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헤이워드, 원유유출 사고의 속죄양 되나?

바람앞의 촛불이 된 BP CEO의 운명
런던타임즈 LONDONTIMES | 입력 : 2010/07/25 [22:35]
bp는 지난 주에 설치한 차단 캡으로 원유유출을 막은 후, 유정을 항구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스태딕 킬을 시도하고 있다. 차단 캡으로 원유와 가스의 분출이 멈춘 상태에서 진흙을 투입하고 시멘트로 봉하는 스태딕 킬 방식은, 지난번 실패했던 톱 킬 방식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멕시코만의 원유유출 사고는 3개월여 만에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가게 된다.

▲ 대영박물관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스폰서십 이벤트에서 올림픽 준비위원장 sebastian coe와 대화를 나누는 tony hayward(왼쪽) - bp는 대영 박물관의 스폰서이기도 하다   © bp p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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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피해자 특히 미국인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이번 사태를 책임질 자를 찾는 것이고, bp의 ceo인 토니 헤이워드(tony hayward)가 도마 위에 올라 있는 것이다. 사고 이후로 끊임없는 사임압력에 시달려 온 토니 헤이워드가, bp의 전반기 실적이 발표되는 27일 이전에, 사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대부분의 영국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미의회 청문회에서 “멕시코만 석유시추의 의사결정 라인에 있지 않았다”고 답변하여 미국인들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그가 영국인이란 사실과 영국 액센트 특유의 차분한 답변이 흥분한 의원들을 자극한 것이, 그에게 쏠리고 있는 미움의 배경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자를 심판대에 올려 놓고 책임추궁을 하면서 윽박지른 후, 200억 달러의 피해보상기금 합의를 받아 낸 미국 의원들의 태도에도 비난과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 공화당의 조 바튼 의원은 이를 두고 “백악관이 강탈했다”고 하면서 “200억 달러는 사기업을 등친 것” 이라고 비난했다.

현행 미국 법에 따른 원유유출에 대한 책임한도는 7천5백만 달러임에도 bp가 200억 달러의 피해보상기금을 합의 한 bp를 무책임하다고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bp 때리기로 보인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나 같으면 그를 해고 했을 것”이라고 bp의 ceo인 토니 헤이워드를 지목하여 도를 넘은 언사를 사용하면서 공격했다. 이는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의식하여 영국과 영국인에게 불만을 돌리기 위한 제스처로 비쳐진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다국적 기업이 된 bp를 ‘영국 정유(british petroleum)’라고 호칭한 것은 정치적으로 의도된 발언이라면서 많은 영국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영국기업이 미국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bp는 영국과 미국이 각각 40%를 보유하고 있으니 다국적 기업이고, bp의 자회사로서 멕시코만 시추의 시행자인 bp holdings north america 는 미국회사인 것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서 ‘영국기업이 미국에서 사고를 냈다’고 하는 것은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억지논리인 것이다. 하지만 bp측은 이러한 비난에 대응을 자제하며 미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는 미국시장을 의식하여 bp에 대한 안티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사고수습에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세계일류기업의 명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능한 젠틀맨 학자 ceo에서, 미국인들로부터 타도대상으로 몰려버린 토니 헤이워드. 그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이 되었다. 피의 속죄를 요구하는 성난 대중들을 무마하기 위한 속죄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 배경에 정치적인 목적이 개입되었기에 그 뒷맛이 영 개운치 않은 것이다.

대영박물관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2012 런던올림픽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노블리제 오블리제를 실천해온 세계 초일류 기업 bp, 그 위상에 걸맞게 직원에 대해서도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던 bp로서도 지금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창사이래 초유의 위기에 몰린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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