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신식병(信食兵)

정재학 | 입력 : 2010/03/26 [08:45]

결론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에 있어 압도적 승자다. 그러나 그 승리는 정도(正道)의 승리라기보다는 전략의 승리이다. 다시 말하면 박근혜 대표는 병법에 충실한 전략을 구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일본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마감한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어린 시절, 이마가와 가(家)에 볼모로 잡혀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이마가와 가(家)의 국사(國師)로 있던 셋카이 스님의 눈에 띄어 가르침을 받는다. 다음은 셋카이 스님과 이에야스 사이에 있던 문답이다. 물론 이 내용은 공자의 논어 안언편에 나온 이야기다.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스님은 문답을 통해 일국(一國)의 지도자가 갖출 덕목을 다음과 같이 가르쳤다.




“만약 네가 위기에 처하여 버려야 한다면, 食과 兵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버리겠느냐?”

“兵, 즉 군사를 먼저 버리겠습니다.”

“왜냐?”

“먹을 것이 없으면 아무리 천만 군사라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하다면 더 위기에 처하여, 信과 食 중 어느 하나를 취하고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취하고 어느 것은 버리겠느냐.”

이에야스는 고민 끝에, 식(食)을 선택한다. 아무래도 볼모로 잡혀있으면서 궁색한 생활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셋카이 스님은 그 반대를 가르친다.

“아무리 먹을 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믿음이 없는 군사는 쓸모가 없다. 아니 믿음이 없는 군신(君臣)의 관계는 이미 끝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먹을 것을 쌓아두고도 망한 나라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군신(君臣)이 서로 믿고 따르면 더 이상 강한 군대는 없다.”




그리하여 이에야스는 믿음으로서 가신을 다룬다. 세상 어떤 일이 있어도 한 길을 함께 가는 믿음. 그러한 신뢰로 뭉쳐진 이에야스의 군신(君臣) 관계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당대 제1인자 토요토미 히데요시조차 탄복하게 만든다. 그래서 히데요시는 이에야스를 치지 못하고 동맹의 관계로 나아간다. 후일 히데요시의 사후(死後), 이에야스는 일본 전국의 패자(覇者)가 된다.




이것이 이에야스 성공의 비법(秘法)이었다. 이에야스와 신하 사이에 무쇠 같은 믿음이 영웅 이에야스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도쿠가와 가문은 200년 막부 시대를 열었다.




박근혜는 세종시 문제에 ‘신뢰’라는 화두(話頭)를 던졌다. 우리 국민은 이 화두를 받아들고 수많은 논쟁을 벌였다. 심지어 이 필자(筆者)까지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 국가이익에 충실하라는 고언(苦言)을 권유한 바 있다.




이제 세종시 논란은 끝나가고 있다. 좌파들은 더 이상 떠들어봐야 박근혜 대표에게만 이익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세종시 전선(戰線)에서 떠나갔다. 박근혜 대표 역시 침묵으로 잠행(潛行)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는 우리 국민들 가슴 속에 신뢰라는 위대한 가치를 심어놓았다. 신뢰,  세월을 거듭하여도 변함없는 인간의 명제(命題)는 때가 되면 다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서 발아(發芽)할 것이다. 그리고 차기 집권의 해법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표는 이 신뢰를 들고 자신의 가신(家臣)들을 돌아보고 있을 것이다. 어떤 가신(家臣)이 박근혜 정권의 공로자와 수호자가 될지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아가 박근혜 대표는, 국민들이 박근혜가 아니라 국가와의 신뢰를 더 우선한다는 사실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는 봉합으로 들어가야 한다. 상처를 치유할 사람은 승자(勝者)인 박근혜 대표이다. 모쪼록 이 민초의 제언을 들어주시기 바란다.




정재학

(반국가교육척결 국민연합 사무총장, 시인정신작가회 회장, ptimes논설위원, 전남자유교조 고문, 자유지성300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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