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 영국 방문의 의미

400년 만의 첫 공식방문으로 성공회와 화해의 시대 열려
김지호 | 입력 : 2010/09/22 [07:37]
▲   무개차를 탄 교황 베네딕토 16세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9월 16일부터 19일까지 3박4일간의 영국 방문일정을 마쳤다. 교황이 국빈자격으로서 영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영국이 16세기 헨리 8세의 이혼을 계기로 성공회로 분리해 나간 이후, 40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1982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영국을 방문했던 것은 교회차원의 방문이었다. 

▲  교황의 행렬을 보러 나온 시민들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교황은 에딘버러에 도착하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난 후 글래스고우, 런던을 방문한 뒤 버밍엄에서 뉴먼 추기경의 시복식을 거행하고 공식일정을 마쳤다. 성공회 사제였던 뉴먼 추기경은 1830년대에 옥스포드 운동이라고 불리는 성공회의 정체성을 찾는 쇄신운동을 주도했고 1845년에 카톨릭 사제로 개종한 뒤 버밍엄에서 오라토리오(oratorio) 수도회를 창설했다. 

따라서 이번 교황 방문의 교회 공식적인 주목적은 시복식이라고 할 수 있고, 카톨릭과 성공회간에 벌어졌던 피비린내 나는 보복의 역사를 지닌 영국이 별다른 반발 없이 받아들였다는 것은, 양교간의 관계가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서 지난해 말 영국 성공회의 윌리엄스 대주교의 교황청 방문을 계기로 우호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황을 중심으로 한 카톨릭과 성공회의 통합’에 대한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사제를 금지하는 등, 카톨릭의 보수성 및 교황청의 폐쇄적인 운영에 대한 비난과, 사제의 성추행 파문에 따른 반발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교황은 이번 방문을 통해 사제의 아동 성추행 피해자들과 면담하고, 18일 런던 웨스터민스터 성당에서 거행한 미사에서 “피해자들에게 깊은 슬픔을 표한다”고 이례적으로 공개사과를 했지만, 피해자들은 재발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빠진 사과표명에 불만을 나타냈다.

▲ 하이드 파크(hyde park)입구 웰링턴 아치(wellington arch)로 들어서는 교황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교황은 방문일정 중 글래스고우, 런던과 버밍엄에서 야외미사를 통해 일반 신자들과 만남의 장을 가졌다. 18일 런던의 하이드 파크(hyde park)에서 집전한 저녁미사에는 8만 여명이 운집했다. '런던한인천주교회'의 선별된 한인 신자들 40여명도 하이드 파크 미사에 참가했다. 

▲  야외 저녁미사에  참가한 신자들   ©런던타임즈 londontimes

하이드 파크 입장 티켓의 가격은 10파운드였으나, 버밍엄에서는 한화 약 5만원에 해당하는 25파운드가 일반인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비난에 대해, 바티칸 측에서는, 고대부터 시행되어 온 교황을 알현하기 위한, 순례비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호를 위해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하이드 파크 야외 미사 장소   ©런던타임즈 londontimes

또한, 후에 관련자들이 무혐의 처리되어 석방되었지만, 사전에 테러모의가 발각된 상황에서 삼엄한 경호에 따라, 일반인들은 엄격히 통제되었기에 카톨릭이 타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이라는 인상을 남긴 것은 아쉬웠던 점이라고 할 수 있다. 

▲ 미사 장소 밖에서 확성기 소리에 따라 기도하는 일반 신자들 ©런던타임즈 londontimes

하지만 이번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영국방문은 커톨릭 역사의 새장을 열었다는 의미에는 대부분 동감하고 있다. 특히 일부 빗나간 사제들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교황의 결단은 카톨릭이 시대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될 수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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