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위기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

위험한 극단주의를 경계해야
김지호 | 입력 : 2010/05/26 [21:59]
고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정부는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을 응징하겠다고 하고, 이에 반발한 북한정권은 남북관계 단절과 모든 남북문제의 전시법 처리라는 초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당장이라도 전쟁이 발발할 것 같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인지 픽션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득 다음과 같은 한편의 추리영화가 떠 오른다. 

평화롭던 때에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과 애간장을 녹이는 슬픔, 의문과 미스터리의 연속, 그 단서를 찾기 위한 과학적인 추리와 조사 등, 팽배한 긴장감이 흐르는 스토리다.

전반에는 섣부른 단정을 경계하면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어 답답하기는 했지만, 핵심으로 파고드는 기자와 첨단기술을 보유한 수사관의 액션에 가슴 졸이며 일희일비했다. 

중반부터 간헐적으로 간접적인 암시가 나오더니, 우연한 물증의 확보로 여러 용의자들을 제치고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확정되는 대반전이 일어나고, 권선징악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시종일관 압도하는 서스펜스에 충격과 눈물, 분노와 응징의 장면 등, 걸작의 요소들을 두루 갖추었다.

그러나 명작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반전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범죄 사실을 끝내 부인하는 범인의 동기가 명확하지 않고, 현장조사와 제시된 물증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 빈약하여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비해 각본이 부실한 영화였다.

천안함 정국은 실제 상황이다. 

1번 어뢰의 발견으로, 조심스레 용의선상에 올랐던 북한이 범인으로 확정 발표되자 10년을 거슬러 냉전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영화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반전이 현실에서 나타났기에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가늠하기 어려운 미래에 공포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공포는 이 사회에서 합리주의가 실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합리적인 의문제기마저 국론분열로 매도하는 보수극단주의가 두렵고, 드러난 팩트에도 침묵하는 지식인들과 언론들이 무섭다. 

하지만 아직도 희망은 있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씨가 천안함 발표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고 검찰에 고발되었다>
<정치인 박근혜씨가 천안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어 보수진영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언론인 신상철씨가 어뢰가 아닌 좌초라고 주장하여 검찰에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소식들이 들리는 한, 언젠가는 정상으로 돌아갈 것을 믿기 때문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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