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DMZ 그리고 습지

박종남 기자 | 입력 : 2010/02/08 [00:15]
날이 풀렸다가 다시 추워지니 긴장감이 생긴다. 다시없는 기회라며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던 비무장지대 탐방이 졸지에 숙제로 다가왔다.

당연히 가야한다면 흔쾌히 나서고 보자.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물을 점검하고 집을 나섰다.

서울을 가야하는 일은 평소에도 큰일이다. 심리적 부담감이 크다. 지하철에 버스에 옮겨 타고 다니는 일에 익숙하지도 않거니와 특히 수없이 맞닥뜨리는 계단은 쳐다만 봐도 숨이 차오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으로 집합 장소에 도착한건 오전9시. 출발을 목전에 두고 있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긴장감이 풀린다. 늦을까봐 노심초사한 탓도 있고 초행길은 아니지만 지하철 노선을 갈아타고 찾아가야 하는 길이 괜한 걱정을 불러온 탓이다.

춥다고 겁을 주기에 겹겹이 옷을 껴입은 상태인지라 난방이 잘 된 버스 안은 후덥지근했다.

▲ 북녘땅이 건너다 보이는 곳.     © 종나미

도심속을 벗어나 자유로를 타고 도착한 오두산 통일전망대. 생태연구가인 안내자와의 만남이 시작된 곳이다. 평소에 고양까지 자유로를 달리면서 옆에 나란히 흐르는 저 강이 한강일까 임진강일까 궁금하면서도 알아 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궁금증이 확 풀렸다.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곳에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고 있었다. 고로 내가 혹 임진강이 아닐까 했던 강줄기는 한강이었던 것이다.

북녘 땅이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준비해간 망원경으로 보니 사람들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신기했다. 외국 관광객들이 전망대를 많이 방문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분단된 나라는 관광 상품 중 하나가 되고 있었다.

한강의 하구인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고양 쪽으로 난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파주 공릉 하천이 연결 되는데 이곳이 바로 공릉천 하구 습지로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곳이라 했다.

▲ 한강 하구인 공릉천 하구 습지     © 종나미

버스에서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는 중간에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성동 습지를 지나쳤다. 조류 사진을 담는 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했다.

임진각을 바라보며 통일대교를 건너 통일마을을 거쳐 장단반도로 들어섰다. 고라니와 철새들이 한쪽씩을 차지하고 있는 그 곳. 눈에 많이 들어오지 않는 독수리들의 수는 개성으로 가는 송전탑 공사 후에 개체수가 확연히 줄었다는 안내자의 설명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했다.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기수지역인 이곳에는 빙하가 떠다니는 것 같이 얼음 덩어리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 기수역에서 볼 수있는 얼음 부유물     © 종나미

해마루촌으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초평도 습지로 향했다.

군사훈련이 한창인 지역을 통과했다. 색이 고운 연막탄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곳에서 군인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탱크 구경에 신이 났다.

큰기러기들이 한가로이 논바닥에서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었는데 무리로 지나가는 우리들 탓에 날아 올라가 버린다. 햇살은 따뜻하고 날은 생각보다 춥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한참을 철새들을 보고 있자니 몸에 한기가 든다. 남보다 빠른 걸음으로 차에 몸을 옮겨본다.

▲ 접근이 조심스러운 새들의 관찰     © 종나미

검문 절차가 한결 쉬워진 통과. 들어 갈 때와는 사뭇 다르다. 피곤이 몸에 달라붙기 시작한지라 나른함이 절로 드러난다. 뜸부기가 많이 산다는 동네를 돌아 도착한 장산. 임진강의 굽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좀 전에 다녀온 초평도 습지도 보인다. 여전히 연막탄이 피어오르고 있는 곳. 통일대교도 보인다. 저 다리를 넘어 접근이 쉽지 않는 곳을 다녀 온 것이다.

하늘을 덮고 흘러가는 구름떼를 보니 어디서 어디 만큼 흘러 온 것일까 싶었다.

▲ 초평도 습지가 내려다 보이는 장산     © 종나미

초평도 습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는 가족공원이라고 쓰인 팻말이 있었는데 소박하게 가꾸어진 낮은 관목 뒤에 제단이 있었다. 그 위에 차려진 과일 한 접시. 북녘에 있는 조상을 모시는 건 아닐까 나름의 생각을 해 보았다.

▲ 정성이 느껴지는 제물     © 종나미

서부 민통선을 가로 지르는 한강과 임진강. 하구인 그들의 접점 지역은 그 자체로 볼거리가 많았다. 서해의 바닷물이 하루에 두 번씩 밀려들었다 나가면서 만들어낸 물줄기의 흔적. 펄 가장자리가 만들어내는 풍광.  다양한 생물들을 품고 있는 드넓은 습지.

국제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조류들이 찾아 드는 곳이기도 한 민통선. 사람들의 엄격한 통제가 만들어낸 또 다른 결과물이기도 하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떠난 민통선 여행.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은 눈 인사로 그치고 말아 아쉬웠다. 씁쓸함이 드는 민통선 탐방은 좋은 공부가 되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원본 기사 보기:컬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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