 크라운 코트(crown court)에서 있었던 2004년의 히드로 공항 강도 사건 재판에서 그 전통이 깨진 것이다.

이 사건은 2004년 히드로 공항에 위치한 물류회사인 menzies world cargo의 창고에 마스크를 착용한 무장강도들이 175만 파운드를 탈취해 간 강도사건으로 이 돈은 현재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검찰 측의 법정 변호사인 러셀 프린트(mr russell flint) 바리스터(barrister)는, "애초에 이들은 천만 파운드를 탈취할 계획이었는데 이는 강도중의 한 명이 서류를 잘 못 이해한 탓"이라고, 법정에서 보고했다.

피의자인 john twomey(61세), barry hibberd(43세) peter blake(57세), glen cameron(50세) 4명은 강도와 무기소지 등의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오늘의 재판은 4번째 재판으로서 오늘까지 재판에 소요된 비용은 무려 2천 2백만 파운드에 달한다.

350년 간 이어온 전통을 깨고 형사 재판에 배심원을 배제하고 판사의 단독 심으로 결정하게 된 것은 고조되어온 배심원에 대한 압력을 우려한 것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트레시 판사 (judge treacy)는 "일반적 절차에 따르면 배심원이 유죄 여부를 결정하지만 그것은 꼭 법적 요구사항이 아니다"고 설명하고, "법원 사무관에게 판사가 결정하는 것으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평소에는 법정 서기가 배심원에게 기소내용을 모두 읽어 주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서기가 판사에게 기소장을 보았는지에 대해서만 확인하였다. 또한 서기는 "피고들이 모두 무죄를 주장한다, 유죄 여부의 판결 권한은 판사에게 있다"고 보고했다.

이렇게 판사 단독심이 가능하게 된 배경은, 실질적이고 현존하는 배심원 간섭에 대한 위험이 있을 경우, 이를 적절하게 보호할 수 없을 때는 배심원 재판이 제한 될 수 있게 한 2003년에 제정되고 2007년에 발효된 법(criminal justice act 2003)을 적용한 것이다.

지난 6월 상원(house of lord)의 판사는 배심원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동원 등에 대한 비용이 과다할 뿐 아니라 적절히 보호할 수 없을 수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3차 재판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자 검찰 측은 판사 단독심을 청구하였으나 작년 3월 칼벗-스미스 판사(judge calvert-smith)에 의해 기각되었다. 그러나 작년 6월 상원이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여 역사적인 단독심이 결정된 것이다. 

상원의 판사는 배심원과 그 가족에 대한 간섭 위험을 제거할 보호방법이 없다는 점과 82명의 경찰이 동원되는 6백만 파운드로 예상되는 과다한 비용을 고려한 결정임을 밝힌바 있다.

재판이 열리는 법정 밖에서는 피고들의 가족과 친구들은 '판사 단독심은 비밀 증거이며 이는 불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면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독재로 바뀌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항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측의 법정 변호사인 샘 스타인(mr sam stein)은 "역사를 깨고 있다"고 말했고, 형사법정협회(criminal bar association)와 같은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의의 원칙은 귀중하다면서 이러한 일이 전례가 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상원이 여전히 신망과 존경을 잃지 않고 있기에 이러한 항변의 목소리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역사와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시대의 현실에 맞추어 끝없이 진화하는 영국의 법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상원인 house of lord는 법과 현실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커다란 물줄기를 틀어 가면서 사회의 정의를 선도하며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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